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처음 시작된 대한민국 국가상징 디자인공모전. 올해 6회를 맞이한 공모전은 전국 각지에서 총 586점의 작품을 접수받았고, 36점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7일에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공모전 시상식이 개최돼 수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을 비롯한 11개 기관의 기관장 상과 상금이 수여됐다.
지난 10일, 필자는 우리 국가상징 디자인이 어떻게 작품으로 형상화돼 있는지 취재하기 위해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 방문했다. 전시실에는 많은 수상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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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상을 수상한 임성옥 작가의 해율화 브로치.(출처=행정자치부) |
수상작 전시회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대통령상을 수상한 임성옥 작가의 ‘해율화’ 라는 작품이었다. 화합할 해, 빛날 율, 꽃 화 한자를 써서 화합의 빛을 담은 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브로치는 무궁화, 태극기, 한글을 모티브로 제작됐다고 한다.
해율화 브로치는 영롱함과 은은함이 감도는 걸작이었다. 한글 자음과 무궁화, 태극문양이 빼어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브로치에 사용된 색채도 고급졌으며, 실제로 여성분들이 이 브로치를 차면 아주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 코너에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최유진 작가의 ‘한글 팝업북’이 있었다. 한글의 과학적 특성과 태극기의 색상, 수학적 도형이 가미된 팝업북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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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문양과 한글을 활용한 픽토그램(일반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든 그림문자) 안내판. |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이소연 작가의 ‘태극을 그리다’ 작품도 감각적인 문양이 눈에 띄었다. ‘태극을 그리다’ 는 태극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기초 문양을 응용해서 그래피 디자인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태극과 한글이 조화롭게 겹쳐있는 모습이 독특하게 느껴졌고 외국인에게도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필, 머그컵, 스티커, 티셔츠 등 다양한 품목에 활용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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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 징 등의 전통악기가 활용된 전통악기 이어폰.(출처=행정자치부) |
고등학생인 염지혜 학생이 고안해낸 ‘라온소리(‘즐거운’ 을 뜻하는 순우리말) 이어폰’도 눈길을 끌었다. 현재 시중에선 다양한 종류의 이어폰이 나오고 있지만, 무언가 대량생산을 한 듯한 기계적인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장치인 이어폰을 전통악기로 표현하고자 했다. 현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통해 들으면서 전통악기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소리도 널리 퍼졌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 밖에도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이 많았다. ‘온새미로’라는 태극, 무궁화가 가미된 팔찌도 있었고 우리의 기와를 형상화해서 연필꽂이, 휴대폰을 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도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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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요 명소를 담은 컬러링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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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단청 문양이 활용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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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있다. |
국가상징은 제품, 그래픽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신는 신발, 입는 옷에도 잘 스며 있었다. 목은정 한복 디자이너의 구상품들은 시선을 오래 두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났고 한글과 태극의 영험함이 잘 묻어나 있었다.
정부에서는 도록 발간 등을 통한 홍보 및 정부행사와 공용물품 제작 시 수상 작품의 디자인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이 멋진 작품들이 적절히 응용돼 내국인,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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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활용된 넥타이, 가방에서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
자, 그렇다면 위의 작품들에 형상화된 국가상징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국가상징은 한 나라의 공식적 표상으로 국가의 정체성 확립과 국민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국기인 태극기, 국가인 애국가, 국화인 무궁화, 국장인 나라문장, 국새인 나라도장, 총 5가지의 국가상징이 있다.
그렇다면 국가상징을 있게 한 가장 최상위의 범주, 대한민국 국호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1897년 10월 13일, 고종황제는 반조문(頒詔文 :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백성에게 포고하던 조서)에서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임금을 황제로 칭한다고 선포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데, 대한이라는 국호는 1910년 8월, 경술국치로 대한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사용됐고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으로 정하고 1919년 9월 11일 공포된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함’을 규정함으로써 우리의 국호는 대한민국으로 확정됐다.
