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남한산성을 11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유산을 보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그만큼 잦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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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우리나라 12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출처=문화재청 보도자료) |
올해 5월, 희소식이 또 들려왔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평가 결과보고서’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등재권고’로 평가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7월 4일 백제역사유적지구 또한 독일 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새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건축기술, 예술미, 불교확산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백제역사유적지구
- 공주 :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 부여 :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 익산 :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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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의 모습이다. |
필자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문화예산 등재가 유력하단 소식을 듣고 지난 6월 말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웅진시대를 대표하는 공주의 공산성,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에 직접 다녀왔다.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은 공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공산성은 웅진 시대(475-538년)를 대표하는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이다. 공산성은 백제 문주왕을 비롯해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 16년(538년)에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64년간 백제의 왕성 역할을 했다.
공산성은 금강에 접한 해발 110m의 산에 능선, 계곡을 둘러싼 포곡형 산성으로 축조됐다. 성의 길이는 총 2660m이고 동서남북 네 곳에 문 터가 확인됐다고 한다. 특히, 2011년 10월에는 백제의 옻칠가죽찰갑옷, 마갑, 화살촉, 철제 무기류 등이 출토됐는데, 연도(645년)가 새겨진 백제시대 갑옷이 출토돼 세계 학계가 크게 요동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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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성곽 곳곳에 사신 깃발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공산성에 직접 오르니 ‘천혜의 요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을 끼고 있어 적들이 쉽게 침투하지 못했을 것이고, 산 능선을 따라 성이 축조돼 공격과 방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 가장자리를 따라 펼쳐진 성곽은 마치 용이 힘차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도 공산성은 ‘훌륭한 휴양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산성 위에서 바라본 공주시내와 금강의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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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의 성곽은 유려했고, 켜켜이 쌓인 벽돌은 강인해 보였다. |
실제로 필자가 간 날에 트래킹을 하러 온 등산객, 가족단위로 나들이 온 행락객들이 꽤 많았다. 7살, 4살 자녀와 함께 왔다는 김성수(가명) 씨는 “아무래도 공주시 사람이다 보니 공산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라는 소식을 미리 듣고 사람이 많아지기 전에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산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텐데, 이를 위한 안전대책들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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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위에서 내려다 본 금강의 모습. |
공산성을 내려온 필자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송산리 고분군은 많은 사람들이 생소해하는데, 무령왕릉이 있다고 하면 다들 “아, 그곳이구나!” 하는 곳이기도 하다. 송산리 고분군은 웅진 시대 왕, 왕족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송산 남쪽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송산리 고분군에는 무령왕릉을 비롯해 모두 7기의 고분이 남아있다. 1-5호분은 굴식 돌방무덤이고, 6호분과 무령왕릉은 터널형의 벽돌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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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송산리 고분군 모형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
역사시간에 흥미롭게 배웠던 무령왕릉은 백제 25대 임금 무령왕과 왕비의 능으로, 1971년 여름 장마철에 5호분과 6호분 내부에 스며드는 물기를 막기 위한 배수로 공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고 한다. 백제에 대한 연구는 무령왕릉 출토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만 총 108종 4600여 점에 달한다. 이 중 12종 17점의 유물이 대거 국보로 지정됐다. 특히, ‘묘지석’이 출토돼 삼국시대 왕 무덤 중 유일하게 이름과 연대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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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에서는 국보로 지정된 유물들이 다수 출토됐다. 위는 왕의 금제관식, 아래는 왕의 묘지석. |
필자는 ‘모형전시관’에 있는 무령왕릉과 고분 내부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1997년부터 고분 보존 차원에서 내부 관람이 영구적으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모형전시관에는 고분들이 꽤 실감나게 복원돼 있었다. 고분 입구는 아주 낮은 자세를 해야만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좁게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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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들의 벽 부분이 모형으로 전시돼 있었다. 실제 고분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고분 모형에 들어가니 신성한 기운, 서늘한 기운이 동시에 느껴졌다. 고분에 있던 벽화 모형도 실제와 비슷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무령왕릉 발굴과정과 무령왕에 대한 소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제관식, 금제귀걸이, 지석, 왕 발받침 등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필자는 이 모든 것들이 ‘국보’라는 사실, 국보들이 한 곳에서 대거 나왔다는 점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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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전시관에 재현된 무령왕릉 내부. |
무령왕릉 모형 안으로 들어갔다. 왕릉에 있는 벽돌의 문양, 전반적인 형태가 비교적 잘 재현돼 있었다. 필자를 뒤따라 들어온 한 커플은 “모형이어도 느껴지는 기운이 다르네 달라”라며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면서 실제 무령왕릉을 볼 수 없어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 커플은 “무령왕릉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석굴암처럼 안전장치, 유리벽을 갖추고 멀리서나마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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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 내부를 직접 관람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후손들을 위해 철저한 보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무령왕릉을 포함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이외에도 부여, 익산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사비(부여)는 천도 후 백제가 멸망할 때까지의 수도 역할을 한 곳으로,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나성 등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관북리 유적은 30년이 넘는 계획적인 조사 결과 백제의 왕궁지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부소산성은 백제 왕궁의 배후산성으로, 평상시에는 왕궁의 후원 역할을 하다가 위급할 때에는 왕궁의 방어시설로 이용됐다. 이 곳에는 널리 알려져 있는 낙화암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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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부여 관북리 유적 모습.(출처=백제역사유적지구 통합관리사업단 누리집) |
정림사지는 사비 시대 가장 중심적인 곳에 위치한 사찰로, 이 곳에는 국보 제 9호로 지정된 높이 8.3m의 석탑이 존재하고 있다. 능산리 고분군은 부여군 능산리 부여 나성에 인접해 있으며, 최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가 출토된 바 있다. 나성은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구축한 외곽성으로, 방어의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수도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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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익산 미륵사지, 아래는 익산 왕궁리 유적이다.(출처=백제역사유적지구 통합관리사업단 누리집) |
한편, 익산에도 백제 사비 시대 유적이 존재한다. 익산 왕궁리유적은 백제 왕실이 수도 사비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만든 별궁 유적으로, 용화산에서 시작하는 능선의 말단부에 형성된 낮은 구릉 위에 만들어졌다. 익산 미륵사지 미륵사터는 미륵산 아래의 넓은 평지에 펼쳐져 있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역을 자랑한다.
필자는 이번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방문을 통해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고 보았다. 유적들은 보존과 관리가 잘 돼있었고, 1500여년 전의 유적들이 아직도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온 나라의 기쁨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이 ‘문화유산 강국’임을 세계 만방에 알린 쾌거다. 정부와 유관 지자체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보존대책과 관리대책을 철저히 수립해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인들이 감탄하는 곳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 백제역사유적지구 위치
1.공주 공산성
-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로 280
2.공주 송산리 고분군
- 주소 : 충남 공주시 금성동 산 5-1
3.부여 관북리 유적지
-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33번지
4.부여 부소산성
-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31 (쌍북리)
5.부여 능산리 고분군
-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15
6.부여 나성
-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염창리 565
7.부여 정림사지
- 주소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254번지
8.익산 미륵사지
- 주소 :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32-2
9.익산 왕궁리 유적
- 주소 :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산 80-1번지
한국어를 사랑하는 대학원생. 세계 많은 나라에 한국어 교육이 체계적으로 뿌리내렸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의 빛나는 눈망울 속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