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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 역할극으로 풀어봐요
신혼이라는 조미란씨(28·여)는 남편과 함께 10월 16일 서울 명동 M플라자 해치홀 5층 대강당에서 열린 ‘2010 생명사랑 신혼부부학교’에 참석했다. 부부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날 부부학교는 서울YWCA와 유한킴벌리가 200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강연이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서울YWCA 김병호 팀장은 “부부 갈등이나 저출산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캠페인 등을 을 다양하게 하면서, 한 가정을 이끌고 만들어 가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방법은 배우지만 정작 좋은 가정, 사이좋은 부부가 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이런 강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서울 명동 M플라자에 위치한 해치홀 대강당에서 신혼부부를 부부갈등과 해결책들을 모색해보는 강연이 열렸다. |
이번 강연에서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긴급출동 SOS’에 출연하고 있는 별자리 심리연구소 김영한 소장이 ‘소시오드라마’라는 역할극을 활용해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에는 조미란씨 부부 등 약 50쌍이 참석했다.
김 소장은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족문제로는 부부 사이의 갈등문제, 이혼 등이 있는데 이는 부부사이의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심리역할극을 할 부부의 신청을 받았다. 참여한 부부들은 다른 부부들의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는 분위기였다.
그중 결혼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는 최나영씨(가명·31·여)가 손을 들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서운하고 답답한 감정들 때문에 항상 갈등을 겪는다”며 심리역할극을 신청했다.
혼자 왔다는 그녀는 “남편은 평일에는 회사일로 바쁘고 주말에는 회사사람들과 야구를 하러 다니면서 항상 가정에 소홀하다”면서 “남편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나의 이야기를 잔소리로 듣거나 무시한다”고 말했다.
강사 김씨는 우선 최씨와 함께 남편의 역할을 맡아 평소 부부 생활을 재현했다. 김 소장이 최씨에게 “평일은 회사일로 힘들고 주말에는 야구를 해야 하니깐 나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최씨는 “휴일 외에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는 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태도가 기분이 나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남편 역할을 맡은 김 소장이 계속 자신의 여가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자, 아내인 최씨는 “맞벌이 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나만 하는 것은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면서 “가끔은 야구를 쉬고 아이와 함께 가족끼리 나들이나 집안일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 최씨는 강사로 나선 김 소장과 역할극을 하며 부부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점을 배웠다 |
역할극을 통해 부부의 평소 모습과 문제점을 알아본 김 소장은 최씨에게 “눈을 감고 최씨가 원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려보며 이야기해보라”라고 말하자 그녀는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가거나 집안일을 나눠서 함께 생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의 바람을 들은 김 소장은 그녀가 원하는 남편이 돼, 그녀에게 “오늘 야구를 가지 않고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설거지도 함께 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최씨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웃었다.
역할극을 마친 김 소장은 “이 역할극을 통해 아내가 원하는 남편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면서 “아내가 바라는 것은 크게 변한다거나 큰 바람이 아닌, 작은 노력과 관심이었는데 남편은 그것을 잘 모르거나 간과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편과 함께 왔으면 남편이 느낀 부분이 많았을 텐데, 여기 강연을 들은 남편분들은 다시 한 번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면서 “아내 역시 무조건 남편을 다그치기보다는 남편과 대화를 할 때 주말의 남편 여가시간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면서 가족과 함께 하길 바란다는 것의 충분한 대화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남편과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이번 역할극을 통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면서 “남편에게 다시 한 번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나온 부부는 남편의 컴퓨터 게임 중독 문제를 다뤘다. 아내 김정희씨(가명·33)와 남편 홍조운씨(가명·35)는 서로 역할을 바꿔 극을 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생각했다.
역할극에서 게임에 몇 시간째 몰두하는 아내 김씨를 보고 남편 홍씨는 “이제 그만 시간이 됐으니 게임을 그만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자”고 권했다. 하지만 아내 김씨는 평소 남편의 모습처럼 “조금만 더”를 외치며 게임에 몰두했다.
남편 역할을 맡은 아내 김씨가 계속 “조금만 더 하고 컴퓨터를 끌게”라며 게임을 하자 아내 역할을 맡은 남편 홍씨는 “아이와 함께 놀거나 같이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 텐데, 계속 집에서 게임만 할 거면 차라리 PC방을 가서 실컷 게임을 하고 오라”고 소리쳤다.
아내 김씨는 “회사의 스트레스를 집에서 게임으로 풀려는데 왜 이렇게 잔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계속 게임에 집중하자 남편 홍씨는 “스트레스를 가족과 함께 대화나 이야기를 통해 해소할 수 도 있는데, 왜 게임으로만 혼자 해결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 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한 신혼부부들의 모습. |
이를 지켜보던 김 소장은 “아내 역할을 맡은 홍씨에게서 부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왔다”면서 “이렇게 서로 입장을 바꿔보면 자신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문제점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할 교환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 부부는 그 다음으로 남편의 다짐을 받아내는 역할극을 하였다. 아내는 멀리서 남편을 부르고 보조연기자들은 게임 악마가 돼 남편 홍씨를 붙잡았다.
김 소장이 “게임은 좋은 거야, 가정을 버리고 게임에 더욱더 몰두하세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게임을 포기하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족을 만들자”고 외쳤다.몇 분을 고민하던 끝에 남편은 보조연기자들을 밀치고 아내 곁으로 돌아갔다.
남편의 행동을 보던 다른 부부들은 모두 박수를 치면서 그를 응원했다. 역할극을 마친 남편 홍씨는 “역할극을 통해 아내의 역할을 직접경험해보니 게임만 하는 나의 모습이 못마땅하고 답답했고, 평소나의 게임하는 모습에 화가 나고 기분이 상했을 아내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짐했듯이 게임을 줄여야겠다는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웃음을 지었다.
아내 김씨는 “역할을 바꿔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니 스트레스를 풀려고 게임을 하던 남편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고 주장했던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부부 사이에 갈등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입장에서만 주장하지 말고, 서로 소통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키워야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다양한 부부의 역할극을 본 윤은미씨(29·여)는 “서로의 입장을 배제하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했기 때문에 부부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 같다”면서 “드라마 기법을 통해 나와 비슷한 다른 부부의 문제점들을 제 3자 입장에서 보니 해결방법이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강연에 온 정주혁씨(34)는 “평소 아내의 말이 잔소리 같고 얘기를 나누는 게 귀찮았는데 결국 내가 부부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었던 것 같다”면서 “역할극을 보면서 반성하고 깨달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 우리 부부도 갈등이 깊어지면 역할극을 통해 해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흔히 부부 사이나 가족 관계에서 사람들은 갈등이 생기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내면의 감정을 읽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쳇바퀴 돌 듯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화할 시간을 가져보자.
정책기자 송혜림(대학생) bepinkbe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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