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늦었다고 1시간 아르바이트비를 안 주겠대요. 시급도 6,000원에 계약했는데 어쩌죠?”
어느 날 필자에게 고등학교 후배가 아르바이트 문제로 울상을 지으며 찾아왔다. 이번 겨울, 경기도의 한 음식점에서 한 달 넘게 아르바이트를 한 김 모(17세) 후배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고 아직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2017년도 최저시급(6,470원)에 못 미치는 6,000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30분의 식사 및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6시간 서빙과 설거지를 하며 꼬박 일한 김 모 군은 5분 지각했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해고 통보를 받고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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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단위 지각에 1시간 시급을 공제하는 임금 체불 피해 사례가 빈번하다.(출처=pixabay) |
대형 유통 사업장 10곳 중 8곳은 아르바이트 부당 대우
김 모 군처럼 용돈 마련 등의 이유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15~19세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늘어난 아르바이트생의 숫자만큼 부당한 갑질에 눈물 흘리는 청소년들이 많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도 하반기 고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프랜차이즈 카페 및 백화점 등 대형 유통 계열 사업장 4,005곳 가운데 3,108곳이 단기 근로자의 임금 체불, 최저임금 미달 급여 지급 등 부당 노동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당 노동 행위를 한 사업장은 77.6%로 약 10곳 중 8곳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2015년 하반기 조사 당시 위반율인 40.9%보다 약 2배 늘어난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청소년근로권익센터에 신고된 부당 노동 행위도 지난 2016년 7월 302건에서 11월 878건으로 대폭 늘어난 상태다. 이런 현상은 특히 대기업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편의점 등에서 두드러진다. 패밀리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E 회사는 얼마 전 4만여 아르바이트생의 임금과 수당 46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알바 갑질, 이런 유형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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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이 아르바이트 문제 1순위로 꼽혔다.(출처=pixabay) |
지난 1년간 청소년근로권익센터에 신고된 9,340건의 피해 사례를 보면 ‘임금 체불’이 34%로 가장 많았다. 출근해도 손님이 없다며 임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하루 쉰다고 하면 해고 통보와 함께 임금 지급을 거부하고, 분 단위 지각에 1시간 시급을 공제하는 것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이어 ‘최저임금 이하 임금 지급’이 24%였고, 주휴수당 미지급(18%), 가산 수당 미지급(10%)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음식점(37%), 편의점(19%), 카페·빵집(12%) 순이었다.
부당한 아르바이트 갑질, 이렇게 대처하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처럼,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은 근로자이며,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근로기준법 상식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동일한 최저임금(6,470원)을 적용받는다. 근로기준법 제69조에 의하면, 청소년의 1일 소정근로시간은 7시간이며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당사자 사이 합의에 따라 1일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근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연장 및 야간근무를 했다면 시간당 임금의 50%를 가산해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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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출처=pixabay) |
쉬는 시간도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4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에는 30분 이상, 8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주어야 한다. 또 1주일간 개근하면서 15시간 이상 일했을 경우 하루 이상의 유급휴일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르바이트도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고, 1년 이상 계속 일한 후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일하기 전에는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받자
근로계약서는 근로조건을 명시하는 중요한 서류이다. 근로조건을 정확히 문서로 남겨두지 않으면 부당 대우가 발생해도 효과적인 대응이 힘들다. 일하기 전에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만약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당했거나,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면 근로계약의 조건과 실제 근무한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사업장 위치, 사장 인적 사항을 알아둬야 하며, 구인광고를 캡처하고 보관해두면 좋다. 또한, 임금 액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통장으로 입금 받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매일 근무 내용을 기록해 날짜 별로 일한 시간과 받은 임금, 특이 사항 등을 메모해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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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예시.(출처=청소년근로권익센터) |
위 김 모 군의 경우, 올해 시급을 모르고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이 적한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했지만 노동지청 신고를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근로계약서 내용이 법 규정에 위반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저임금은 보장받을 수 있고, 차액만큼 추가 지급이 가능하다. 사장이 최저시급만큼의 추가 지급을 거부한다면 임금 체불로 간주해 관할 노동지청에 진정 접수가 가능하다.
청소년 알바 갑질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청소년 알바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다. 바로 청소년근로권익센터다. 홈페이지(http://youthlabor.co.kr), 유선전화(1644-3119), 카카오톡(ID:청소년근로권익센터) 등 다양한 경로로 아르바이트 상담과 신고를 받고 있다. 아르바이트 도중 욕설, 폭행, 성희롱 등 피해를 입었을 경우엔 심층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국번 없이 1350으로 전화하면 고용노동부에서도 관련 상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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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근로 관련 문제를 카카오톡 상담을 비롯한 다양한 경로로 해결할 수 있다.(출처=청소년근로권익센터)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악덕 사업주 명단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임금 체불로 2회 이상 유죄를 받은 체불 사업주를 공개하고 있으니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청소년은 처음으로 노동을 경험하는 세대이다. 하지만 체계적인 노동 교육을 받지 못하고, 경험도 전무하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부당 노동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근로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더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많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발명의 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발명사업가 안혜연입니다. 크리에이터의 시선으로 가치있는 기사를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