1945년 광복 이후 1948년 7월 17일, 우리가 잘 아는 제헌절에 공포된 ‘대한민국 헌법’에서 헌법 전문과 제 1조에서 대한민국 국호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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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한민국 국가상징진흥원) |
<국가상징 1. 태극기>
태극기는 밝음, 순수,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음(파란색)양(빨간색)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문양이 있다. 우주의 만물이 음양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 발전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국기에 나타낸 것이다. 모서리의 4괘는 무슨 뜻이 담겨 있을까? 먼저, 건괘(乾卦)는 우주 만물 중 하늘을, 곤괘(坤卦)는 땅을, 감괘(坎卦)는 물을, 이괘(離卦)는 불을 상징한다. 가운데 태극을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국가상징 2. 애국가>
나라를 사랑하는 노래라는 뜻인 애국가는 1896년 ‘독립신문’ 창간을 계기로 여러 가지의 애국가가 신문에 게재됐다고 한다. 다만, 어떤 곡조로 불렸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재 애국가 노랫말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1907년에 불리었으며,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곡조가 사용됐다.
필자도 예전에 옛날 애국가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과 다른 외국 민요풍의 곡조로 애국가가 나와 사뭇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후, 1935년 안익태 선생은 오늘날의 애국가를 작곡해 우리 민족에게 점차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광복,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에는 전국적으로 이 애국가가 불려지기 시작했고 이렇게 우리의 국가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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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화, 무궁화.(출처=공감포토) |
<국가상징 3. 무궁화>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옛 기록을 봐도 우리 선조들이 무궁화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신라는 스스로를 ‘근화향(槿花鄕 : 무궁화 나라)’이라고 불렀고 중국에서는 우리를 ‘무궁화가 피고 지는 군자의 나라’ 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애국가에서도 등장하는 무궁화는 일제강점기에도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했고, 광복 후 나라의 꽃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다. 무궁화는 형상화된 형태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대통령의 봉황 표장, 국회의원 배지, 법원 상징에도 무궁화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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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한민국 국가상징진흥원 누리집) |
<국가상징 4. 나라문장>
국가문장, 국장(國章)으로도 불리는 나라문장은 태극 문양을 무궁화 꽃잎이 감싸고 ‘대한민국’ 글자가 새겨진 리본이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1963년, ‘나라문장규정’이 제정돼 우리의 나라문장이 대내외를 대표하는 휘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외국, 국제기구 등에 보내는 공문서에 이 문장이 사용되고 대통령표창(상장)과 국무총리표창(상장) 케이스 앞면에도 이 문장이 새겨져 있다.
국가공무원 신분증, 국·공립대학교의 졸업증서, 학위증서, 정부소유의 선박 및 항공기에도 나라문장이 들어간다. 이처럼 나라문장은 우리 생활 곳곳에 깊게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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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한민국 나라상징진흥원 누리집) |
<국가상징 5. 국새> 나라의 도장, 국새는 국사에 사용되는 관인으로 나라의 중요한 문서에 찍힌다. 지금의 국새는 제 5대 국새로 2011년 10월 25일부터 사용되고 있다.
국새는 금, 은, 구리, 아연, 이리듐을 재료로 주조됐고, 도장에는 ‘대한민국’을 훈민정음체로 각인했다. 국새 손잡이는 두 마리의 봉황이 앉아 있는 자세다. 우리가 국새는 생소하게 여길 수 있어도 언론 사진이나 주변에서 심심찮게 봐왔을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가공무원 임명장에는 이 도장이 사용되고 훈장증과 포장증에도 국새가 찍힌다. 유공자들이 훈장증을 받아 펼쳐 찍은 사진을 보면 증서 가운데 국새가 찍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 국가상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아마도 여러분이 알았던 내용,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상징의 종류를 아는 것을 넘어 이것이 왜 국가상징으로 여겨지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 실천적 캠페인이 이번 국가상징 공모전에서 발현됐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이번 공모전의 작품들이 적재적소에 활용돼 우리의 자긍심을 키우고 신선한 감각, 최첨단 기술과 컬래버레이션될 수 있는 토대가 잘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 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전 형입니다. 외교, 통일, 그리고 제 전공인 한국어교육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유익한 정책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