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 국립컨벤션센터. 자크로게 IOC 위원장은 봉투 속 ‘PYEUNGCHANG 2018’이라고 적힌 종이를 보이며 평창을 외쳤다. 강원도가 세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의 눈은 대한민국 강원도로 쏠리기 시작했고 평창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까지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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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강릉컬링센터. |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 강릉, 정선에서는 현재 테스트이벤트가 한창 진행중이다. 테스트이벤트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대회 등 중요한 국제경기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올림픽과 비슷한 강도의 경기 운영을 통해 현실적으로 대회 준비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어 중요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테스트이벤트는 작년 평창에서 열린 2016/17 FIS 스노보드 월드컵을 시작으로 8번 진행됐고, 오는 4월까지 10여 차례가 더 열릴 예정이다.
필자는 2월 16일~17일까지 이틀 동안 시원한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빙상경기의 중심지인 강릉에서 테스트이벤트를 관람했다.
경기 종목은 피겨스케이팅, 컬링 2종목이다. 두 경기 모두 스포츠뉴스와 신문 지면에서만 접했기에 직접 관람한다는 자체가 무척 설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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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캐나다 경기 모습. |
그중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경기는 단연 ‘컬링’이었다. 더 밀어라는 뜻을 지닌 ‘헐’과 그만 밀어내라는 ‘워’라는 구호가 귀를 사로잡기도 했거니와 다이나믹한 표정과 동작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경기를 생동감있게 만들어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컬링이 지난해 소치 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의 활약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더욱 관심이 갔다.
컬링은 얼음판에 물을 뿌려 ‘페블’이라는 얼음 알갱이를 만들고, 페블이 있는 빙판 위에 둥그렇고 넓적한 돌인 ‘스톤’을 미는 스포츠를 말한다. 스톤의 위치와 경로를 정할 때 매우 복잡한 전략과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얼음 위의 체스’라고도 불린다.
신체 접촉이 없어 체력적인 부분보단 섬세한 힘 조절과 풍부한 경험에 기반을 둔 전략 수행이 포인트다. 필자가 관람한 17일 오전 경기에는 총 8팀이 경기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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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스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열심히 얼음판을 닦고 있다. |
필자는 8팀 중 한국과 캐나다의 경기를 흥미롭게 관람했다. 한국의 탄탄하고 유연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선수들은 어떠한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직 밀도 있는 집중력으로 경기를 이끌어냈다. 스톤의 위치는 정확하고도 날렵했고 브룸(빗자루)을 통해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조절하는 힘은 대단했다. 팀워크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이날 한국은 캐나다에 9-5로 승리했다.
컬링은 스톤의 위치를 지정하며 주장의 역할을 하는 스킵 1명,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조절하는 스위퍼 2명, 스톤을 투구하는 투구자 1명으로 총 4명의 선수들로 구성된다.
4명이 한 팀이 되어 한 엔드당 16개의 스톤(팀당 8개)을 민다. 상대팀보다 반경 1.8m 하우스(스톤의 표적과 경기 영역을 표시한 것) 중심에 더 가깝게 위치시킨 스톤 수 만큼을 득점하게 된다. 예를 들어 A팀이 3개의 스톤을 하우스에 넣었고, B팀이 2개의 스톤을 하우스 안에 넣었는데, A팀 스톤이 중앙에 더 가까이 있으면 A팀은 3점, B팀은 0점을 얻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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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팀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경기장 모습. |
1경기는 10엔드로 치러지고, 각 엔드에서 얻은 점수를 더해 경기의 승패를 정하게 된다. 공격은 1엔드 경우, 토스로 선공격과 후공격이 결정되며 2엔드부터는 이전 엔드에서 진팀이 후공격을 할 수 있다.
4명의 선수는 스톤을 미는 순서에 따라 리드, 세컨, 서드, 스킵의 역할을 돌아가며 맡게 되고, 5, 6번 스톤을 미는 서드는 승부처에서 중요한 해결사 구실을, 스킵의 경우 7, 8번 스톤을 밀어 승부를 결정짓는다.
컬링 경기를 보다보면 선수들이 얼음판 위를 빗자루질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스톤을 3~5m 정도 더 나아가게 하기 위함인데 닦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이 나아간다고 한다. 또한 기압을 줄여줘 스톤을 끌어당기기도 하고 얼음 표면을 잠시 녹여 스톤과 얼음 바닥의 마찰을 줄여준다고도 한다.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런 포인트를 알고 경기를 관람한다면 컬링 경기를 더욱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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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전략을 짜고 있다. |
컬링!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집중력과 전략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이라 바둑, 장기, 당구 경기를 생각하면 쉽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남녀 혼성 2명이 팀을 이뤄 경기를 펼치는 ‘믹스더블 컬링’이 처음 도입된다. 믹스더블 컬링은 경기당 10엔드가 아닌 8엔드로 치러지며 엔드당 5개 스톤을 사용한다. 시간 규정도 정해져 있어 더 속도감 있는 컬링을 관람할 수 있다.
기량과 전통의 조화로움이 묻어나오는 컬링!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을 맘껏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벌차 오른다. 2017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 대회는 2월 26일까지 계속된다. 현재 대한민국 남자주니어대표팀은 파죽의 6연승을 거두고 있다.
이곳저곳 발로 뛰어 느낀 모든 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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