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날씨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마침 11월 6일까지 가을 여행주간입니다. 올가을, 더 추워지기 전에 세계적인 여행잡지 론리 플래닛이 선정한 아시아 10대 관광명소 전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떠세요? 맛과 멋이 함께하는 전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전주에 사는 정책기자가 추천하는 맛있는 전주여행! 함께 떠나보시죠!
# 아침 :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인 전주 콩나물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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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란은 국밥에 넣어 함께 먹는 것보다 국물을 4~5숟갈 넣고 김가루를 뿌린 후 휘휘 저어 드시면 더욱 맛있습니다. |
예로부터 맛의 고장 전주에는 ‘전주 팔미(八味)’, 혹은 ‘전주 십미(十味)’라는 게 있었지요. 현재는 농업 기술의 발달과 도시 구조 변화로 그 명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전주의 미(味)가 바로 콩나물국밥입니다.
물맑은 전주천이 흐르고 있어 질 좋은 콩나물을 많이 생산하던 전주에서는 콩나물국밥을 즐겨 먹었습니다. 이는 풍토병을 예방하는 데 효력이 있어 식탁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전주 부사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콩나물국밥에 막걸리, 계피, 흑설탕 등을 넣고 달인 모주를 곁들이면 술 마신 다음날 속풀이에도 제격입니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끓이는 식’과 ‘남부시장 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끓이는 식은 콩나물국에 계란을 함께 넣어 팔팔 끓여내는 방식으로 뜨거운 국물이 구수하고 걸쭉한 맛을 냅니다. 반면에 남부시장 식은 적당한 온도에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특징으로 계란이 ‘수란’으로 제공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민에게 한결같이 사랑받고 있는 음식 중 하나인 전주 콩나물국밥! 여행을 시작하기 전 든든한 아침식사로 추천합니다!
# 점심 :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진 맛의 향연! 전주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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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52년부터 대한민국 최초로 전주비빔밥을 판매한 한 음식점의 비빔밥입니다. ‘미슐랭 가이드 한국편’에 소개되는 등 전주비빔밥 대표 맛집 중 하나로 꼽힙니다. |
여러분은 전주하면 어떤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다양한 재료가 모여 조화로운 맛을 내는 음식, 전북을 넘어 국가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은 전주비빔밥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전주까지 왔는데 정통 전주비빔밥 맛보지 않고 가면 섭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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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은 밥알이 으깨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비벼먹는것이 더욱 좋습니다. |
전주비빔밥은 눈으로 한번, 입으로 한번, 두 번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호박, 시금치, 표고버섯, 도라지, 무생채, 고사리, 묵, 지단, 은행 등 다양한 재료가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고,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입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나는 육회(혹은 쇠고기 볶음)와 함께 비벼 먹는 전주비빔밥! 점심 메뉴로 추천합니다.
Tip. 비빔밥 와플, 비빔밥 크로켓 등 비빔밥을 활용한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한옥마을에 많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정말 맛있으니 꼭 드셔보세요!
# 여행 중 출출함을 달래줄 간식 : 전주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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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초코파이는 전주의 마카롱입니다. |
초코파이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초코가 입혀진 빵과 부드러운 마시멜로. 전주에 오면 조금 독특한 초코파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바로 한 제과점에서 개발한 초코파이 빵입니다. 한옥마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전주 초코파이는 촉촉한 빵에 초코를 입히고 그 속에 딸기잼과 생크림, 견과류를 넣어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여행 중 출출함을 달래줄 간식으로 전주 초코파이를 추천합니다!
# 저녁 :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한상차림, 임금님 부럽지 않은 전주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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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근처에 위치한 한 음식점의 막걸리 한상차림. 이곳에선 저렴한 가격에 매운 족발, 닭발, 꽃게튀김, 파전, 소고기 너비아니 등 일반 주점의 메인 요리급 안주를 13가지나 맛볼 수 있습니다. |
전주에는 일명 ‘막걸리 골목’이 있을 정도로 유독 막걸리가 유명합니다. 이는 푸짐한 인심을 자랑하는 막걸리집의 안주 때문인데요. 상다리가 부러지는 한상차림이 마치 옛날 귀중한 손님에게 내오는 주안상 같습니다.
오죽하면 전주에서 막걸리집 가는데 저녁 먹으면 바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한 주전자씩 추가할 때마다 달라지는 안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어제 몇 주전자를 먹었으며 어느 안주까지 봤다는 이야기가 다음날 일상의 전설로 남습니다. 술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을 위해 술 추가 가격을 싸게 받고 미리 한상 차림으로 판매하는 가게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골라가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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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먹는 막걸리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해보세요! |
가짓수도 많을뿐더러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그야말로 술이 술술 들어갑니다. 왁자지껄한 막걸리집과 달그락 거리는 주전자 소리, 쨍하고 부딪히는 막걸리 잔 소리가 정겨움을 불러일으키는 막걸리집.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음식 먹으며 추억 한번 쌓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 전주의 독특한 술 문화 : 가맥(가게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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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송송 썰어진 고추가 들어간 치킨과 닭발 튀김이 나오는 한 가맥집을 좋아합니다. |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문화는 가맥 문화입니다. 가맥이란, 가게 맥주를 뜻하는 말로 동네 슈퍼 등 가게 앞에 앉아 그곳에서 산 맥주에 잘 말린 북어, 황태와 갑오징어를 저마다의 비법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 선술집을 말합니다. 저렴하게 먹는 맥주와 안주, 여기에 시원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구멍가게에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독특한 술 문화로, 전주에서 시작돼 지역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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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가맥집 3대 천왕으로는 황태구이가 유명한 전*가맥, 고추치킨과 닭발 튀김이 유명한 영*가맥, 북어구이가 유명한 임*가맥을 많이 뽑습니다. |
슈퍼별로 안주의 특색도 다르니 취향에 맞게 방문하시면 되겠습니다. 8월이 되면 전주 한옥마을 근처 가맥거리에서 가맥 축제도 열리니 애주가라면 내년 8월에 시원한 맥주 여행 한번 와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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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
이 밖에도 물짜장, 한정식, 야시장의 먹거리 등 전주는 맛의 도시답게 먹을 것이 참 많은 도시입니다. 그렇다보니 여행을 할 때 어떤 음식을 맛볼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가지 않으면 맛있는 음식들을 모두 맛볼 수가 없습니다.(너무 맛있더라도 다음 음식을 위해 꾹 참는 인내도 필요합니다.) 다채로운 음식이 다니는 내내 군침 돌게 하는 전주! 이번 가을 전주로 식도락 여행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홍정의 hje273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