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만 7천명. 지난해 기준, 혼자 사는 어르신(만 65세 이상)의 숫자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독거노인’이라 칭한다. 1인가구라는 표현보다 서글픈 정서가 담겨있다. 그 안에 엄마가 계신다. 76세이신 엄마는 지난 해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됐다.
춥다. 엄마에게 전화했다. 용건이 없는 통화는 늘 어색하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없으면 적적할 걸 안다. 간간히 영화를 보고, 나들이 겸 외식을 하지만, 늘 부족하다. 공허한 하루 어디쯤 문득 서러워질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노인복지 정책의 도움을 받을 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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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로 나타났다.(출처=OECD,기획재정부) |
정부의 복지정책은 다양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을 위한 사업을 살펴봤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요양서비스는 필요하지 않으나, 돌봄이 필요하신 독거 어르신이 대상이다. 기초연금 수급자이며 다른 재가복지서비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주 1회 방문, 주 2회 전화로 안부확인과 생활도우미 서비스를 연계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중,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이 아닌 분들에 한해 신청이 가능하다. 노인장기요양보호법에 따라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로 등급 외 A(장시간 혼자 집에 머무는 것 등 가능)와 등급 외 B(목욕하기 등에서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 분들이 대상이다. 요양보호사 방문서비스(월36~37시간) 또는 주간보호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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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정책은 크게, 실생활이 가능한 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해 일상생활이 어려우신 분들로 나뉜다.(출처=보건복지부) |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사업은 우울감과 자살충동을 느끼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업이다. 가족,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돼 혼자 살아가는 분들을 발굴, 서로 힘이 될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어 드리는 사업이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독거노인 분들이 함께 지내며 상호돌봄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서비스와 활동을 마련한다.
독거노인 ‘응급안전돌보미’는 온라인의 IT기술과 오프라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노인돌보미, 소방서 등을 연계하여 화재, 가스, 활동센서 및 응급호출기 등을 통해 24시간, 365일 응급상황 대응 및 안전 확인을 실시한다.
‘노노케어’란 노인이 노인을 직접 돌보는 거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또래 어르신들의 안부확인과 생활상태를 점검, 말벗 등을 해주는 등 노인들의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아직 시행 초기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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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기초연금 수급자 중 다른 재가복지서비스를 받지 않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다.(출처=보건복지부) |
노인복지사업은 기본적으로 기초연금 수급자가 대상이다. 독거노인 현황조사에 따라 주거상태, 사회관계정도, 생활여건, 건강상태 등 판정 점수에 따라 선별이 이루어진다. 은근 복잡했다. 독거 상태의 어르신들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복지 서비스의 차이를 두는 거다. 구청의 노인복지 담당자, 혹은 독거노인종합서비스센터 상담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지자체별 차별화된 복지정책을 펼치는 곳도 있었다. 약사와 독거노인이 결연을 맺고 건강 상담, 구급용품 지원, 폐의약품 수거 등을 돕는 ‘방문약손’ 사업이나, ‘119생명번호’ 서비스도 실시 중에 있었다. 사고자가 차고 있는 팔찌에 기재된 번호를 119에 알려주면, 어디 사는 누구인지, 평소 앓던 질병은 무엇인지, 보호자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 등 사전 수집된 정보로 긴급대처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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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위한 사업으로 노인장기요양등급외 분들(A,B)을 대상으로 한다.(출처=보건복지부) |
사회복지사 1인이 관리해야 하는 독거노인의 수는 27~28명이다. 노인복지의 실효성을 위해 인력충원과 처우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자체별 노인복지 혜택의 차이도 적지 않았다. 예산부족의 문제를 감안한다면, 민관 협력체계구축 역시 힘써야 할 부분이다.
우울증 진료환자 3명 중 1명은 70대 이상이라는 통계다. 늙으면 서러운 법이다. 다채로운 복지정책에도 여전히 어딘가에선 위태로운 어르신이 존재했다. 주목해야 한다. 노인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복지와 연결돼있다. 행복한 삶을 목표로 하는 복지는 곧, 생명을 지켜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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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동절기 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 독거노인 22만 명을 대상으로 생활관리사를 투입해 일일 안전을 강화하고 난방용품을 지원할 계획이다.(출처=KTV) |
한 나라의 복지수준은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위상으로 가늠할 수 있다. 노인복지는 사회적 책임인 동시에 가족과 이웃의 관심이 요구된다. 사람 간의 ‘유대’로 개인의 삶을 지탱할 수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됐다. 복지를 논하기 이전에 정서적인 부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각자의 사연으로 홀로 살게된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혼자이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