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에 자동차 정비 일을 시작해 꾸준히 한우물만 팠다. 기능 자격증 최고 등급인 기능장을 포함해 국가기술자격 13개, 3권의 교육저서 등을 저술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지금은 한국폴리텍대학 자동차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동차의 달인으로 통하는 강용석 교수 얘기다.
고교 졸업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동차 기술의 길을 걸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강 교수가 들려주는 성공의 비결은 꾸준히 ‘마이웨이’를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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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교수가 교육용 시뮬레이터를 가동해 보고 있다. |
Q. 교수님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사람이 아프면 고치는 직업이 의사잖아요. 자동차가 아프면 고치는 직업이 정비사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은 바로 정비사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좀 중증의 자동차들을 고친다고 할까요. 그런 기술을 좀 더 수월하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쳐요.
예전에는 기술자라고 하면, 소리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했는데 그건 육안으로 하는 1·2차원 정비에 해당돼요. 3차원 정비는 데이터 정비예요. 의사가 데이터를 가지고 사람의 병을 진단하듯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단점을 비교해서 진단하는 게 4차원 진단이에요. 3·4차원 정비, 즉 데이터를 보고 진단하고, 판단하며 고치는데 필요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지요.
Q. 고등학교 졸업 후 집안 형편 때문에 이 길을 걸어오셨는데, 중간에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다거나, 너무 힘들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신 적은 없었는지요?
A. 포기 못해요. 이 길밖에 없으니까요. 저에겐 그 당시 학력도 없고, 인맥도 없고, 돈도 없었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 이 길이었기 때문에 이 길에서 뭔가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마음먹어 더 절실했던 것 같아요.
남보다 더 빨리 배우고, 빨리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절박함에 힘들다는 생각도 모르고 했어요. 어차피 건널 산이면 건너자 맘먹고 몰래 숨어서 공부를 했어요.
제가 자동차 업체에서 근무할 때 남들과는 달리 자격증을 따고 싶었어요. 다들 비웃었지요. 기능장을 받고 싶어 군산시에서 업무를 마치고 바로 인천에 있는 기능대학으로 4시간을 꼬박 달려서 수업을 받으러 갔어요.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잠 잘 시간을 쪼갤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추운 겨울, 남들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잘 때, 저는 책상에서 달달 떨면서 공부했는데 그 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지칠 때마다 항상 맘속으로 2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면서 힘을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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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는 그가 살아온 족적이 가득하다. |
Q.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매력은 사실 너무 많죠. 일단 재미있다는 점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고졸 출신으로 대우 자동차에 입사 할 당시였어요. 품질개발팀에서 연구팀과 같이 일을 하는데 연구부장이 자꾸 변속기만 올리라는 거에요. 밤새도록 변속기어만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왜 하는지를 몰랐지요.
그때 뭔가 머리를 스치는 거에요.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지?’ 그래서 바로 연구과장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타 봐.” 하시는 거에요.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면 기어 노이즈라고 해서 달그락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있어요. 바로 그 소리를 잡아 주는 것이 변속기어라는 거에요. 그 때 도를 닦은 듯 느낀 바가 있었어요.
‘아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무엇을 하더라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됩니다.
Q. 자기 개발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A. 예전에는 제가 현장 기술자만 만났어요. 그러다보니 사고의 한계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여러 모임에도 나가고 다양한 분야의 직업인들도 만나요. 정치인, 연구자, 방송국 관계자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 사고도 많이 변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부족한 것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 좋아요. 교육자지만 해외로 나가서 추가로 공부도 해보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공부하지 않는 인간은 결국 도태되어 한계점에서 끝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이 직업을 가지면서 가장 큰 활력소는 무엇이었나요?
A.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죠. 처음엔 기술자로 시작했지만 단계를 높여 교육자가 되면서 얻은 만족감과 자신감, 그게 활력이죠.
또 하나는, 자동차는 어느 중간에 멈추는 기술이 아니라 진행형이잖아요. 그러니깐 희망이 보이면서 활력도 생기고, 사람들에게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지금 더 전력투구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면 과거에는 단순 1·2차원 정비였고, 눈에 보이는 관점에서 뜯고 고치면 다 되는 시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3·4차원의 고차원인 데다 전자제어 시스템을 알고 있어야만 하지요. 과거에는 그 분야 최고였다고 하지만 정진하는 맛을 알지 못하면 결국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공부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한 계속 발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 그것이 가장 큰 활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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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하는 자동차 학과 학생들. |
Q. 30년 넘게 자동차 정비계열의 전문가로 통하는데 어린 후학들에게 기술자로서 반드시 이것만은 지켜라하는 것이 있나요?
A. 공부하기 싫으면 기술 배우라고 그러잖아요. 단순히 기술자는 공부를 못해도 할 수 있지만 기술자로 인정받고 최고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과 업그레이드를 해야 해요.
기술도 자기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만들려면 평상시에 관찰하고 메모하는 연구자의 자세가 필요해요. 그리고 이 일의 최대 장점은 기술력만 있으면 평생직장이 된다는 거에요.
기술자는 시간이 갈수록 경력+이론+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더욱 인정받게 돼요. 또 전세계 어디를 가도 그 나라 언어만 잘 알고 있으면 통용되는 것이 기술이에요. 그러나 기술이란 것이 한 번 배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계속 업그레이드 하듯 해야 한다는 거에요. 쉼 없이 죽을 때까지 노력 또 노력해야 해요.
Q. 이 길을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세상을 넓게 보고 미래를 개척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기술자라고 해서 기술책만 보면 안됩니다. 어느 누구라도 사고의 한계가 있어요. 기술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단계, 또 그 다음 단계가 남아 있어요.
그리고 국내와 외국은 또 많이 달라요. 다양한 걸 많이 접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사교성도 좀 있어야 하고, 언어도 잘해야 해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봐야 해요. 자기 전공과 관련된 서적을 많이 접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요. 그 외에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이루고자 하는 꿈과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시간문제지 언제든 꿈은 이룰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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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텍대학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강용석 교수. |
필자는 강용석 교수를 만나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강 교수는 말단직원 시절부터 현장 직원들 중 유일하게 기능장을 취득한 사람이다. 경제가 좋아 남들이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못 느낄 때에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IMF 위기가 닥쳐 퇴직을 권고당할 때 그는 교육자의 길로 전향해 당시 동기들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위치가 되었다.
능력중심사회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강용석 교수는 그가 살아온 인생 자체만으로도 큰 울림을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민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만드는 국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