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추워졌다. 이번 주말이 올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가을 여행의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가을 여행주간이 이번 주면 마무리된다.
관광 활성화와 내수시장 확대, 여름철에 집중된 휴가 분산 등을 위해 봄, 가을 일정한 시기를 정해 관광을 장려하는 가을 여행주간이 11월 6일까지다. 특히 이번 가을 여행주간에는 평소에 공개하지 않았던 관광지를 한시적으로 개방해 대한민국 숨은 관광지를 찾아보는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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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가면 설악산의 단풍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
우리나라 단풍의 시작을 알리는 설악산에는 설악동 탐방지원센터에서 비선대를 걸쳐 천불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3.0km(편도) 구간의 단풍길이 있다. 이 단풍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선정한 ‘걷기 좋은 국립공원 단풍길 10선’에 올라있다. 단풍길은 대부분 경사가 완만한 산책길로 등산보다는 가볍게 나들이하기 좋은 구간들이 선정됐다고 한다.
가을 여행주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주말에 남편과 설악산을 찾았다. 단풍을 제대로 즐겨보고자 단풍길 코스인 비선대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신흥사를 기점으로 오른쪽은 흔들바위, 울산바위 방향이고 왼쪽은 비선대 등산코스였다.
코스를 살펴보니 울산바위에 다녀오고 비선대를 가더라도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아 울산바위도 등반하기로 결정했다. 울산바위 코스는 처음에는 평평한 길이 이어졌다가 약간 경사진 길이 되었다. 걸어가는 내내 돌과 바위가 많아 발밑을 살피며 가야 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같이 걷고 싶었는데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문득 계곡 물소리에 정신이 들어 올려다보니 빨간 단풍이 눈앞에 보였다. 틈틈이 눈앞에 보이는 빨강, 노랑, 주황의 나뭇잎들은 힘겹게 등반하는 이에게 기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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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조암 근처에 있는 흔들바위는 간단한 복장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 |
계조암 근처에 있는 흔들바위는 등산객들의 사진 모델이 되고 있었다. 등산하기 마땅치 않은 차림으로 온 관광객들은 흔들바위까지만 기분을 내고 가는 분위기였다. 울산바위 코스는 난이도가 있는 구간이라 그 코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등산복을 차려입고 운동화를 착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울산바위는 거대한 돌산이라더니 올라가는 길도 좁고, 가팔랐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바라보는 푸른 녹음과 빨갛게 물들기 전 주황색 단풍잎을 보면서 순리를 따르는 자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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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 가는 구간은 난이도가 있어서 등반을 각오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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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돌산이 울산바위다. |
설악산 북쪽에 위치한 울산바위는 정상으로 갈수록 높은 철계단이 쭉 이어져 있었다. 사방이 절벽인 울산바위는 여섯 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돌산답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숲은 빼곡하게 나무들이 뭉쳐있어 다른 세계를 보는 듯했다. 하산하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시간이 적게 들었다.
비선대로 들어가는 길은 울산바위로 가는 길 보다 평평한 길이 이어졌다. 길도 넓어서 둘이 나란히 걸을 수 있었다. 울산바위 코스가 여유없는 등반이었다면 비선대 가는 길은 여유로워 발걸음도 서두르지 않아도 됐다.
가족들, 동호회 동료들, 친구 등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장난도 치고 가는 분위기라 시끌시끌했다. 걷는 길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어 귀로는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알록달록한 색색의 나뭇잎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그렇게 다양한 소리를 내는지 처음 알았다.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 얘기, 아이들 이야기 등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비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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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에서 바라본 설악산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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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飛仙臺)는 선녀가 설악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다가 하늘로 올라갔다 해 이름지어진 곳이다. |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던 선녀가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해 비선대(飛仙臺)라 불린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자연의 경치를 감상하고 시를 읊으며 그 경치를 예찬했다고 한다.
18년 만에 비선대를 다시 찾은 남편과 필자는 추억을 더듬었다. 18년 전 당시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4살 큰 아이가 물 위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잡으려다 물 속에 빠졌는데, 다행히 옆에 있던 아저씨가 건져주었던 추억이 있던 곳이다.
마침 겨울이라 휴게소 겸 매점이었던 가게에서 난로에 젖은 아이 옷을 말렸던 얘기, 필자는 둘째를 업고, 남편은 첫째를 업고 내려왔던 그 때의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들과 일정을 맞출 수 없어 둘만 떠나온 것인데, 오히려 남편과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올 가을 여행은 단풍길을 걸으면서 제대로 가을을 만끽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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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을 거쳐 내려오는 등반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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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단풍길을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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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길은 계곡이 옆으로 흐르고 있고 길도 걷기에 편하다. |
비선대를 거쳐 남쪽으로 천불동 계곡을 지나는 구간이 모두 단풍길이다. 대청봉을 거쳐온 등산객들은 정상의 단풍은 거의 져서 현재는 천불동 계곡의 단풍이 절정이라 했다.
천불동 계곡은 ‘천 개의 바위가 마치 불상을 늘어놓는 듯 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천불동 계곡을 쭉 따라 올라가면 왼쪽편으로 커다란 바위들이 계곡에 자리하고 있고 오른편에는 붉은 단풍나무, 붉은 갈색을 띤 상수리나무 등이 뛰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남편과 둘이 단풍길을 걸었던 이번 가을 여행이 또 하나의 추억으로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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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단풍은 계곡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느께게 한다. |
설악산 국립공원의 비선대에서 천불동 계곡길 뿐만 아니라 속리산 국립공원 세조길,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이어지는 9.4km 저지대 탐방로, 지리산 국립공원 직전 마을에서 삼홍소로 이어지는 3.0km의 길 등이 단풍길 10선에 소개돼 있다.
누군가가 말했듯 추억의 또 다른 이름은 여행이다. 가을 여행을 미처 다녀오지 못했다면 가을 여행주간이 끝나기 전 훌쩍 떠나, 깊어가는 가을 정취와 지는 단풍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기를 권해본다.
정책의 수혜자가 온 국민이 되기를 희망하며 정책 정보와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준비된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