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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오정인 내가 정책을 설명하는 이유

[정책기자, 1년을 돌아보다] 낯선 섬나라 얘기같던 정책,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2016.12.13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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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8일. 멍하니 방구석 모서리를 바라보고 있던 난, 글을 쓰고 싶었다. ‘생산적인 몰입’이 필요했다. 언젠가 들었던 정책기자단이 떠올랐다. 마감 사흘 전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추진력이자, 망설임 없는 선택이었다. 신청서를 접수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완벽한 집중이 시작됐다.

첫 취재를 위해 찾은 일산 킨텍스,
첫 취재를 위해 찾은 일산 킨텍스, ‘친환경 안전 캠핑 축제’ 현장.(돌아다니다가 혜매다가를 쭈욱 반복했다.)


떨렸다. 사람들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 했을 걸 안다. 하지만, 잘 하는 게 없었다. 끈기라고는 없는 내가 그나마 하고 싶은 짓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1월 15일, 한통의 문자가 합격 소식을 알렸다. 소주를 병째 들고 원샷이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원고료도 받았다.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글의 중심에 ‘정책’이 있어야 했다. 손에 잡히지 않아 공허한 느낌이었다. 온갖 정책이 낯선 섬나라 얘기 같았다. 기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는데, 쉽게 발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심하게 고민했고, 매번 어려웠다. 쉽게 풀어가야 했다.

학교급시기 식중독이 한창일 때 찾은 아이들 학교의 급식실. (교감선생님도 처음 뵀고, 담당 교육청에서도 사람이 나왔다. 좌우지간 후덜덜)
학교급식 식중독이 한창일 때 찾은 아이들 학교의 급식실.(교감선생님도 처음 뵀고, 담당 교육청에서도 사람이 나왔다. 좌우지간 쉬운 게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족의 일상에서 정책과 밀착된 것들을 찾았다. 부끄러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5개월 만에야 첫 취재를 나갔다. 드넓고 낯선 박람회장이었다. 나 따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작아지다 사라질 것만 같았다. 많이 긴장됐다. 그렇게 안 떨린 척하며, 학교의 급식실을, 서울안보대화의 현장을, 여성친화도시를 취재했다. 강릉을 향하는 인문학 기차에 올라 동행취재라는 것도 처음 경험했다. 긴장과 설렘은 마구 교차됐다.

늘 수월하지는 않았다. 소재가 심각할수록, 글쓰기의 고민은 비례했다. 더 많이 신중했지만, 기를 쓴 문장이 덜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망설임 끝에 취재문의를 했지만, 중앙정부의 기자라는 사실에 거절을 당하기도, 현 정부의 정책홍보라는 사실자체로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아 깊이 가라앉았다.

34개국의 외교 안보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해 북핵 문제와 세계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34개국의 외교 안보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해 북핵 문제와 세계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서울안보대화’ 현장.(살다보니 이런 델 다 가본다)


오래 생각했다. 숱한 감정소모를 겪은 후에야 무엇을 더 원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답은 나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이 작은 지면에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나부터 느끼는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때로는 아쉬운 지점을 말하고 싶었다. 그 기회가 벅차게 소중했다.

중증환자나 장애인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마음과 비싼 생리대로 고통 받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아동학대 피해자와 독거노인을이야기 했다. 나와 상관이 있거나 나의 이야기일수도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그들이 바라는 지점을 담아내고자 애썼다. 매번 부족하지만, 그저 소신 있고 싶었다.

남녀가 평등하게 지역정책에 참여하고 그 혜택이 주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다채로운 사업을 운영하는 여성친화도시 사업의 하나인 카페의 모습.(정책의 도움으로 자립하는 여성들, 근사했다.)
남녀가 평등하게 지역정책에 참여하고 그 혜택이 주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여성친화도시’ 사업의 하나인 카페의 모습.(정책의 도움으로 자립하는 여성들, 파이팅이다!)


정책,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결국 정책을 통해 일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분명한 것은, 정책은 국민인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거다. 이는 덧붙임 없이 솔직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취재, 여전히 가슴 떨리는 일이다. 나의 경험을 어떤 문장으로 나열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 앞선다. 쉽고 단정한 글을 쓰기 위해 고치고, 고치는 것을 여전히 반복할 뿐. 하지만, 내게 허락된 A4 두 장 안에서 충만한 의욕을 만끽하고 싶다. 매번 첫 문장을 쓸 때의 설렘이 내겐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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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여성 예술의 세계를 공부하기 위해 떠난
조선여성의 예술세계를 공부하기 위해 떠난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동행 취재 중, 조선 상류 주택인 선교장의 모습.(고택, 자세히 보니 한층 고고하고 단아했다)


내 선택은, 행복하고 멋진 결정이었다. 지적인 문장으로 정책을 설명할 능력은 없다. 재밌게라도 쓰고 싶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가볍게 써야 읽힌다는 걸 안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 최선을 다해 변해야 한다고 믿는 지점들을 위해, 쉬운 글을 쓰고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진지한 사오정인 내가 일관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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