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펼쳤던 바둑 경기를 기억하는가? 1승 4패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에 무릎 꿇었던 이 사건에 온 국민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이렇게나 빠르게 세계 최고의 프로기사인 이세돌을 이기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은 물론 로봇기술,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거의 모든 지식정보분야에 걸쳐 급속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기존 소비의 형태,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혁명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이미 들어서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청년들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면에선 지능정보기술로 직군 자동화, 산업구조 재편 과정을 통해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입을 모아 “일의 양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의 성격과 내용이 변화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청년들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기회와 도전을 먼저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미리보는 내 일의 내일, 4차 산업혁명 얼리버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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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시티북스가 국내 최초 AI 작곡가 BOID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청년들의 일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여기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청년위원회가 이러한 변화에 청년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 얼리버드쇼’를 개최했다. 행사는 지난 16일 서울 합정동의 잭비님블에서 진행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강의를 진행했고, ‘일의 변화와 청년의 대응 전략’에 대해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김안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김현준 AI 전문기업 VUNO 전략이사, 정준호 KT 미래융합사업 추진실 차장이 토론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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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AI 작곡가 BOID를 개발한 GIST 안창욱 교수. |
본격적인 강연 시작 전 미디시티북스와 국내 최초 AI 작곡가 BOID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진행됐다. AI 작곡가 BOID를 개발한 GIST의 안창욱 교수는 “공개된 기술을 활용해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핵심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청년이 4차 산업혁명의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의 시작점은 사람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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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얼리버드쇼 첫 강의를 진행한 성균관대 최재붕 교수. |
최재붕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청년의 준비’라는 주제로 시장의 혁명적 변화와 그 사례에 대해 다뤘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는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모든 정보를 빠르게 얻어 전파하고, 공감과 재미를 추구하는 스마트 신인류다.
이들은 SNS의 자발적 확산을 통해 시장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 왔는데, 특히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엄청난 성장을 몰고 왔다. 최재붕 교수는 우버, 아디다스 스마트 팩토리, 줌피자, 스티치 픽스 등 다양한 혁신기업의 사례를 들며 빅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서비스와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일자리의 방향이 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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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속 일자리 변화에 대해 강연한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선임연구위원. |
새로운 기술은 산업과 직종에 관계없이 우리를 둘러싼 모든 노동의 본질을 송두리째 뒤바꿔놓고 있다. 최재붕 교수에 이어 강연을 진행한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변화’에 대해 다루며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에서 정규직이 줄어들고 프리랜서, 임시직, 파견직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임을 이야기했다.
과학기술 혁신으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는 두 가지의 상충되는 현상을 불러오는데, 하나는 기술과 자본이 노동을 대체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새로운 산업과 직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과거의 산업혁명에 비해 훨씬 넓고 빠르게 일자리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더욱 빠른 속도로 노동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옥스퍼드 마틴 스쿨 연구원인 카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팀의 연구에 의하면 고소득 전문직과 창의성을 요하는 직군, 저소득 노무직에서는 고용이 늘어나지만 비서직, 외식업계 종업원, 세무 대리인 등 중간 소득층의 단순 반복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연구 결과를 볼 때 과학기술의 발달이 노동시장 내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자리의 패러다임도 근로자와 기업의 지속적 관계에서 일련의 거래 관계인 일명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언제든지 원하는 장소에서 정보를 꺼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처럼 일자리도 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클라우드 기반의 휴먼 플랫폼은 노동 공간에 대한 독립과 자유를 선사하는 이상적 시스템이라는 긍정적인 입장과 규제가 없는 가상의 노동 착취 시스템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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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얼리버드쇼 토론회 현장. |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일자리 정책의 필요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하는 노동의 본질에 걸맞는 새로운 형식의 사회·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자리의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휴먼 클라우드 방식의 노동 환경 속에서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정책과 제도적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어 ‘일의 변화와 청년의 대응전략’ 토론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인재상, 교육 정책, 진로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토론 패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인 청년들이 창의성, 기술과의 보완성 및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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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마주한 청년들에게 격려사를 전하는 청년위원회 박용호 위원장. |
행사를 주관한 청년위원회의 박용호 청년위원장은 “청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빠르고 강한 능력을 이용해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청년들의 도약을 응원했다.
이번 얼리버드쇼는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청년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유용한 길잡이가 되었다. 앞으로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오는 파괴적 혁신과 과학기술을 활용해 일자리는 물론 더 멋진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길 바라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안혜연 haeyun0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