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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벌판 헤쳐가는, 우리는 구공백말띠!

90년생 27세, 구공백말띠 청년들이 살아가는 법

2016.12.12 정책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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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말띠다. 일반 말띠가 아닌 60년마다 돌아오는 백말띠. 12간지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백말띠는 60년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90년생들은 “너는 그냥 말띠가 아닌, 특별한 백말띠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90년생 백말띠들은 곧 스물여덟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사회의 출발선에 막 들어선 상황. 하지만 그 누구보다 고민들이 많다. 그 힘들다는 취업문을 뚫고 입사를 하긴 했지만, 이 길이 내가 꿈꿔왔던 길과 맞는지,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취업관문을 뚫기 위해 오늘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에 뭉쳐 하나의 놀이문화를 만들어 냈고, 지난 12월 10일에는 가평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구공백말띠 2016 마지막 프로젝트 따뜻한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총 70명의 백말띠들이 함께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나눴다. 

가평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구공백말띠들
가평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백말띠들의 모습.


이날 백말띠들은 300kg의 쌀과 360만 원 상당의 생활용품을 가평 꽃동네에 전달했다. 각각 환희의 집, 평화의 집, 사랑의 집, 은총의 집에서 점심식사 준비, 청소를 했고 정신질환 환자나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기도 했다.

백말띠들은 한결같이 ‘구공백말띠’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뭉치지도 못했을 것이며, 가평 꽃동네에서 봉사활동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90년생의 90년생을 위한 90년생에 의한 페이지’인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관리자 김건우(가톨릭대학교, 국제관계학) 씨를 만나 구공백말띠들이 사는 법,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을 위해 양파를 까고 있는 백말띠들
점심을 위해 양파를 까고 있는 백말띠들.


먼저 그는 90년생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과거 경험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세대별로 잘 나누기는 쉽지 않지만, 90년생들은 ‘포켓몬 세대’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포켓몬 빵을 먹고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모두 혈안이 돼있었으며 극단적인 친구들은 빵은 안먹고 스티커만 챙겼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지금 학생들은 학교에서 몰래 스마트폰을 하지만, 백말띠들은 수업시간에 다마고치를 했다. 4학년 때까지는 ‘국민체조’를, 이후부터는 ‘새천년건강체조’를 배웠다.

이렇듯 특별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백말띠 친구들을 위해 2013년 7월에 군 전역을 한 김건우 씨는 같은 해 11월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이하 구공백말띠)’를 만들었다. 페이지 개설 계기에 대해 그는 “당시가 2014년 말띠가 다시 돌아오는 해였고, 우리는 반오십, 스물 다섯이 되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말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개설했다.”고 밝혔다.

삼성라이온즈 김상수 선수와의 대화 모습 (출처 : 김건우)
삼성라이온즈 김상수 선수와의 대화 모습.(출처=김건우)


이렇게 해서 탄생한 구공백말띠는 ‘함께 어제를 추억하고,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준비해 나가자’는 캐치프라이즈 아래 어제, 오늘, 내일을 테마로 백말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감을 나누고, 목표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구공백말띠는 문득 떠오르는 추억들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개설한지 한 달 만에 만 명이 넘는 백말띠들이 들어왔다. “구공백말띠라는 이름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신기하게 생각했겠지만, 전국에 있는 90년생들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구공백말띠는 ‘백말띠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새해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2014 달려라 백마 신년파티’를 기획했다. 2014년 1월 3일 진행된 신년파티는 삼성라이온즈의 김상수 선수와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씨 등 총150여 명의 친구들이 모여 함께 얘기를 나누며 파티를 즐겼다. 

신년파티가 끝난 후 찍은 단체사진 (출처 : 김건우)
신년파티가 끝난 후 찍은 단체사진.(출처=김건우)


첫 모임을 성황리에 끝낸 후, 좀 더 다양한 이벤트들을 기획했다. 대표적으로 ‘하얀말 회초리’는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을 패널로 초청해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기성정치인과 청년들의 거리감을 좁혔다. 이후 그는 가장 큰 화제가 됐던 ‘2016 하얀말 운동회’를 준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까지는 운동회였지만 4학년 때 부터 체육대회로 바뀐 ‘운동회’를 기획한다면 지친 일상 속에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막연하게 “우리 운동회 할까?”라는 말에 많은 백말띠들이 화답을 해줬고, 2016년 10월 8일, 봉천초등학교에서 하얀말 가을 운동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서로 초면인 백말띠들이 동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쉽게 말을 트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서로 즐기면서 상대팀을 응원하기도 했고, 점심시간에 둘러 모여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생활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하얀말 운동회 모습. 승패를 떠나 모두 즐겼다.
하얀말 운동회 모습. 승패를 떠나 모두 즐겼다.


운동회가 끝난 뒤, 봉천초등학교에서는 쓰레기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많은 백말띠들이 울컥했고, 운동회의 영상이 업로드 됐을 때는 전국에 있는 백말띠들이 감동을 받았다.

운동회 후 백말띠들은 사는 곳에 따라 각각의 그룹을 형성해 매일 모이기 시작했다. 백말띠들은 “사회에 나가면 대학, 직업, 위치를 따지면서 계산적인 삶을 살아가 지쳤는데, 여기는 누군지 궁금해 하지도 않고 동갑이라는 이유로 친구가 돼 좋았다.”고 밝혔다.

또한 백말띠들은 서로의 고민, 경험했던 일들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유했다. 같은 친구들의 고민을 들으며 공감하고, 댓글을 달며 서로를 응원했다. 또한 자신이 기쁜 일이나, 각종 기념일에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생각으로 기프티콘을 보냈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직접 기프티콘을 사 선물하기도 했다.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아래 모인 백말띠들은 ‘진정한 친구’가 돼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기적이다’는 말은 이곳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서로 도와주고 아끼며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로 이들의 삶을 밝게 비추고 있다.

일자리 문제와 생활의 어려움 등 힘든 삶 속에서도 백말띠들은 한 곳으로 모여 과거를 회상했고, 현재를 같이 이야기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개개인이었다면 힘든 난관을 헤쳐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함께 있다’는 유대감과 연대감은 이들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에너지가 됐다.

이제 백말띠들의 이러한 프로그램은 하나의 놀이 문화로 바뀌고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봉사활동을 통해 그들만의 사소한 즐거움이 따뜻한 사회문화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김건우 씨는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친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백말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최근 진행된
최근 진행된 ‘하얀말이 간다 : 경부고속도로편’ 중 부산에서 찍은 사진.(출처=김건우)


“‘우리는 걸어온 길도 다르고 살아온 길도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친구야’라는 문구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구공백말띠 페이스북 페이지나 메시지를 통해 힘든 점이나 기쁜 점을 나누면서 공동체라는 것을 느꼈으면 해. 여력이 되는 한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테니까 함께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누자.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우리가 구공백말띠라는 것은 변함이 없을 테니까.”



조수연
정책기자단|조수연gd8525gd@naver.com
자유로운사고, 냉철한 분석, 공정한보도! 대진대 학보사인 대진대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조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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