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이 익숙했던 교실에서 자유학기제가 가져온 변화는 신선했다. 참여형, 교과 간 융합형 수업과 학교 밖 진로 탐색 시간! 아이들은 꿈과 끼를 찾아 맘껏 날았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한 학기만으론 영 성에 차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법은?
교육부는 2017년 자유학기제를 일반학기제와 연계한 시범학교 300곳을 운영한다. 자유학기제가 만들어낸 교육현장의 긍정적 변화가 타학기, 타학년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2016년 2월 실시한 교육부 자유학기제 여론조사에서 자유학기제 이전 및 이후 학기 연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교사는 93%, 학부모 98.9%, 학생 83.6%로 나타났다.
시범학교는 일반학기에 학생 참여 및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학기당 52시간 이상으로 강화하고 지필고사 비율을 완화하며 과정중심의 수행평가 비율을 확대한다. 기존의 자유학기 활동의 4가지 영역(주제선택, 예술, 체육, 동아리, 진로탐색) 중 학교여건 및 학생 희망에 따라 2개 이상의 활동영역을 특화 편성하여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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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고, 한 학기 동안 시험의 부담 없이 진로 탐색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2013년 42개 연구시범학교를 시작, 2016년 전국 중학교에서 시행됐다. 울산 남창중학교 자유학기제 갯벌체험 학습.(사진=남창중학교) |
필자는 자유학기제가 전국 42개교에서 시범운영했던 2013년, 일선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들과 학부모, 담당교사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학생들의 변화는 신선한 것이었다.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하던 아이들은 수업의 재미를 찾았고 사춘기 나이에 정서적으로도 친구, 가족과 견고해지는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한 학기에 한정된 변화를 매우 아쉬워했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하고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학생들을 만났을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시현(경기 수원) 양은 “작년에 자유학기제를 경험하고 꿈과 진로를 찾는데 한 학기는 너무 짧다고 느꼈다. 일반학기에도 연계된다면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하는데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혜민 양 역시 “시험 부담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유학기제 때 다양한 활동과 체험형 수업이 즐거웠는데 강의식 수업으로 바뀌어 많이 아쉬웠다. 수업 때 참여하고 토론 할 수 있는 수업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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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동안 시행되는 자유학기제가 그 외 일반학기와도 연계되어야 한다는 교육현장의 요청이 높았다. 울산 이화중학교 2016년 상반기 학생 참여수업 공개 모습.(사진=이화중학교) |
자유학기제 도입 초기에 학부모들의 걱정은 컸다. 혹여 시험을 치르지 않는 자유학기제 동안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자유학기제가 전국 학교에 시행되면서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자유학기제의 장점이 공교육 전반으로 확장되길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6년 자유학기제와 일반학기를 연계하여 운영한 80개교에서 자유학기제의 효과성은 이어졌다. 대구 안심중학교는 2학년 1, 2학기 과학, 역사, 영어 교과 수업을 매주 두 시간씩 주제 선택프로그램을 설정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평가도 자연스레 지필고사가 아닌 서술형, 과정평가로 이어졌다.
이현아 교사는 “2학년 3과목, 각 4명의 교사들이 각기 다른 프로그램의 수업을 준비했고 선택은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겼다. 수업시수가 많고 아이들의 선택의 폭이 넓을 수 있는 주요 과목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 뿐 아니라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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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는 도입 시기 자녀의 학업저하를 걱정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으나 체험형·프로젝트형 수업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아이들 뿐 아니라 학부모의 관심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 남창중학교 자유학기제 학부모연수. (사진=남창중학교) |
울산 이화중학교는 자유학기제의 학생 참여형, 프로젝트형 교과수업을 일반학기에도 연계했다. 이에 따라 자유학기제 도입 직전 학기인 1학년 1학기와 자유학기 이후 학기인 2학년 1, 2학기 모두 중간고사에서 지필고사를 없앴다. 과정형 수행평가로 시험은 대체됐다.
수업참여도도 높아졌고 학부모들의 걱정도 줄어들었다. 손동준 교사는 “교실 수업의 개선이 이뤄지려면 평가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결실을 맺기 위해선 중학교 과정 뿐 아니라 초-중-고 과정이 연계되어야 교육에서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학기제의 효과를 체감하는 일선학교의 교사, 학부모의 의견은 실상 하나로 모아졌다. 자유학기제의 장점은 분명하나 자유학기제의 교육 시스템이 초-중-고 과정 전체에서 연계될 수 있을 때 진정한 교육의 질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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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자유학기제 우수사례 공모전 UCC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화중학교 김다혜, 하가빈, 남혜윤, 김채연, 김지윤, 장유정 학생의 ‘어울림으로 잡(Job)! 아(我)! 드림(Dream)!’의 한 장면.(사진=자유학기제 홈페이지) |
학부모 이지영(서울 광지구) 씨는 “큰 아이가 첫 자유학기제 도입 시범학교 해당 학년이었다. 시작 당시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으나 지역사회, 학부모의 도움 등이 더해져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업방식의 변경은 입시지옥의 현실과 연결돼야 한다. 부족한 공부를 해야 하는 건 결국 아이들의 몫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자유학기제는 자유학기제 이전의 교과 시스템보다 교사들의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인터뷰에 응했던 한 중학생은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자유학기제의 다양한 활동에는 큰 도움을 받았지만 교과수업에서는 토론·참여형 수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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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중학교 자유학기제 산출물 전시 모습.(사진=남창중학교) |
이에 반해 자유학기제의 다양한 수업방식을 일반학기에도 연계해 그 장점을 개발하는 학교도 여럿이었다. 울산 남창중학교는 전 학기 융합수업을 실시했을 뿐 아니라 교사별 브랜드 수업개발과 2학기 일주일간의 과목간 연계 주제통합수업을 시행했다. 교사들은 각각 수업마다 자유학기제에 걸맞은 새로운 지도안을 만들고 같은 교과 교사들은 수업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 지도안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 과목별로 교사들에게 배부됐다.
정혜진 교사는 “수업의 다양화가 이뤄져서 학생, 학부모 모두 반긴다. 지금 2, 3학년 학생들은 자유학기제를 이미 경험한 아이들이다. 따라서 이 아이들에겐 자유학기제 수업방식이 매우 당연하고 익숙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유학기제의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고입과 대입이 바뀌지 않는다면 교육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꿈을 함께 고민하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자유학기제가 한 학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공교육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터이다. 공교육 변화의 물꼬를 텄다면 그 물줄기가 끊이지 않고 뻗어나가게 하는 일에 이제 더욱 골몰할 때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