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1’, ‘시스플라틴’. 2012년 8월, 난 이 낯선 용어에 대해 공부했다. 임상시험제다. 홀로 계신 엄마 몰래, 날 찾아온 오빠(42)가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한지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다. 오빠는 미혼이었다.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입원을 했고, 개복 했지만 그대로 닫아야 했다. 수술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는 얘기였다. 투병은 그렇게 시작됐고, 난 그렇게 오빠의 보호자가 됐다.
전이가 진행된 환자(4기) 대부분은 임상시험으로 항암을 시작했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견뎌야 하지만, 환자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사실,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무작위로 만든 대조군은 ‘진짜 약을 받을 그룹’과 ‘위약을 받을 그룹’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어떤 그룹에 속했는지는 윤리적 차원에서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임상시험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1년 가까이 강남의 유명 한의원을 다녔고, 요양병원에도 머물렀으며, 고주파치료와 더불어 서너 군데의 암 전문병원에 입원을 반복했다. 환자가 바라거나 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주치의는 처음 ‘1년을 본다’고 했지만, 오빠는 3년하고도 93일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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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 실천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출처=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 |
암은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다. 1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무서운 병이다. 암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고, 원인은 다양했다.
매년,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분의 1은 암 예방활동 실천으로,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치료로, 나머지 3분의 1은 암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숫자 ‘3-2-1’을 기념하며,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암 예방, 조기 진단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천을 촉구하자는 취지다.
지난 17일, 대한암예방학회에서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춘 ‘위암 예방 수칙 7가지를 제정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거다.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때보다,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짠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은 위암 발병 위험도가 4.5배 더 높다. 싱겁게 먹는 게 좋지만, 어렵다면 짜지 않게 먹어야 한다. #건조나 훈제된 식품 섭취를 줄이자. 방부제 사용 식품에 함유된 아질산염과 질산염은 위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 #숯불구이처럼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태우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과일과 채소, 특히 파와 마늘, 양파 등 채소는 위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루 3잔 이상 과도한 알코올 섭취를 줄이자. 위 점막에 손상을 줘 위암 위험을 높인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자는 습관은 좋지 않다. 음식물의 위 배출 시간을 지연시켜 소화기 질환을 유발한다. #개인접시를 활용하자.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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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녀별 암 발생 순위.(출처=보건복지부) |
암이란 세포의 불균형에서 오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닌 암세포는, 스스로의 면역력에 의해 파괴돼 증식을 막는다. 하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흡연, 방사선 등에 의해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암으로 변이된 세포가 모든 장기를 장악한다.
탈모, 구토, 전신쇠약,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증, 심장질환, 근육통과 관절통. 이는 암이 아닌, 항암제의 부작용이다.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독한 항암제는 몸에 필요한 정상세포까지 같이 파괴하기 때문이다.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몸이 더 쇠약해지는 이유다.
이 때 몸의 기력을 돕기 위한 모든 통합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양·한방의 협진을 통해서라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력을 키우지 않으면 항암을 이어갈 수 없다.
암에 좋은 어떤 음식이든 꾸준히 복용하자. 자신에게 맞는 음식이 반드시 있다. 좋은 공기와 식습관은 병든 몸을 개선하며, 웃음은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돕기 위한 정서적 돌봄 역시 지원이 필요한 일이다. 말이 쉽지, 환자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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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조기발견만 하면 7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40세 이상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무료건강검진을 반드시 받자.(출처=pixabay) |
로봇과 바둑을 두는 시대에도 암을 정복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암은 불치병이 아니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7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아울러, 안전성의 효과가 검증돼 치료확률이 높다고 보도된 신약의 상용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승인과 규제 사이에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있다. 그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40대 이상이라면, 2년에 한번 있는 국가건강검진도 빠뜨리면 말자. 국가건강검진을 통한 질병 확인 시에만 치료비 지원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 중증환자는, 5%의 치료비를 부담하지만, 결국 언젠가 가계가 위태로울 수 있다.
위암 사망률이 높은 것은,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도 검진을 미루기 때문이다. 구토나 속쓰림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내시경을 통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당장 귀찮을 수 있지만, 병든 몸을 돌보려면 몇만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새로운 기적을 경험한다.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으며, 배변과 수면이 원활하다면 암은 완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지다. 몸이 버틸지 암이 버틸지는 해 봐야 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은영 eypark19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