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오후 1시 59분 26초. 매년 이 시각에 모여 파이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하버드와 옥스퍼드 대학 수학전공자들의 모임, 파이 클럽(π-Club)의 이야기다. 3.14로 시작하는 원주율을 기념하기 위해 3월 14일을 ‘파이데이’로 지정한 국가들의 이벤트는 다채로웠다.
미국 MIT 대학에서는 14일에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하고, 샌프란시스코 박물관에서는 3월 14일 1시 59분에 3분 14초 동안 수학의 발전을 기원하는 묵념을 했다.
3월 14일 하면, 오직 ‘화이트데이’로 들뜨던 우리 학생들. 이제 3월 14일을 원주율로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다. 교육부는 최근 3월 14일을 파이데이로 지정, 각 학교에서는 파이데이로 4행시를 짓거나, 바둑알 3.14m 날리기, 원주율 외우기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수포자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다 수학과 친해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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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 '파이데이'로 지정한 3월 14일은 3.14로 시작하는 원주율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출처=교육부 블로그) |
수학에 약하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문제 풀 학생을 지목하려는 순간이면, 졸다가 가위에 눌리던 친구마저 정신이 들었다. 빠른 맥박과 혈압상승은 물론, 당일 날짜가 번호인 학생은 타고난 운명을 받아들여 이미 반쯤 기력이 쇠한 상태였다. 좌우지간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렵다. 수학은 사교육이 몹시 필요한 과목이다. 3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번 포기하면 따라잡기 어려운 과목임을 알기에 사교육을 시키는 거다. 수포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나날이 오른 레벨과 진도 나가기에 바쁜 학교 수업만으로 수학을 따라잡기란 어림없는 소리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가 8배 이상이라는 통계청 발표를 접했다.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는 이제 어쩔 도리가 없는 듯하다. 고소득층의 학생이 더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씁쓸하다. 중, 고등학생 자녀의 엄마로서 마음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최고이기보다 평균이기를 바라며 사교육비를 부담하지만, 금수저가 아닌 이상 다채로운 배움의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시키지 못한다는 점. 이는 어쩌면 학생의 능력 혹은 성적과는 무관한 박탈감을 안기는지 모른다. 이는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든 엄마들의 심정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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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소득별 자녀 사교육비를 발표한 통계청에 따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가 8배에 달했다. (출처=통계청) |
교육부는 지난 8일, ‘교육복지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재능 있는 학생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한 중·고교 단계의‘(가칭) 꿈사다리 장학제도’를 신설하는 등 교육비 양극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모두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는 교육을’ 이라는 방침 아래 현장 교사, 시도교육청 및 연구기관, 학계 전문가 등이 모여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복지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했다고 밝혔다.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곳에 지원을 강화하려는 의지다.
아울러,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운영 자율권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교 수업·평가 혁신 방안’과 초등학교 예체능, 방과 후 학교 활성화 방안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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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 해 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9만 9천원이었다.(출처=통계청) |
자유학기제가 등장하고, 지필평가보다 수행평가가 우선되는 등, 공교육 역시 조금씩 천천히 변하고 있다. 반가운 얘기다. 더 바란다면, 대학 졸업을 하지 않거나, 좋은 대학이 아니어도 능력을 인정받을 수는 있는 사회이기를 희망한다.
학벌을 넘어선 능력중심사회, 이는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고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이다.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 됐으며, 사교육비 지출로 소비가 준 내수시장 활성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발굴을 위해서라도 서열을 나누기 위한 입시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로서 바란다. 균등한 배움의 기회를 나누고, 불필요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노력, 그 끝에 닿는 지점이 입시가 아니기를 말이다. 교육개혁은 능력중심사회 구현에서 시작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은영 eypark19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