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떡국 나눔 행사 시작 전부터 무료급식소에는 어르신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준비하는 이들의 손이 더 분주해진다. 밤새 내린 눈으로 길이 얼어붙고 기온은 뚝 떨어진 주말 오전이었지만 일찍부터 급식소를 찾아온 어르신들은 떡국상이 차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는 경기도전통음식협회, 국제로타리 3750지구 북수원로타리클럽, 수원시새마을부녀회와 함께 20일부터 25일까지 설날을 맞아 지역 주민센터와 경로당, 무료급식소를 찾아 떡국 나눔 잔치를 진행했다.
21일은 수원시 송죽동 참다솜 무료급식소에서 떡국 나눔 행사가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이 노릇노릇한 전을 부지런히 부쳐 내왔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평소 드시기 힘든 손이 많이 가는 전, 나물 반찬 등으로 차린 명절 떡국 한 상 차림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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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자원봉사센터는 경기도전통음식협회, 국제로타리 3750지구 북수원로타리클럽 등과 20일부터 25일까지 떡국 나눔 잔치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
“어르신들, 다 준비됐습니다. 식사하세요.”란 말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익숙한 듯 각자 플라스틱 의자를 하나씩 손에 들고 줄을 지어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주말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이곳에는 평소 70~130명의 어르신들이 찾는다고 한다. 참다솜 무료급식소를 자비로 운영하고 있는 정운자 씨는 “저도 76세 노인이 되었지만 급식소 문을 열기도 전부터 줄을 서 있는 어르신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곳의 식사는 매우 조용했다. 각자의 사정을 말하기 꺼려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몇 년째 이들을 만나고 있는 정운자 씨조차도 말을 아낀다고 했다. 어설프고 값싼 연민으로 그저 “식사 맛있게 하셨냐, 명절은 어떻게 보내시냐.” 물어볼 ‘누’를 범하지 않으리라 생각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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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급식소를 22년째 운영하고 있는 유준숙 씨. 급식소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해 사비로 운영하는 이곳 급식소 문을 닫지 못한다고 한다. |
이날 행사를 위해 여러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이중에서도 아들과 함께 3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정선환 씨 부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명절 나눔, 김장철 김치 나눔 행사 등을 아들과 함께 다니며 어른 공경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부자사이가 돈독해지는 것 같아 봉사활동이 즐겁다.”고 밝혔다.
아들 정경훈 씨는 “아버지와 더 많이 가까워지고 대화시간도 많아졌다. 고령화 사회에 노인인구가 점차 많아지는데 어르신들을 위해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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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행사에는 떡국 외에도 설날 명절 음식이 차려졌다. 급식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도전통음식협회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
어르신들은 가득 담아드린 떡국 한 그릇을 대부분 남김없이 드셨다. 더 드시는 분들도 계셨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필자는 이날 어르신들의 식사량이 놀라웠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의 얘길 듣고 나서 얼마나 무지스러운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다. 홀몸노인들은 하루를 한 두 끼로 보내는 분들이 많고 이 곳 점심 한 끼로 하루를 나는 분들도 여럿이라 한다. 그래서 고봉밥을 퍼드려도 더 달라 하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홀몸노인 144만 명, 고독사 위험군 노인은 30만 명에 이르며 결식아동(2015년 통계)은 35만 명, 방학 중 결식아동은 41만 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런 소외계층의 춥디추운 겨울나기와는 달리 우리 내 명절 풍경은 일견 극악스럽기까지하다.
환경부 ‘음식물 쓰레기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설·추석 기간 동안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2013년 7만748톤에서 2015년에는 10만3,978톤으로 증가했다. 일평균 2013년 1만7,667톤에서 2015년 2만3,449톤으로 음식물 쓰레기는 32.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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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진 21일 오전이었지만 어르신들이 여느때처럼 무료 급식소를 찾았다. |
누군가에게는 밥 한 끼가 하루의 버팀목일 테고 그마저도 명절 당일에는 무료급식소마저 문을 닫아 굶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명절동안 32%나 증가한 음식물 쓰레기는 우리사회의 씁쓸한 양면이 아닐 수 없다.
수원시 새마을부녀회 유준숙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며 마음 아픈 적이 여러 번 있다. 홀로 계신 어르신 댁을 방문하면 ‘나를 찾아와줘서 너무 고맙다. 조금만 더 있다가라.’ 하며 붙잡으신다. 혼자 계시다가 돌아가신 어르신을 뒤늦게 발견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며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좋은 마음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 같다.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명절이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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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은 행사가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무료급식소를 찾아 식사를 기다리고 계셨다. |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맛난 명절음식을 나눌 때, 더러는 그것이 짐스러울 때가 있어 투정부릴 때 조차라도 내 이웃 누군가는 배를 곯고 찾아주는 이 하나 없이 외로운 명절을 보낸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사회의 뒷모습이다.
즐거운 명절!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왕이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손 크게 음식을 장만했다면 푸드뱅크(www.foodbank1377.org)를 통해 손쉬운 나눔도 실천하면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따뜻한 명절나기 해보시길 감히 추천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