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가려면 큰맘 먹고 준비를 해야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행경비의 삼분의 일에서 많게는 반까지 차지하는 항공권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저가항공사라는 이름의 중소규모의 항공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비행기 값은 부담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저렴해졌다.
항공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최대한 고객을 모으려다보니 항공권을 빨리 살수록 저렴하게 해주는 얼리버드 라는 홍보 전략도 생겨나게 됐다. 길게는 1년, 짧게는 4개월 전부터 항공권을 판매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소비자는 1년 전에도 항공권을 구입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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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게 일찍 항공권을 구매했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
필자 역시 12월 말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7월 초에 구매한 적이 있다. 반년 뒤의 일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몇 십만 원이나 저렴하다보니 그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출발일이 다가오자 문제가 생겼다. 하필 출발하는 날이 학교 행사와 겹친 것이다. 허둥지둥 환불 규정을 알아봤지만 환불 수수료는 십만 원을 훌쩍 넘었다.
다행히 필자는 학교의 행사와 조율이 잘돼 여행을 떠날 수 있었지만 출발하는 순간까지 이런 불공평한 수수료에 의문을 가질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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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가까이 남은 항공권을 취소하려는데도 출발하기 며칠 전과 동일한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것은 굉장히 불공정한 일이다. |
이런 곤란한 상황은 수없이 일어난다. 예약을 잘못해 바로 취소를 하려해도 출발 전과 다름없는 값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하며 일정이 바뀌어 출발일까지 백일이나 남은 항공권을 취소하려는데도 출발하기 며칠 전과 동일한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것은 꽤나 불공정한 일이었다.
실제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항공여객서비스 피해구제건수 900건 중 항공권 취소와 관련한 피해구제건수는 766건(85.1%)으로 항공권 취소 수수료의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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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권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출처=공정거래위원회) |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국내 7개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권 취소수수료 약관을 점검하여 취소시기에 상관없이 일률적인 취소수수료를 부과하는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
현행의 불공정한 조항을 보자면 날짜 별로 취소수수료를 구분하지 않고 거리에 따라 단거리는 5만 원, 중거리는 7만 원, 장거리는 15만 원의 수수료를 물고 있다.(대한항공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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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전 취소수수료와 수정 후 취소수수료 비교표.(출처=공정거래위원회) |
조항을 살펴보면 먼저 출발일 91일 전의 취소에 대해서는 전액을 환불하도록 시정했다. 또한 이전의 구간 대신 기간을 기준으로, 출발일까지의 기간을 4∼7개의 구간으로 나눠 출발일로부터 가까울수록 취소수수료율이 높아지도록 시정했다.
기간 구분방식과 기간별 취소수수료율은 항공사마다 상이하나, 할인운임항공권의 취소수수료가 정상(일반) 운임항공권의 취소수수료보다 높은 기존의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된다. 이른바 프로모션 등 특가로 구입한 항공권의 취소수수료는 일반 항공권보다 높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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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에 따라 취소수수료가 달라지게 됐다.(출처=공정거래위원회) |
국내선의 경우는 현재 조항으로도 취소수수료의 수준이 높지 않고, 이미 취소시기별로 차등화된 취소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조치를 통해 항공권 취소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과다한 취소수수료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예방돼 여객항공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익보호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시정내용을 토대로 국내 항공사뿐만 아니라 국내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의 취소수수료 약관과 여행사를 통한 항공권 구매 후 취소시 수수료에 대한 약관도 점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외국 항공사를 통해 예약을 했다 취소를 한 경우에도 정당한 취소수수료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해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