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돌’
사잇돌은 사이에 있는 돌, 아랫돌과 윗돌 사이에 작지만 단단하게 괴어진 돌을 의미하는 말이다. 웅장한 모습의 한 석탑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석탑엔 윗돌과 아랫돌, 이 사이를 지탱하는 사잇돌이 오밀조밀 모여있을 것이다. 만약, 사잇돌이 탑 상단부와 하단부를 제대로 지탱해주지 못한다면 그 탑은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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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이 출시돼 중, 저신용자들의 이자부담이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출처=금융위원회 블로그) |
정부(금융위원회)는 사잇돌의 의미를 적극 살려 올해 7월과 9월, ‘은행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 이라는 이름의 상품을 출시했다. 아래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사 례>
회사원 나금융 씨(신용등급 : 8등급, 연소득 : 1800만 원, 재직기간 : 1년 8개월, 과거 연체이력 있음)는 과거 이사자금으로 대출받았던 고금리 대출 910만 원을 표준 사잇돌Ⅱ 대출을 통해 대환했다.
금리는 33.9% → 17.1%로, 총 이자비용이 551만 원 → 259만 원(53%)으로 감소
<출처 : 2016.9.13,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회사원 나금융 씨는 표준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을 통해 이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나금융 씨의 신용등급과 연소득은 저금리 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많다. 따라서 정부는 저금리 대출과 고금리 대출 사이의 간극, 중금리 대출시장에 새로운 대출상품을 출시해 중, 저신용자들의 부담을 경감코자 하는, 사잇돌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자 한 것이다.
그동안 대출시장은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돼 그 사이에서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컸다. 자격에 맞는 마땅한 대출상품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중, 저신용자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7월 초, 은행에 사잇돌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한 후, 운용현황을 지켜본 후 서민들이 애용하는 저축은행에도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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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에 방문하여 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현황을 둘러본 임종룡 금융위원장.(출처=금융위원회 블로그) |
6월 사잇돌 중금리 대출 점검회의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고신용자는 5% 미만 저금리를, 중·저신용자는 20%대 고금리를 부담하는 ‘금리단층’ 현상이 지속되는 실정이며, 중금리 시장 활성화는 서민들의 금융접근성 제고, 금리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권 전체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절박한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은 사잇돌 대출 시장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상품이 출시된 7월 5일부터 8월 26일까지 중, 저신용자들에게 총 7,004건, 737억 원이 대출됐다고 한다.
주요 금융회사들도 사잇돌 대출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은행과 저축은행의 주요 중금리상품 대출잔액이 2015년에 비해 약 5배 증가한 3,291억 원(2016년 6월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은행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 한다.
은행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은 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저금리 및 일반은행 중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 저신용자들에게 대안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대출상품별 대출금리 현황>
(5% 내외) 은행신용대출 → (6~10%) 은행 사잇돌 → (15% 내외) 저축은행 사잇돌(사잇돌 II) → (20%~) 저축은행·대부업 신용대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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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의 신청대상 안내.(출처=금융위원회) |
한편, 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은 고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약 8% 수준의 금리로 운용된다. 최대 2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주요 이용대상은 신용이 양호한 중신용자, 사회초년생, 연금수급자 등 충분한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기존 은행상품 대출이 어려운 사람,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 중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다.
은행 사잇돌 대출의 자격요건은 연소득 2,000만 원 이상 또는 사업 및 연금소득 1,200만 원 이상인 사람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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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은 해당 은행 누리집에 가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누리집.(출처=우리은행 누리집) |
그렇다면 기존 은행의 중금리 상품 및 ‘새희망홀씨’로 대표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은 이번에 출시된 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존 은행 중금리 상품은 1~3등급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중, 저신용자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시중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자가 활용하는 상품이라 중신용자들은 급히 돈이 필요한 경우 매우 난처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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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이 정부 방침에 맞게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 운용하고 있다.(출처=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 누리집) |
은행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은 은행의 범위를 넓혀 30개의 저축은행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은행 사잇돌 중금리 대출과 마찬가지로 최대 2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300만 원 이하 소액대출 등 다양한 상품도 만나볼 수 있다.
필자가 몇 곳의 저축은행 사잇돌Ⅱ 대출을 확인해보니 금융위원회에서 언급했던 상품이 출시돼 운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행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은 신청대상이 다소 완화돼 근로소득 1500만 원 이상의 근로자, 사업, 연금소득 800만 원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금리는 평균 15% 내외다.
위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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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잇돌 대출보다 저축은행 사잇돌 Ⅱ대출의 조건이 완화돼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금융위원회) |
정부는 이번 은행 사잇돌(Ⅱ) 중금리 대출이 진정한 ‘사잇돌’ 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사잇돌 중금리 대출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인센티브 부여 방안, 추가 지원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이번 대출상품이 대출이 어려웠던 사람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던 사람들은 중금리 대출로 갈아탐으로써 이자비용을 낮춰 가계부담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주는 마중물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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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잇돌의 본뜻이 잘 실현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출처=금융위원회) |
무엇보다도 이번 조치가 가계부채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출현황을 면밀히 수정 및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대출신청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여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은행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신청자들이 ‘우대금리’를 충분히 챙길 수 있도록 적극 홍보,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 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전 형입니다. 외교, 통일, 그리고 제 전공인 한국어교육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유익한 정책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