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부 따로, 취업 준비 따로…”
취업 준비에 들어선 학생들의 공통적인 고민과 고충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그간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과 경험이 취업 준비 및 장래 직업 역량 함양에는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있어 학교는 졸업을 위한 곳일 뿐이며, 실질적 취업 준비는 학생이 홀로 각종 취업지원 공·사기관을 전전하며 정보를 모으고, 스스로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막막한 사투를 벌이는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현재, 도제학교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도제학교란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베른 상공업 직업학교 방문을 계기로 본격 도입된 제도로, 독일, 스위스의 높은 청년 고용률과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는 도제식 현장교육을 우리 현실에 맞게 도입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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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제학교 제도 도입 과정.(출처=위클리공감) |
2015년, 특성화고 9개교를 시작으로 운영중인 도제학교는, 현재 전국 60개 특성화고 2674명의 학생들이, 830개 기업에 조기 취업해 기업맞춤형훈련을 받고 있다. 특히, 근래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도제학교를 200곳으로 늘릴 계획이란 발표(8월 19일자)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도제학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도제학교의 대폭 증가 계획의 바탕엔, 도제학교가 청년 고용률에 기여하는 성과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가 도제학교 운영 모델로 참조한 스위스의 청년고용률(15~24세 기준)은 61%로, OECD 최고의 청년 고용률을 자랑한다. 2015년 같은 해 독일의 청년고용률이 45.3%, 한국이 26.9%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필자의 지인인 스위스인 줄리(줄리 타이 쉬너, 스위스 풀리 거주) 씨는 자국의 높은 청년 고용률의 비결은, 학생들이 최대한 일찍부터 자신이 필요한 직업 기초역량을 키우도록 장려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전했다.
그녀가 예로 든 스위스 도제학교 과정은 15~16세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되며, 초중등학교 5학년(11~12세) 때부터 인문계 고등학교(Gymnase / Gymnasium)와 일반대학 진학을 위한 수업(B레벨 교육), VET/PET 학교 진학을 위한 수업(G레벨 교육)으로 분화해, 어린 나이부터 일찍 학생들이 진로 맞춤형 교육을 받을 준비를 하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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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교육체계. 초중등학교 5학년때부터 진로에 따라 교육이 분화되며, 고등학교 때 중등직업훈련교육(VET)을 거쳐 고등직업훈련교육(PET)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출처= 전승환, ‘스위스의 직업교육훈련 체제’, 글로벌리포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4.3) |
스위스의 도제학교 과정은 교육 난이도에 따라, 크게 VET(Vocational Education & Training, 중등직업교육훈련)과 PET(Professional Education & Training, 고등직업교육훈련 )과정으로 나뉜다. 졸업하기 전 3~4년동안 학교에서 이론교육과 기업에서의 현장훈련, 별도의 훈련센터(training center)에서 직종별 필수 실무기술을 습득하도록 하며, VET 과정을 졸업한 후, PET(고등직업교육훈련)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대학 혹은 일반대학의 일학습병행제가 그렇듯, PET학교는 이론과 함께 현장 실습 교육을 함께 제공한다.
우리 정부 역시도 도제학교 제도의 원활한 운영과 정착을 위해, 작년 6월부터 8차례에 걸쳐, 꾸준히 도제학교 현장을 방문하며 교육 현장을 살피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도제학교를 운영해온 특성화고 학생들의 직무 능력이 많이 향상되고 직업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는 등 제도 도입의 성과들이 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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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월 18일, 도제학교 중 한 곳인 인천기계공고를 방문했다.(출처=청와대) |
최근 8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인천기계공고의 학생들은, 1주일 중 3일은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2일은 기업에 가서 실습하며 조기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이 취업한 천일엔지니어링 역시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사업 참여로 청년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도제학교 학생들을 채용해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재교육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얻었고 기업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제도 도입의 장점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도제학교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총 847개 직종)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미리 결정해 필요한 직무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며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도제학교 수 확대와 함께, 교육 및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점들의 개선 및 확충도 기대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업계 중심으로 운영되어오던 도제학교를 IT·서비스·경영사무 등 다양한 비공업계열에도 참여를 허용한다. 또한 기존에 2년으로 고정된 도제교육기간을, 앞으로는 참여 산업분야의 특성에 맞게 학교와 기업이 협의하여 자율적(1.5년∼2.5년)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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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모습.(출처=KTV 국민방송) |
이외에도 올해 6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출을 통한 도제학교 법제화 추진, 1학년 2학기부터 도제 교육을 앞당긴 조기 진로 탐색, 도제 학교 및 기업현장 교사의 역량 제고를 위한 연수 강화 및 운영, 도제교육 참여 산업 단체의 공동훈련센터(도제교육센터) 운영을 통한 산업체 참여 강화 등의 개편 방향도 기대되는 바다.
줄리 씨는, 스위스에서 도제학교 진학은 매우 보편적이며, 도제학교는 일반 대학과 동등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에선 10% 미만의 고등학교 졸업생만이 대학에 진학하며, 80%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취업준비를 위해 VET 혹은 PET교육 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도제학교 진학이 일반적이다. PET(고등 직업훈련) 학교는 성적, 이수학점, 출결 현황 반영 등, 일반 대학 못지 않은 수준의 입시 평가 요소를 요구하며, 대기업들도 전문화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점 때문에 PET 졸업생들을 선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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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도제학교의 교육 현장 모습.(출처=스위스연방 중등직업훈련교육기관) |
줄리 씨와의 대화에서도 언급됐듯, 국내 청년 고용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기 위해선, 가급적 이른 시기부터 진로를 모색하고 진로 훈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제 교육을 장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7년 예산안 내용 중, 최고 수준의 투자 부분은 바로 일자리 창출 분야다. 일자리 예산은 전년대비 10.7% 증가한 17조 5000억 원 규모다. 청년·여성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효과가 큰 분야에 중점 투자가 이뤄지는 방향과 도제학교 개편은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번 도제학교 제도 개편을 통해, 우리나라의 도제학교의 양적 증가 뿐 아니라 질적인 상승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메마른 세상 속, 단비를 기다리면서도 스스로 물을 만들고 꽃을 피우는 선인장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뮤지컬,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지식재산권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