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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겨울 내장사의 경내는 따뜻한 햇살이 감싸고 있었다. 산 정상과 음지에는 아직도 하얀 눈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크리스마스 기분을 나게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를 바라고 있는 내 마음과 일치하고 있었다. 빛나고 있는 눈을 바라보니 흥겨움이 솟는다. 감정이란 대책 없이 일어나는 기분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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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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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색깔. |
여행의 맛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활에 찌들어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의 쾌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하여 나선 길이었다. 눈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눈을 보니, 기분이 전환된다.
“야 ! 곱다.”
아내의 감탄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빨간 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내장사의 또 다른 정취를 이루고 있었다. 계절이 한 겨울이니, 감들은 모두 홍시가 되어 있었다. 어찌나 색깔이 고운지 바라보는 마음까지 이내 빨간 색으로 물들여져 버린다. 파란 하늘에 빨간 홍시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으니, 별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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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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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삶. |
까치밥이란 것이 있다. 감을 수확하면서 꼭대기에 남아 있는 한 두 개의 감은 새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습관이다.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결과다.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미덕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에 인색함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 욕심을 앞세워 채우려고만 하고 있다. 이미 내 것이 된 뒤에는 관심이 멀어지고 또 다른 것을 찾아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린 줄도 모르고 불을 찾아 돌진하는 불나비가 되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이 추하기만 하다.
내장사의 감나무에 열린 감들은 모두가 까치밥이 되어 있었다. 몽땅 다 주기 위하여 온 몸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 풍광이 어찌나 우뚝한지 감동이었다. 색깔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하늘과의 조화가 빼어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더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바로 나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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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의 즐거움. |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나누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그동안 게으름으로 욕심만 부리고 있었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하늘을 향해 여유로운 자태로 흔들리고 있는 까치밥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필요한 이가 있으면 누구라도 와서 가져가라고 말하고 있는 그 자태가.<春城>
┃국정넷포터 정기상 (kee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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