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가 눈 위를 지치며 내는 사그락 소리는 리드미컬하게 반복됐다. 선수들은 힘겹게 산길을 오르거나, 바람의 저항을 덜 받기위해 최대한 상체를 웅크린 채 내리막길을 달렸다. 소총을 둘러메고 스키를 타다가 사격을 하는 모습은, 007시리즈 영화 속 한 장면과도 같이 뭔가 아련했다. 유튜브를 통해 접한 바이애슬론 경기의 첫 느낌이다.
몹시 힘겨워 보였다. 산길을 전력 질주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사격을 하는 순간, 선수들의 심박 수는 170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별 지형이 다른 오르막길의 경사도는 국제규격에 의해 정해졌다. 선수들은 각자의 리듬을 타며,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심폐지구력과 순발력을 동시에 요하는 바이애슬론의 경우, 외국에서는 40대 중반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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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5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바이애슬론 테스트이벤트가 펼쳐진다.(출처=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
우리에게 아직은 서먹한 ‘바이애슬론’ 경기가 평창에서 펼쳐진다. 얼마 전, 김용규 선수가 개인 전 최초,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그 여세를 몰아 이제는 평창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진행되는 ‘2017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은, 3월 2일부터 5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펼쳐지며, 총 28개국 488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바이애슬론(biathlon)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소총사격’을 결합한 종목이다. 북유럽지역 군인들이 스키를 타면서 사격을 했던 것을 유래로, 초기엔 군인 스포츠였다. 근대5종과 연합하여 2종경기라는 뜻의 ‘바이애슬론’으로 정해지면서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로 발전했다.
제1회(1958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제8회 스쿼밸리동계올림픽(1960년)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제16회(1992년) 대회부터 여자 경기가 펼쳐졌다.
바이애슬론은 3.5 킬로그램의 총을 등에 멘 채로 일정 거리를 스키로 주행, 주행 속도와 사격의 정확성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동적인 크로스컨트리와 정적인 사격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므로, 체력소모가 큰 상황 속에서도, 호흡을 유지하며 표적을 맞추는 세심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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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은 3.5킬로그램의 소총을 메고 스키를 타다가 사격을 해야 하는 경기로 체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이다.(출처=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
올림픽에서는 남녀 개인, 스프린트, 추적, 매스스타트(집단출발), 계주와 혼합계주까지 11개 세부종목이 열리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남녀 스프린트, 추적, 계주 등 6개만 치러진다.
바이애슬론은 경기 종목이 다양하다. 조금씩 다른 규칙 때문에 복잡할 수 있지만, 새로운 종목을 보듯 신선한 매력 또한 느낄 수도 있다.
개인 경기는, 30초 또는 1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남성은 20km, 여성은 15km를 달린다. 남성은 4km마다, 여성은 3km마다 복사(엎드려서 쏘기)와 입사(서서 쏘기) 자세로 번갈아 사격을 진행한다. 사격마다 50m 밖에 있는 표적을 5발씩 쏘는데, 만약 맞추지 못했을 경우 1발당 기록에 1분씩 추가된다.
스프린트는 남, 녀 모두 10km 단거리 경기다. 3~4km 지점에서 복사와, 7km 지점에서 입사를 하며, 5발씩 쏘지만, 맞추지 못하면 표적 당 150m를 추가로 주행하여야 한다.
추적, 출발 순서는 스프린트와 개인 경기의 결과를 토대로 결정한다. 앞 주자와의 시간 차이만큼씩 차이를 두고 출발한다. 뒷 주자가 앞 주자를 앞지르는 경우 뒷 주자가 승리하게 된다.
집단출발, 30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며,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우승한다. 그 외의 경기 규칙은 스프린트와 동일하다.
계주의 각 팀은 4명으로 구성되며, 각 주자는 남자 7.5km, 여자 6km씩 주행한다. 남자 2.5km, 여자 2km 씩의 중간 지점에서 사격을 반복 시행한다. 5발의 탄환과 예비탄환 3발이 더 주어진다. 예비탄환을 모두 쏜 이후에도 표적을 모두 맞추지 못하면, 표적 당 150m를 추가로 주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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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를 타며 턱까지 오른 숨을 가다듬고, 입사를 하기 위해 자세를 취한 선수의 모습.(출처=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
우리나라는 2009년 이미 세계바이애슬론선수권대회를 평창군에서 유치한 바 있다. 아시아 지역의 바이애슬론 저변 확대를 위해, 아시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바이애슬론 대회를 유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짧은 겨울과 고가의 장비, 경기장의 한계 등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폰서가 반드시 필요한 종목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금메달이 11개나 걸려 있는 바이애슬론은 동계올림픽의 ‘메달 밭’이다. 덕분에 세계적인 선수를 보유한 유럽에서는 끝내주는 인기 종목이다. 독일에서는 최근 실내 바이애슬론 대회까지 열리고 있으며, 강국 역시 독일,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유럽 국가다.
이번 대회에서는 바이애슬론의 세계적인 스타들을 보는 재미도 더할 수 있다. 동계올림픽 메달 13개를 지닌,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과 남자 시즌 랭킹 1위 마르탱 푸르카드(프랑스), 여자부 랭킹 1위로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을 차지한 로라 달마이어(독일) 등 정상급 선수가 출전해 메달 경쟁을 벌인다.
한국에서는 바이애슬론 남녀 간판선수인 이인복(포천시청), 문지희(평창군청)와 지난해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에가테리나 에바쿠모바, 안나 프롤리나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정상급 선수와 기량을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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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는 집단 경기는 중간에 복사와 입사를 하고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우승이다.(출처=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
바이애슬론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1년 후의 평창이 기대되는 것은, 그간 올림픽 출전을 통해 기량을 쌓았으며, 각종 대회를 통해 준비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꾸준한 노력에 기꺼이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바이애슬론의 새로운 도약이 평창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드러나지 않아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선수들의 본격적인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은영 eypark19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