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에서 우편물이 왔다. 집 주변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이런 우편물을 받을 때면 가슴이 철렁하지만 그럴수록 제대로 된 성문화를 정착하고 성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수박 겉핥기식의 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다. 서울시와 YMCA가 함께 만들어가는 청소년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센터앞에 붙은 아하는 몸과 마음, 여자와 남자, 사람과 사람의 관계 안에서 성을 배우고 깨닫게 되는 가운데 나오는감탄사이다.
아하는 심리학적 용어로 통찰(insight)이며센터에 오면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이다.특히 힘과 권력에 의해 성을 도구화하는 폭력적인 성, 돈으로 성을 사고 파는 상업적인 성을 거부하며, 성적 의사결정권, 성적 행복추구권, 민주적이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실천적인 장을 마련하는 곳이다.
센터는 아하 신관과 하자센터 본관으로 구성돼 있고,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어릴적부터 성에 대한 평등한 관점을 바로세우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
이명화 센터장의 인사말. |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는 내가 소중하다는 것, 나아가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개관한지 1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2007년 전국에 확산되어 현재는 59개의 성문화센터가 있으며 그 중 아하 센터가 규모적으로 가장 크다.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다양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토요일 사춘기파티나 마성캠프는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성교육을 지원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유익하다.
 |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본관 로비 |
센터는 교육뿐 아니라 상담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는데, 개인상담과 집단상담 등 상담공간이 따로 있고 작년에는 9만 명이 이용했다. 미취학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교육문화사업, 상담사업, 특별사업으로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대상자 특성에 맞는 교육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본관 로비는 카페같이 밝고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센터를 찾은 교육생들이 대기하면서 성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하는 곳이다.
 |
초등학생 교육장 교구재 |
센터는 여러 교구재를 연령대별로 이용하고 있다. 수업 첫 시작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시작으로 이뤄진다. 임신과 출산, 남자와 여자의 몸 차이, 생애 주기별 몸의 변화, 나라는존재가 어떻게 이 세상에 생겨났는지 이야기해본다.
 |
초등교육장 교구재 모습. |
2층에 위치한 이곳은 커다란 방석이 깔려져 있다. 모두 신발을 벗고 들어와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는데, 조별로 나눠 숨은 그림을 찾는다거나 마을지도를 보며 좋은 일,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나눠본다.
방 안에는 온통 성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교구재가 가득하다.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모형이나 그림, 카드, 책 등을 보며 재밌게 수업에 임할 수 있다.
 |
초등교육장 교구재 모습.
|
초등교육은 3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방은 서로 다른 콘셉트로 정해져 있다. 사진 속 큐브에는 단어가 붙어있는데 그 단어가 뜻하는 정보를 제공하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어둡고 컴컴한 공간인 우주정거장도 있다. 이곳에서는 다소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 각각의 학생들은 수성, 달 등이써있는 목걸이를 걸고 우주공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에서처럼 또래 성폭력, 성표현들, 사춘기 몸변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연애, 성표현물, 온라인 에티켓 등 세분화된 내용 중 하나를 고르면 그 고민에 대해 우주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우주정거장 모습. |
평화의 방은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벗어나 뛰어놀수 있는 놀이형식으로 관계를 표현한다. 강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자발적,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3층에 있는 청소년 방 역시 3개가 있으며 성에 관련된 질문을 해소하며 수업에 임한다. 특히 5개의 작업지를 만들어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창문 가득 붙여있는 청소년들의 질문과 성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 있는 것을 보니 솔직하고 진솔하게 건강한 성문화를 정착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의 특이한 방은 모자방이다. 모자를 써보며 그전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하나의 모자가 주는 편리함과 차별성을 직접 느껴보며 소수자의 처지와 입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다름과 다양함을 알기 위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대중권력 속에 소수를 경험하는 모자방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공유될 수 있다.
성교육은 성 뿐만이 아닌 인성교육의 연장이다. 이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은 성적인 존재로서의 나를 깨닫고, 자연스러운 성태도를 지니게 된다. 또 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 성적지향성에 대한 다양성을 체득하고 성적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더이상 야동이나 선배의 경험담, 자극적인 책 속에서 성을 배우지 말자. 올바른 성, 나부터 누리는 건강한 성문화, 억압과 폭력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는 성의식이 제대로 우리 사회에 정착되려면 제대로된 성교육이 필수적이다.
자녀에게 성교육 시키기 어려운가? 학교 성교육에 한계를 느끼는가?그렇다면 이 모든 고민을 해소시켜주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이용해보자.
☞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https://www.ahacenter.kr:46165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은주 crembe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