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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자들 잘 보세요”
[서울] “임신 2개월째인데 지하철 차내에서 임산부 고리 덕을 가끔 볼 때가 있다. 고리를 보고 할아버지께서도 자리를 양보해 주시더라.”
“임신을 했지만 나이도 어리고 겉으로 표시도 안나는데, 임산부석에 앉아 있으면 어르신들이 쳐다봐 민망하다.”
보건복지부가 초기 임신부에 대한 생활 속 배려 문화 확산을 위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임산부 배려석을 별도 운영 중이다. 임산부 전용석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배려석마다 가로·세로 30센티미터 크기의 임산부 배려 엠블럼을 부착했다. 이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나서서 지난 2일부터 기존의 노약자석과는 별개로 서울지하철 1~8호선 열차 1칸당 2석씩 임산부 배려석 추가 운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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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하철 1~8호선 전동차 중앙에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을 포함한 7자리는 교통약자 지정석으로 운영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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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 배려석 뒷면 머리 닿는 부분에는 ‘임산부 먼저’라고 적힌 임산부 배려 엠블럼 스티커가 부착돼 있고, 그 위에도 교통약자 표시가 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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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 배려석이 위치한 자리 위 중앙 유리창에는 ‘이곳의 일곱 개 좌석은 몸이 불편하신 분, 어린이를 안고 계신 분, 특히 임신부를 위한 자리입니다. 양보해 주세요’라고 적힌 스티커가 길게 부착돼있다. |
임산부 배려석은 전동차 내 중앙에 위치한 교통약자 지정석(노약자석) 7자리 중 양끝 2자리로 지정돼 있다. 노약자석은 서울 지하철의 경우, 1985년 열차 양쪽 끝에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2008년 교통약자 배려석을 추가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임산부 배려석 2자리를 포함해 열차 1칸당 총 19석(지정석 12석, 배려석 7석)의 배려석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임산부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임산부 배려 가방고리를 배포했다. 고리에는 ‘임산부 먼저’라는 문구가 적힌 엠블럼이 부착됐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김석조 사무관은 “임신 초기 겉모습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임산부가 주변의 도움과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임산부 배려 엠블럼을 제작, 배포하게 됐다.”며 2007년부터 매년 제작, 배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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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 배려 고리를 가방에 단 모습. 배려의 손과 원을 결합해 주목도를 높였다. 아이를 가진 뿌듯한 느낌과 당당함을 지닌 임산부의 모습이 엠블럼을 통해 드러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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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하철역에서 배포하고 있는 두 종류의 임산부 배려 가방 고리이다. 아래 큰 가방고리의 뒷면은 교통카드를 넣을 수 있도록 지갑 형태로 돼 있고, 위의 작은 것은 신용카드 크기의 플라스틱형이다. |
문제는 지하철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서울지하철 1~4호선을 환승해가며 3시간 정도 탑승해 확인해봤다. 결과는 ‘전혀 아니다’이다. ‘교통약자 배려석’이 ‘교통강자 단골석’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좌석에 부착된 엠블럼에는 으레 ‘임산부 먼저’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한글을 모르는 이는 없을진대 임산부는 고사하고 노약자보다 주로 발빠른 젊은이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산부 배려석 사이 교통약자석 5자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중구난방이었다.
임신한 젊은 며느리와 함께 탑승한 한 시어머니는 엠블럼을 보고는 “임산부 먼저?”라고 말하더니 웃었다. 그 자리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스마트폰에 연결한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당당히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몇 개의 역이 지나서야 일반석 자리가 비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앉을 수 있었다. 며느리는 임신한 배를 쓰다듬으며 가끔 힘든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마스크를 한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주저앉더니 아예 눈을 감고 자는 척 했다. 그런가 하면 주말 오후, 전동차 안이 승객들로 가득찬 가운데 노약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등산객들이 교통약자 지정석 7자리를 독차지해 왁자지껄 떠드는 장면은 정말 볼썽사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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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폰을 한 대학생 청년(좌), 마스크를 한 젊은 남성(우)이 임산부 배려석에 태연히 앉아 있다. 다 알만한 사람들이기에 더욱 얄밉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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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전동차 중앙에 위치한 교통약자 배려석 7자리를 주말 등산객들이 모두 차지해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
한편, 지하철뿐만 아니라 일부 시내버스에서도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일반 시내버스의 경우 노약자석은 대부분 운영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하철 구로역과 신도림역을 오가는 시내버스를 우연히 탔는데 임산부 배려 자리가 한 자리 마련돼 있었다.
