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평창 테스트이벤트 2월달 경기가 3일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을 시작으로 4월까지 쭉 이어집니다. 올 겨울, 한기를 화끈하게 녹여줄 평창 테스트이벤트를 맞아 대한민국 정책기자단도 함께 달려봅니다.<편집자 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년여 가까이 다가오면서 올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러는 와중 마침 평창에서 줄줄이 열리는 테스트이벤트 경기들은 겨울스포츠에 목마른 국민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고 있다.
이번 3일에 열린 FIS크로스컨트리 월드컵 또한 평창에서 진행됐다. 테스트이벤트는 평창에 있는 경기 시설들의 점검과 더불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피겨 스케이팅이나 우리나라의 금맥이라 할 수 있는 쇼트트랙,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엄청난 성과를 보여줬던 스피드 스케이팅 등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장르이다. 반면에 크로스컨트리 종목은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하는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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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컨트리는 평지와 오르막 내리막이 섞여있는 거리를 달리는 스키의 마라톤 격에 해당하는 경기다.(출처=pixabay) |
사실 크로스컨트리라는 종목은 스포츠 적인 성격보다 실제 생활에서 나온 생활체육 측면이 강한 경기이다. 크로스컨트리는 노르딕 스키의 일종으로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 유래됐다.
스칸디나비아의 산지는 알프스 산악지방의 가파른 지형과는 달리 대부분 낮은 언덕과 평지로 이뤄져 있다 보니 눈 쌓인 평지를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키가 발달했다. 이러한 긴 거리의 평지를 스키로 이동하는 경기가 바로 크로스컨트리라는 스포츠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장비는 일반적인 스키와는 조금 다르다. 크로스컨트리에 사용하는 스키는 스키화의 앞쪽만 고정하고 뒤쪽은 자유롭게 떨어지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걷고 뛰기 편하도록 되어있으며 알파인 스키에 비해 폭이 가늘고 길이도 짧으며 가벼운 재질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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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의 모양이 알파인과는 다르다.(출처=EUROSPORT 1 캡쳐) |
현재 남자는 개인 스프린트, 단체 스프린트, 15㎞ 개인출발, 30㎞ 추적, 50㎞ 단체출발, 4×10㎞ 계주의 6종목, 여자는 개인 스프린트, 단체 스프린트, 10㎞ 개인출발, 15㎞ 추적, 30㎞ 단체출발, 4×5㎞ 계주의 6종목 등 남녀 총 12개 세부 종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크로스컨트리의 출발 방식은 참 특이한데 참가 선수는 국제스키연맹(FIS)이 발표하는 세계 랭킹에 따라 정해지며 개인출발은 기록이 뒤진 선수부터 30초 간격으로 출발하게 된다. 모두가 같이 출발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기록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마지막으로 출발하게 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우승을 하게 된다. 크로스컨트리는 인내가 필요한 동계올림픽의 마라톤 같은 경기로써 사실상 자신과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큰 경기다.
단체의 경우는 꼭짓점 모양으로 서게 되며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가 앞장서 다른 동료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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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컨트리는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사진은 이번 테스트이벤트 중계 모습.(출처=EUROSPORT 1 캡쳐) |
크로스컨트리에는 특이하게 주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클래식과 프리스타일 두 가지 주법이 있으며 지정 주법을 위반하면 규정에 따라 실격 처리된다. 클래식 주법은 스키를 평행으로 고정시킨 채 폴을 사용하여 정해진 주로(走路)를 따라가는 방식이고, 프리스타일 주법은 스케이팅을 하듯이 스키의 에지 부분을 밀어 좌우로 지쳐 나아가는 방식으로서 클래식 주법에 비해 속도를 올릴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라는 종목이 우리에게 생소한 만큼 그저 경기를 관람하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러니 룰을 숙지하고 보는 것이 진짜 크로스컨트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번 테스트이벤트 중 스프린트 파이널 경기를 유로스포츠라는 채널을 통해 관람했다. 대부분이 속도전인 겨울 스포츠와는 다르게 출발 신호에도 쭉 나아가기는커녕 폴대로 눈 속을 헤집으며 나아가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원하게 내리막길로 쏘아지는 알파인 스키와는 다르게 크로스컨트리는 평지의 눈 덮인 코스를 폴대로 끊임없이 내지르며 속도를 조금씩 냈다. 심지어 오르막길인 코스에서는 미끄러지는 대신 온 허벅지의 힘을 다해 종종걸음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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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컨트리의 코스와 경사로 등의 설명.(출처=EUROSPORT 1 캡쳐) |
우리가 흔히 아는 스키나 겨울 스포츠의 속도감 있는 짜릿함은 없었지만 이러한 격렬한 행위는 필자에게 무언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며 끓어오르는 생존욕구를 느끼게 해주었다.
선수들의 경기는 계속됐다. 스프린트 경기이기 때문에 긴 시간을 달리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했고 평지에서는 힘차게 폴대를 굴려야 했다. 보통 다른 경기들은 ‘와 누가 이기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기 마련인데 크로스컨트리경기를 보면서는 ‘와 저렇게 달리는데 어떻게 안 지칠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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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가 충분히 불편함에도 오르막에서는 뛰기를 망설이지 않는다.(출처=EUROSPORT 1 캡쳐) |
그 정도로 크로스컨트리경기는 치열하고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도전하는 경기였다. 그래서 정말 누가 1등인지를 응원하기보다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도착하였는지가 걱정이 되었고 한 선수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쉬움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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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선수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출처=EUROSPORT 1 캡쳐) |
크로스컨트리의 중간 장면만 보며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경기를 처음부터 지켜본다면 눈길을 헤치며 생존을 위해 머나먼 거리를 스키를 타고 다녔던 그 북방민족들의 치열한 삶의 방식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로스컨트리의 관람을 마치며 아쉽게 우리나라 선수들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건 단순히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의 경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강원도 지방에서 탔던 고로쇠 스키라는 전통 스키가 있는 만큼 금세 다른 나라를 꺽고 크로스컨트리 강국으로 거듭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이번 테스트이벤트에서도 이채원 선수가 여자 스키애슬론 15km에서 46분2초7의 기록으로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앞으로 크로스컨트리를 비롯한 테스트이벤트 경기들이 잘 진행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평창동계올림픽 D데이에서 하루를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