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학생의 생활은 고달팠다. 수많은 실습과 과제에 치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장래에 대한 고민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신병동에서 일하거나 상담사가 되는 생각을 했지만 지인들은 이를 별로 마땅찮아했다. 막상 정신병원을 겪어보면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필자는 그들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정신병동이라는 곳을 잘 몰랐다. 정신병원은 잘 알려지지 않은 채 흉흉한 소문만이 나도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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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나주병원을 방문하여 일일 병동체험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
그러던 와중에 정책기자단 현장 취재 중 정신병동 체험이 있었다. 국립나주병원을 방문해 1일 동안 환자들과 함께 병동을 체험하며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활동이었다. 마침 그때 즈음에 강남역의 묻지마 살인이 일어난 뒤라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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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현장 취재차 다녀온 국립나주병원의 정신병동 문화체험. |
사실 필자 역시 정신병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이나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현장 취재 전날 밤 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병동에서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면 정신과에서 일할 것이라는 꿈이 헛소리밖에 되지 않았기에 마음을 다잡고 나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나주 근교에 있는 국립나주병원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한적하고 푸근한 느낌이었다. 환자들을 격리하는 환경을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는 영화와 드라마가 왜곡시킨 편견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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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체험한 베토벤의 마을은 환자들이 푸근하고 오래된 친구처럼 친절했다. |
필자가 체험으로 들어간 개방병동인 베토벤의 마을은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였다. 폭력적이고 과격할 것 같던 환우들은 처음 보는 낯선 이의 등장에도 웃으며 친절하게 병동의 생활을 알려주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신병을 앓고 있으며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과의 하루가 지나고 나자 필자는 나름 잘 알고 있다 여겼던 정신병과 정신병원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무척이나 실망했다. 그 전날 막연하게 겁을 집어 먹던 것부터 정신병원에서 일하거나 상담사가 되겠다며 큰소리치던 일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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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은 폐쇄되어 있지 않았다. 이들은 단지 치료받고 있는 환자일 뿐이었다. |
대신 잘 모르기에 확신할 수 없었던 꿈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들이 절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집단이 아니라 오히려 쉽게 상처받고, 편견과 불편한 시선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알려야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저 정신질환자들을 다루고 상담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들이 진정한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이들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주기위해 치유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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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이들 역시 치료를 받고있는 사회적 약자이다. |
필자는 그런 막연한 꿈을 벗어나 정신간호학 수업을 들으며 정신전문간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정신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특별한 대접을 받거나 돈을 더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굳이 필요 없는 타이틀에 부담스러워하는 병원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현장 취재에서 필자는 정신질환자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치료와 지지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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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치료와 지지로 사회로 돌아가 일원이 될 수 있다. (출처=pixabay) |
이곳에서의 체험은 그저 막연한 꿈으로 이랬으면 좋겠다는 꿈을 정신전문간호사로 구체화시켜 주었다. 정책기자단에서의 체험으로 필자는 목표를 잡았고 그외의 기사들을 써가며 정책을 접하는 데에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채로 넘어가고 있지만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정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책기자단을 통해 올 한 해 수많은 정보와 혜택, 성과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이는 국민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들이기에 분명 국민에게 그 진실성이 닿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러한 점에 자부심을 느끼며 오늘도 삶 속에 스며드는 정책을 살펴 메모장을 꺼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