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한 겨울에 피는 동백, 너 참 뜨겁구나!

[겨울여행주간] 다산초당, 백련사, 그리고 동백꽃~ 강진으로 떠나는 겨울 여행

2017.01.11 정책기자 황원숙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문화체육관광부는 1월 14일~30일까지 비수기 겨울여행 활성화와 겨울 스포츠 붐업 조성을 위해 올해 새롭게 겨울여행주간을 신설했습니다. 이번 겨울여행주간의 슬로건은 ‘우리의 겨울은 뜨겁다!’로 2017 겨울여행주간 홈페이지(http://winter.visitkorea.or.kr/)에서 풍성한 할인혜택과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올 겨울, 뜨거운 여행의 향연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요.<편집자 주>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또 다시 365일의 행군이 시작됐다.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토너가 단단히 신발끈을 조이는 것처럼 보람찬 한 해를 보내기 위해 내게 선물을 준다. 여행이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진한 남도사투리와 불꽃같은 꽃이 피어나는 곳… 강진으로 떠난다.

강진은 기차가 닿지 않는 곳이다. 서울에서도 버스로 4시간 30분이 걸린다. 

강진에 가면 강진만이 품어낸 싱싱한 해산물이 있고 흙과 불만으로 신비롭게 빚어낸 고려청자가 있지만, 진한 초록잎 사이로 타오르는 불꽃같은 꽃 동백이 있어 오랜 시간 버스에 흔들려 가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만덕산 자락으로 동백을 보러간다. 

만덕산 자락 귤동마을 예쁜 돌담길을 걸어 오른다.
만덕산 자락 귤동마을 예쁜 돌담길을 걸어 오른다.


제각각 개성있는 돌들을 쌓아 만든 야트막한 돌담길을 걸어 만덕산 기슭을 오른다.

울퉁불퉁 드러난 나무뿌리가 이길을 걸었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준다.
울퉁불퉁 드러난 나무뿌리가 이길을 걸었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길은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이며 개혁가였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걸었던 길이다.

이 길을 오르면 다산 선생이 18년 유배기간 중 10년을 머물렀던 초당이 있고, 그 기간 내내 벗이 되어주었던 혜장선사의 백련사가 있다. 백련사 주변에는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동백숲이 있다.

그 숲에는 꽃 없는 겨울철, 붉은 동백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다산초당의 모습이다.
다산초당의 모습이다.


다산초당은 말 그대로 작은 초가집이었으나 1957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200여 년 전 이곳으로 유배 온 다산이 바위에 새겼다는 글자와 직접 수맥을 찾아 만들었다는 샘, 약천 그리고 차를 달이던 앞마당의 다조와 작은 연못도 그대로이다.

다산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에서 돌을 가져와 만들었다는 연못에는 다산의 말벗이 되어주었을 잉어는 보이지 않고 200년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1818년 유배가 풀릴 때까지 이곳에 머물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목민심서’를 비롯한 6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책을 읽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겠지만 초당은 유배객의 쓸쓸한 거처가 아니라 선비가 꿈꾸는 이상적인 공간이자 가장 활기차고 빛나는 학문의 현장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


다산초당을 둘러보고 200여 년 전의 다산처럼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조용한 오솔길을 걸어 백련사로 향했으리라.

백련사가 가까워오자 진한 초록잎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빽빽하다. 그 사이사이 핏빛처럼 붉은 꽃이 보인다. 동백이다. 

동백꽃이 이제 막 피고있다.
동백꽃이 이제 막 피고있다.
 

동백꽃
동백꽃.

 

이제부터 동백꽃의 향연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동백꽃의 향연이 시작된다.
 

수줍은 듯 피어있는 동백꽃은 강렬하고도 심플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수줍은 듯 피어있는 동백꽃은 강렬하고도 심플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하얀 눈이라도 내린다면 이렇둣 붉은 꽃이 더 아름다울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선연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동백이 향기가 없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백은 향기로 부를 곤충이 없는 계절인 겨울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향기보다 더 진한 꿀을 듬뿍 가지고 있다. 부리가 뾰족하고 몸집이 작은 동박새가 동백꽃의 꿀을 먹고 부리에, 온뭄에 노란 꽃가루를 묻혀서 수정을 돕는다.

그래서 동백은 곤충이 아닌 새가 수정을 도와주는 ‘조매화’이다. 향기 없음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불꽃처럼 붉은 동백꽃은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의 꽃들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4월까지 수많은 꽃봉오리들을 만들어 피고지고 피고지고 할 것이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에 보이는 강진바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에 보이는 강진바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에 만나는 해월루에서는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강진바다가 보인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까지의 숲길을 걸으면서 강진만에서 밀려오는 바다내음을 맡고 바닷바람을 맞았다. 18년동안 가족과 헤어져 지낸 외로웠을 다산을 붉은 동백이 강진의 푸른 바다와 그 바다를 건너오는 바람이 위로해주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을 위로해주던 그 자연이 2017년 새해를 걸어가고 있는 나도 토닥여준다.

푸른잎 울창한  동백숲길을 걸어간다.
푸른잎 울창한 동백숲길을 걸어간다.

문 열고 세상에 나가
적들로부터
심장에 납 총알 한 방 맞고
돌아와 보니,
베란다 동백나무 화분에
울컥,
동백꽃 한 송이 피었네.
반갑다.
동백과 나의 비적대적인 공모
은밀하고
황홀한 상호 저격의 난투극.
꽃이여!
네가 있어 내가 산다.

‘꽃들의 저격’, 신종호

겨울… 이렇게 짙푸른 잎과 불게 타오르는 꽃을 피워내는 동백숲을 걸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간다. 동백잎처럼 강한 철갑을 두르고 동백꽃이 쏘아대는 황홀한 위로를 마음에 담고.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황원숙 sinsa1962@hanmail.net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