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대학생 시절 학술대회 참가나 여행 등을 위해 1년에 서너 번은 부산에 다녀오곤 한다. 그런데 나들이의 기쁨도 잠시, 부산행을 할 때마다 매번 겪게되는 수고로움이 있다. 바로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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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통행권. |
대구에서 부산으로 가려면 달구벌 대로에서 출발해 수성IC로 이동한 다음 중앙고속도로(대구~부산)를 거쳐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 때 통행료를 두 번 지불해야 하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김해부산톨게이트와 대동톨게이트(대동분기점)이다. 운전자들은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차량을 정차해야 하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이유는 고속도로 운영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부산 구간은 8개 회사가 참여해 민간자본으로 건설됐다. 반면 남해고속도로는 재정고속도로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고속도로를 이용하다보니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3,000원 정도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물론 장점도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경주와 울산 등을 우회해야 하지만 이 노선은 직전만 하면 된다. 당연히 운행거리와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와 같은 수고를 겪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정부가 재정고속도로와 민간고속도로의 통행료 징수를 통합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통합 징수…무정차 시스템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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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속도로의 한 톨게이트. |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부터 재정고속도로와 연결된 8개 민자고속도로에서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해당 민자고속도로는 대구-부산을 비롯해 천안-논산, 서울-춘천, 서수원-평택, 평택-시흥, 부산-울산, 수원-광명, 광주-원주 구간이다.
그동안 운전자들은 재정과 민자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중간영업소에서 각각 정산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중간 정차 없이 최종 출구에서 통행료를 한 번만 내면 된다. 고속도로 이용 시 면제와 할인, 할증 등의 사항은 각 고속도로 운영사의 통행요금 기준에 따라 구분되어 일괄 적용된다.
이번 조치가 가능하게 된 것은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영상카메라를 활용해 차량 이동경로를 파악한 다음 최종 목적지에서 통행료를 일괄 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운전자들은 별도의 통행권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 도입으로 기존의 중간영업소는 철거됐고, 그 자리에 영상카메라가 들어섰다. 해당 구역에 각종 설비가 마련된 만큼 이용자들은 정차나 감속 없이 그대로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중간영업소가 완전히 철거되기까지 영업소 구간의 도로 폭이 좁아 30km로 서행해 통과해야 한다.
통행료 통합 징수로 9,300억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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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및 민자고속도로 현황.(사진=국토교통부) |
이번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은 여러 가지 사회적 편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운전자들이 정차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하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운행 중 통행료를 미리 준비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또 연료가 절감되고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등 9,300억 원에 달하는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철거된 중간영업소는 향후 운전자들을 위해 졸음쉼터, 간이휴게소 등 편의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분기점에 이 같은 시설이 마련되는 만큼 운전자들의 이용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의 효과가 큰 만큼 내년에는 더욱 확대될 계획이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옥산오창고속도로, 부산신항 제2배후도로 등 3곳이 이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인데, 노선이 확대되면 사회적 편익은 자연스레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교통카드 또는 현금으로 요금을 납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납부방식이 더욱 다양해 질 전망이다. 요금은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 도입과 함께 결제시스템도 개선돼 전국 모든 민자고속도로(12개)에서 신용카드 납부도 가능해진다.
또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 기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국 모든 고속도로에서 통행권을 뽑지 않고도 주행 중에 자동으로 통행료가 부과되는 ‘스마트 톨링(Smart Tolling)’을 2020년부터 도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지불하느라 차 안에서 허둥지둥대기도 했고, 노선을 잘못 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로서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모든 고속도로에서 통행료가 통합 징수돼 운전자들의 편의가 더욱 높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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