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어느 날. 어린 수인이(가명)가 뭐라 종알거립니다. 듣고 있던 엄마가 수인이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니?”
“계이름 소리가 들려요.”
“응? 계이름 소리?”
“빗소리에서 솔라시, 파라솔 계이름 소리가 들려요. 엄마는 안 들려요?”
수인이 엄마는 그냥 지나가는 소리려니 하고 웃어 넘겼습니다.
어느 날은 수인이가 귀를 막고 들어옵니다.
“왜 그러니?”
“너무 시끄러워서요.”
“응? 뭐가 시끄럽니?”
“세상에 음이 넘쳐요.”
그제야 수인이 엄마는 아이가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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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위해, 즐거운 연주를 위해 모이는 올키즈스트라 토요 연습실 모습. |
하지만, 맞벌이였던 부모님의 경제적 여건상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던 수인이는 음악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재능을 알지만 무엇도 해줄 수 없던 수인이의 부모님은 그저 수인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추천으로 오디션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의 ‘올키즈스트라’였습니다.
악기대여는 물론 수업료 전액을 지원해 주고, 전문 강사가 음악지도까지 해주는 올키즈스트라. 수인이처럼 어려운 형편에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꿈의 나무가 되어 주었습니다.
올키즈스트라는 문화소외계층과 지역의 아이들에게 악기 연주가 ‘행복한 경험’이 되고, 관악단원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조화로운 삶’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도록 하는 미션을 지닌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 펼치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서울 은평지역 6개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로 구성된 ‘은평관악단’, 경기도 안양과 군포지역 3개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로 구성된 ‘안양군포관악단’을 비롯 청주, 김해 지역 관악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조금 더 적은 규모의 관악앙상블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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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악단 선정을 위한 사업설명회. |
이들 중 매해 오디션에 합격한 아이들로 구성된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청소년들로 구성됐으며 함께걷는아이들 법인이 직접 운영하는 관악단입니다. 앞에서 말한 수인이도 1년여의 꿈나무 반을 지나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키즈스트라에서는 전액 무상으로 교육이 이뤄지며, 다양한 공연 기회 제공, 음악집중캠프, 단복 지원 및 악기 대여 등은 물론 음악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음악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이 지원됩니다. 지원을 받은 아이들은 다시 음악으로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재능을 나누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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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키즈스트라 찾아가는 음악회, 나눔의 집 공연. |
올키즈스트라 노세진 지휘자는 “모든 감정을 소리로 전달하면서 악기의 감정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 실생활에선 느끼기 힘든 환상적인 경험입니다. 이런 경험이 청소년들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노 지휘자의 말처럼 올키즈스트라 참여 아동들은 이런 음악 경험을 통해 좀 더 밝은 미래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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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외암마을 공연. |
베네수엘라에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올키즈스트라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화적으로 소외 받는 아이들이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손을 내밀어 손짓만 한다면 바로 우리 앞에 올 듯 봄을 앞둔 돌아오는 토요일 또한, 올키즈스트라의 힘찬 연주소리가 드높이 울려퍼질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전은미 vicpi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