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운전면허 취득 후 처음 운전했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1시간동안 벌벌 떨며 집앞 도로를 서행하다가 겨우 집으로 돌아왔더랬다. 주차도 제대로 못해서 동승한 가족이 대신 해줄 정도였다. 이렇게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약 두 달만에 쉽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운전대 몇 번 잡아보지 못한 채 운전면허증은 장롱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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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고 빠르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던 운전면허 간소화 제도. |
도로주행까지는 어려움 없이 잘 진행했지만 문제는 주차였다.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 덕분에 T자형 주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차 시험은 생략됐기 때문이다.
주차 뿐만 아니라 골목길 운전도 문제였다. 골목길 운전에 대한 개념이 미비하다보니 자칫 사고가 날까 우려되어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배회하기 일쑤였다. 학원에서도 주차는 합격 여부에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다며 교육에 소홀히 했다. 운전연수를 추가적으로 받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추가비용(1시간에 4만 원)이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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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자 안전운전 역량 강화를 위한 운전면허시험 개선’ 설명회. |
허나 12월 22일부터 운전면허 시험이 강화되면서 필자와 같은 장롱면허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월 29일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제도 개선에 앞서 ‘초보운전자 안전운전 역량 강화를 위한 운전면허시험 개선’ 설명회가 개최됐다.
현행 운전면허시험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90년대 마이카시대를 맞이해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다. 그에 따라 국가에서도 적절한 운전면허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에는 면허 취득 소요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경제활성을 도모하고자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 정책을 실시했다. 의무교육시간은 60시간에서 13시간, 장내기능시험은 15개 코스에서 2개 코스로 대폭 조정됐다.
이로 인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면허를 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다녔던 동네 운전학원에서는 10년 전에는 장시간 운전연습을 해야했기 때문에 연습용 차량이 부족할 정도로 문전성시였으나 현재는 금방 면허를 따기 때문에 학생 수가 적어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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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시행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시행일인 22일에 앞서 전국적인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
간소화 이전에 면허를 취득한 필자의 가족들은 당시 의무교육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운전 실력을 늘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운전조작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2015년 1월 30일에 방영한 KBS ‘면허시험 간소화의 진실, 쉬워져도 좋습니까?’에서도 현행 운전면허시험에 대해 장내기능시험의 실효성과 변별력이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2014년 4월 1일 MBN 뉴스는 장내기능시험의 경우 50m를 눈감고 운전해도 시험에 합격하는 장면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외국인이 쉽게 우리나라 운전자격을 얻을 수 있어서 다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운전면허 취득 관광을 오는 사람도 많다. 자국에 비해 운전면허 취득에 필요한 비용이나 절차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필자도 운전학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연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냐고 묻자 그녀는 몸짓으로 자신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고 표현했다.
국가에서는 외국인을 위해 학과시험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출제한다. 한국어를 몰라도 한국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국내 교통 정보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해도 쉽게 딸 수 있는만큼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운전면허시험 난이도 모두 업그레이드
12월 22일부터 강화될 운전면허시험 제도를 통해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에서는 국내를 비롯해 영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세계 주요선진국의 운전면허제도를 토대로 면허제도 개선점을 연구했다. 이에 따라 ▶운전능력 기준 설정 ▶장내기능시험 관련 제도 개선방향 ▶도로주행시험 관련제도 개선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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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부터 적용될 장내기능 코스. |
운전능력 수준 목표에 따라 연습면허취득자는 자동차의 조작 및 주행 능력을 갖추어, 도로에서 연습이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신규면허취득자는 일반적 교통상황 속에서 안전하고 원활한 운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준을 설정했다.
장내기능시험은 2종목에서 7종목으로 늘어난다. 운전능력에 따라 시험 코스를 지정했다. 시험과제는 300m 이상 주행으로 출발(운전장치 조장)→경사로→교차로(직진)→직각주차→교차로(좌회전)→돌발(전구간)→가속구간→종료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도로주행시험은 노선기준을 통해 운전능력 교육 항목을 도출했다. 현재 도로주행시험 과제 점수는 총 87개(감점 75, 실격 12)에서 총 57개(감점 46, 실격 11)로 변경된다. 문제 개수가 줄어든만큼 문제 배점이 높아지기 때문에 점수 변동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학과시험 역시 기존 730문제에서 1000문제로 대폭 상향된다. 대신 학과교육은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들어 효율성을 높였다. 안전운전 문화를 위해 음주운전자 등 재시험이 필요한 운전자에 대한 교육훈련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운전면허 취득이 자연스럽게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원정면허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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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훨씬 어려워질 면허제도를 대비해 충분한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
장내기능시험 직접 참관해보니 어려워
설명회에 참가한 정책기자들은 시범운전을 통해 개선될 운전면허 제도를 간접체험 할 수 있었다. 필자도 동승해서 지켜본 결과 바뀐 제도가 현행제도보다 어려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T존 후방주차가 새롭게 부활해 눈길을 끌었다. 예전 시험 방식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충분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에는 70점만 돼도 합격이었지만 이제는 80점 이상이어야만 합격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직접 운전을 해본 최숙란 정책기자는 능숙한 운전실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을 받았다. “운전을 시작한지 오래됐지만 좀 힘들었다.”며 제도가 더욱 엄격해진 것을 실감했다. 장내운전을 체험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불합격을 받았으며 경찰청 관계자 한명만 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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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고 정확해진 운전면허시험제도. |
경찰청은 각 부처와 언론매체를 통해 30초 영상홍보를 실시하는 등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을 최대한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우종 계장(경찰청 운전면허계)은 “시험이 어려워진만큼 운전기술이 더욱 숙련되기 때문에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12월 21일까지 기존 기능시험 합격자는 전행 도로주행법으로 시험을 치룰 수 있다. 22일부터는 새로운 기준으로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자세한 사항은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혜수 santaro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