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꽤 매서워졌다. 감기가 쉬이 떨어지지 않는 날씨에 옷깃을 한층 여미고 집을 나서는 길, 이런 계절에는 지하철역의 노숙자가, 구걸하는 걸인의 모습이 날씨 마냥 차갑게 심중을 파고든다. “이렇게 추운 날 괜찮은 걸까?”
신문에 본인도 기초수급자이면서 그 돈을 모아 기부하는 할머니의 얘기도 실리고, 가진 것이 많아야만 나누고 사는 세상이 아님을 아는데 마음과 달리 행동이 쉽지 않다. 부끄럽지만 여름부터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쓰려고 모으기 시작한 돼지 저금통을 아직 채우지 못했다. 그러다 언뜻 이름만 들었던 ‘푸드뱅크’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 집 음식, 직접 만든 반찬도 기부할 수 있는 게 정말 맞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푸드뱅크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연말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재료들을 기부해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보고나니 조리음식을 기부해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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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전국 푸드뱅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우리지역 푸드뱅크 찾기’에서 전국 437개소 푸드뱅크·마켓을 검색할 수 있다. 지역단위 소규모 기부는 1688-1377번호로 문의가능하다. |
푸드뱅크 홈페이지에 ‘우리지역 푸드뱅크’란에서 검색하니 바로 같은 동네에 있는 푸드뱅크 연락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화를 걸고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기부를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져가면 될까요?” “주소 알려주시면 댁으로 받으러 가겠습니다.” 수거를 하러 방문을 해준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토요일 오전 방문도 마다않고 괜찮다고 했다.
홈페이지를 보니 푸드뱅크여서 음식만 기부를 받는 것이 아니었다. 주방용품, 침실용품, 개인위생용품, 가전, 가구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면 거의 모든 종류가 기부 가능했다. 기부를 하면 기부 물품의 단가를 계산하여 100%~10% 범위 내에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영수증을 발행해 집 주소로 보내준다고 한다.
혹시 기부가 불가능한 물품이 있을까봐 좌판처럼 현관에 물품을 펼쳐놓고 푸드뱅크 방문을 기다렸다. 집에서 담근 깍두기를 비롯해 홍시, 김, 샴푸, 선물 받은 화장품, 핫팩, 우산 등 모아놓고 보니 품목도 제각각이었다. 모아놓은 물품 모두 기부가 가능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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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식품 이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용품 거의 대부분이 기부 가능하다. |
집에서 만든 반찬도 기부가 가능한데다 직접 방문까지 해주니 유통기한만 넉넉하게 신경 써서 기부한다면 이보다 손쉬운 기부가 없겠다 싶었다. 깍두기는 노숙자의 집에 계신 분들이 라면 드실 때 좋아하시겠다는 담당자의 온정어린 말이 따뜻하면서도 뭉클하게 와 닿았다.
토요일 방문도 마다하지 않고 와 준, 본인 초상권은 상관없으니 홍보해주면 더 고맙다며, 감사하단 필자에게 더 고마워하는 담당자의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던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앞으로도 종종 연락드리겠다는 인사를 남기며 우리 집 현관에서 건넨 손쉬운 기부가 짧게 끝났다. 우리지역 푸드뱅크에선 헌 옷은 기부를 받지 않는다 하여 검색해보다가 헌 옷 기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곳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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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뱅크에 연락해 기부의사를 밝히면 집으로 직접 방문해 기부 물품을 수거해준다. |
헌 옷을 제3세계로 보내 판매한 수익금을 제3세계 아이들을 돕는 프로젝트에 쓰고 있는 외교부 소관 비영리법인 NGO 단체 ‘옷캔’이 그곳이다. 옷캔은 교육사업, 위생사업, 나눔 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지던 옷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옷캔 홈페이지(http://www.otcan.org)를 방문하여 기부신청을 한 후 택배를 이용해 헌 옷을 옷캔으로 보내면 된다. 한 박스당 3000원의 택배비를 후원하면 옷캔에서 택배예약을 문자로 발송해준다.
방문한 택배기사에게 물품만 전달하면 그것으로 간단하게 기부 끝이다. 택배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문자로 발송해주고, 택배비까지 합산하여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 받을 있다.(다음해 1월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에서 조회/출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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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소관 비영리법인 NGO단체 옷캔은 헌 옷을 제3세계에 기부, 판매하며 수익금은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위생, 나눔 사업에 쓴다. 올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나눔, 위생 사업을 진행한 옷캔의 활동 모습.(사진=옷캔) |
보건복지부의 푸드뱅크도, 비영리 NGO 단체인 옷캔 모두 기부 물품, 기부 과정까지 우리 집 내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손쉬운 기부’가 아닐 수 없었다. 어렵지 않은 이 작은 일 하나에 마음은 푸근해지고, 덜어진 물품 보다 훨씬 큰 감사가 찾아왔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오늘 손 크게 만든 저녁 식탁 반찬만으로도 나눔은 가능하다.
추운 연말에는 으레 습관처럼 불우이웃돕기가 생각나지만 누구나 생각하는 연말 이외에 실상 연중내내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할 터이다. 이렇듯 손쉬운 나눔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기부’라는, 거창하게 느껴지는 그 이름에 주눅들지 않고, 어느 때라도 나눔 실천에 동참하지 않을까?
‘기부’. 결코 멀리 있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 작은 나눔 하나로 누군가는 오늘 한 끼를 해결할 것이고, 저 멀리 제3세계의 아이들은 희망을 꿈꿀 수 있다. 이 작지만 따뜻한 실천이 가져다주는 일상의 풍요를 앞으로는 조금 더 바지런히 실천해볼 생각이다.
보건복지부 전국 푸드뱅크 (https://www.foodbank1377.org)
비영리법인 NGO단체 옷캔 (http://otcan.org)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