‘임산부 배려석’이란 문구는 지하철과 동일한데 엠블럼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특히 노약자석은 좌석 덮개를 노란색으로 하고, 임산부 배려석은 따뜻함과 사랑을 상징하는 분홍 덮개를 해놓아 눈에 잘 띄었다. 모든 버스 내에도 이같이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했으면 한다.
임신 7개월째인 배효진(32) 씨는 “임산부 배려석의 취지는 좋은데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배가 불러 있는데도 어르신들이 앞에 와 선다.”며 “자리 좀 비켜달라는 뜻으로 보여 계속 앉아있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임신 5개월째인 서수진(28) 씨는 “임신 가방고리를 잘 보이게 해 만지작거리면 자리를 양보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별 약효가 없다”며, “같은 또래로서 교통 약자에 대한 양보의 미덕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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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구로역과 신도림역을 오가는 시내버스(6611) 내 임산부 배려석. 분홍색 덮개가 눈에 확 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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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량 양쪽 끝에 마련된 노약자석은 차량 한 칸당 모두 12자리가 마련돼있다. 이곳 노약자석은 시행된 지 오래돼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보아왔기에 이제는 거의 정착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곧 출산을 앞둔 한 임산부는 “지하철 좌석이 너무 딱딱하다. 쇠로 된 것은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시리고 아프다.”며 “임산부 배려석이나 노약자석은 천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화재 예방을 위해 철제의자로 교체했지만, 승객들이 불편하다는 민원을 다수 제기해 2007년부터 직물의자로 교체를 시작했다.”며 “단계적으로 직물의자로 교체해 나가고 있어 승차감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임산부 배려 가방고리를 어디서 배부하는지 제대로 아는 임산부가 없다는 점이다. 홍보가 덜된 탓이라고 본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에 문의하니 몇 번을 거쳐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각 지하철 고객센터(역무실)에 가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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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게시판인 만큼 임산부 배려석이나 가방고리 안내문 부착 등에 대한 홍보를 해주면 지하철 이용자들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확인 차 곧바로 몇몇 역을 방문했다. 작은 역은 혹시 없을지 모르니 큰 역인 환승역에 들렀다. 그런데 첫 번째 방문역에서는 임산부 배려 가방 고리에 대해 전혀 몰랐다. 2명의 근무자 모두 “아는 바도 없고 가방 고리를 받은 적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두 번째 방문역에서는 “고리를 받은 적은 있는데 어디다 둔 지 잘 몰라 기다리라.”고 말했다. 역무원이 구내 이곳저곳 부산하게 찾아보다가 없으니 퇴근한 다른 직원한테 전화를 해 겨우 찾아 왔다. ‘고리를 찾는 임산부나 여성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환승역에서는 한달 전쯤 수령했다는 말과 함께 역무원이 곧바로 꺼내왔다.
이처럼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알지도 보지도 못한 임산부 배려석과 가방고리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천정욱 교통정책과장은 “임산부를 비롯해 어르신,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하는 지하철 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만놓고 국민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쓸모없는 정책이나 다름없다. 임산부 배려석 역시 장치만 해놓고 승객들이 알아서 지켜주길 바라서는 안된다. 정착될 때까지 정부 당국이나 지자체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철저히 체크해 나가야 한다. 승객들 역시 양보의 미덕과 선진시민의식을 발휘했으면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자리 양보는 임산부 배려의 시작이다.
☞ 2013 임산부를 위한 지원 (보건복지부)
1.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고운맘 카드) : 1인당 50만 원(다태아 임산부 20만 원 추가 지원)
2. 임산부 철분제 지원 : 임신 20주~분만 전, 전국 보건소 배부
3. 임산부 엽산제 지원 : 임신일~3개월까지, 전국 보건소 배부
4. 표준모자보건 수첩 배부 : 산모 수첩 및어린이 건강 수첩, 보건소 및 의료기관 배부
5. 임신출산육아 정보 및 상담 서비스 : 아가사랑(www.agasarang.org) 및 전화 상담(1644-7373)
정책기자 박동현(직장인) qlove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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