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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vs. 인사동…서울 대표 ‘차 없는 거리’ 승자는?
잘만 운영하면 시민들의 건강과 매연 감소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차 없는 거리’. 그렇다면 현재 운영 실태는 어떨까? 대표적인 차 없는 거리인 서울 중구의 명동 거리를 찾아가봤다. 서울시는 명동길(명동83-5~36-1번지), 중앙길(명동195-3~123번지), 명례방길(명동36-1~18번지)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 중이다.
명동은 대표적인 관광명소답게 차 없는 거리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었다. 명동역과 을지로입구역 중간에 위치한 명동거리는 골목길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너비지만 거리의 입구부터 차량을 제지해 그 넓은 길을 온전히 보행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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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나 연예인 팬사인회 등이 열리는 날이면 명동은 몰려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차 없는 거리 조성이 절실한 구간이다. |
차 없는 거리로 익히 알려진 장소인 만큼 차를 타고 놀러온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간혹 길을 착각한 승용차가 거리 입구로 들어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거리의 노점상들과 놀러나온 시민들로 붐벼 이동이 불가능한 탓에 운전자는 난처해하다 결국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차도에서 방향을 바꿨다.
명동은 3개의 큰 골목을 기준으로 작은 골목들이 밀집해 있다. 큰 골목에는 의류와 음식점을 비롯한 노점상들이 길 중앙에 일렬로 위치해있고, 작은 골목에는 노점상은 없다. 큰 골목과 작은 골목 모두 승용차가 다닐 수 있는 너비였지만 자동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행로의 바닥 역시 보행자들이 걷기 편한 재질로 돼있어 가히 보행자들의 천국이라 할 만했다.
간혹 팬사인회나 프리허그 등의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명동을 찾는 시민들이 평소보다 많아진다. 시민 김희윤(30) 씨는 “몇 달 전 국내 최대 규모로 개장한다는 한 의류매장을 찾기 위해 명동을 방문했다. 그 날처럼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처음이었다. 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길었는데 이런 곳에 자동차가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시민 강은아(23) 씨는 “사람들이 몰리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에는 도보에서도 통행이 불가능하다. 휩쓸려 걸어가곤 하는데 도로가 크다고는 하지만 중앙에 노점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자동차마저 들어오면 아마 대혼란이 일 것”이라며 차 없는 거리 조성에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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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의 차 없는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간혹 화물차가 눈에 띄었다. |
서울의 또 다른 명소인 인사동은 어떨까. 서울시 종로구는 인사동 문화지구의 전통문화 보존·계승과 영업권 보장을 위해 2011년 11월부터 인사동길 일부 구간에 대해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평일은 북인사마당~수도약국 앞(230m)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은 북인사마당 ~ 인사네거리(430m)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행한다.
일반 차량은 통행이 금지되고(소방차량, 병원응급차량, 경찰순찰차량은 통행 가능하다), 전시 철수 및 개관 차량은 인사동 홍보관에 사전 신청해 차량출입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통행이 가능하다. 한정식, 전통찻집, 음식점 등 기타 업종은 시행 외 시간만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시행된 지 약 1년 반이 흐른 지금 잘 지켜지고 있을까. 평일 하루 직접 찾아가보니 화방과 전시공간이 많은 인사동의 특성상 많은 작품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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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은 평일에 북인사마당~수도약국 앞, 주말에 북인사마당~인사네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 중이다. 시간은 오전10시~오후10시로 동일하다. |
한 운전자는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지만 화랑, 고미술, 공예품점, 액자점 등은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크고 많은 작품들을 옮겨야 하는데 입구부터 막히면 배송에만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런 업종을 배려해준 것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배송기계를 이용해서 입구부터 들어가곤 하는데 작품이 떨어지면 우리 책임이 되다보니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인사동 거리에 위치한 전통찻집에 들어가 한 시간 정도를 지켜봤다. 일반 차량은 통행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랙션을 울리며 통행하는 승용차는 많았다. 거리를 지나는 학생들이나 외국인들은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학교가 가까워 자주 놀러온다는 오하영(17) 양은 “친구들과 수다 떨거나 쇼핑하다가 클랙션 소리가 들리면 깜짝 놀란다. 부딪칠까 무섭기도 하다.”며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다지만 차량은 아직도 많이 다닌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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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구 인사동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지만 아직도 많은 차들이 통행하고 있다. |
관찰해본 결과 실제로 트럭부터 승용차까지 다양한 차량들이 쉽게 드나들었다. 그 중 인사동이 목적지인 자동차도 있었지만, 목적지에가기 위해 인사동을 거쳐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인사동을 통과하면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주말처럼 사람이 많을 때는 덜하지만 사람이 드문 평일 오전이나 오후 시간대는 차량들도 쉽게 진입하고 있는 듯했다.
인사동 상인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A업체 사장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으니 지하철과 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인사동을 찾아와야 한다. 개인 차량을 이용할 수 없어 놀러오는 사람들도 줄었고, 그로 인해 매출량도 감소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와는 반대로 B업체 직원은 “예전에는 매장 앞이 매연으로 뒤덮였을 때도 있었다. 공기 등 환경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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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골목길까지 들어온 많은 차량들 탓에 놀러온 시민들은 매연과 소음으로 피해를 봤다. 잠깐 부주의하면 사고날까 무섭기도 했다. |
명동과 인사동은 똑같이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명동은 시민들의 인식이 정착됐지만 인사동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였다. 인사동과 명동 두 곳 다 자주 간다는 구용준(33) 씨는 “인사동과 달리 명동에서는 승용차를 본 기억이 적다. 명동역 6번 출구 부근 큰 거리에서는 몇 번 봤지만 이동할 수 없어 골목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라며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인 만큼 차 없는 거리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 이구근(54) 씨는 “개인적으로 명동과 인사동을 자주 가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명소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차가 움직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차도가 잘 정비돼 있기 때문에 굳이 그곳을 가로지르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는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명동거리가 차 없는 거리의 대표적인 장소가 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었다.”며 인사동도 성공적인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차 없는 거리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히 보행자 중심에 머물지 않고 서울의 문화중심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책기자 이지영(대학생) show_salt0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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