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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으로 떠난 밤나들이, 눈과 입이 호강했다!

‘대장금과 함께하는 경복궁 별빛야행’ 직접 참관기

2017.03.30 정책기자 이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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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 시작 후 1분이 채 안돼 마감됐을만큼 인기가 높은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고궁의 맛과 멋,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별빛야행으로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주관한 ‘대장금과 함께하는 경복궁 별빛야행’이 지난 3월 20일부터 오는 4월 14일까지 약 20여일 간 경복궁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봄꽃들로 더욱 화사한 풍경을 선사하는 고궁의 낮, 그보다 더 아름다운 고궁의 밤을 선사하는 특별 프로그램은 최근 몇 년 사이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인기를 더하는 고궁의 대표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저녁 6시 30분, 7시 40분, 1부, 2부로 나뉘어져 펼쳐지는 별빛야행은 회당 60명씩 하루에 총 120명이 참여하게 되는데, 필자는 지난 27일 2부 프로그램에 함께 했다. 

흥례문에서 별빛야행을 시작하는 참가자들
흥례문에서 별빛야행을 시작하는 참가자들.
 

대장금과 함께하는 경복궁 별빛야행은 지난 가을 시작된 뒤 2년차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100분간 흥례문-근정전-소주방-교태전-아미산-자경전 꽃담 십장생 굴뚝-집경당 함화당-향원정-집옥재-경회루-흥례문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특별하게 궁궐을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야간 조명을 받아 더 없이 아름답던 광화문을 지나 집결지인 흥례문 초입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참가자들이 밤나들이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해설사와 함께 어두운 길을 밝혀주던 청사초롱을 따라 근정전으로 향하는 길, “여러분은 임금님이 초대한 특별손님”이라는 말에 괜시리 어깨가 우쭐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된 별빛야행은 담장 하나를 넘었을 뿐이건만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고요함에 은은한 별빛과 조명에 물든 고풍스런 궁만 남아있다.

별빛야행 첫번째 야경 포인트였던 근정정의 아름다운 풍경

별빛야행 첫번째 야경 포인트였던 근정정의 아름다운 풍경.

끊임없이 이어지는 멋진 야경 사이 사이, 해설사의 자세한 이야기가 이어지니 함께한 사람들은 멋진 고궁의 모습을 담으랴, 역사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랴, 마음이 너무 바빠진다. 

경복궁은 조선시대의 정궁으로 1395년에 창건된 뒤 임진왜란 때 소실,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건, 명성황후 시해까지 조선의 역사와 함께한 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 중심이 되고있던 정전 근정전을 지나 은은한 별빛이 드리운 길을 따라 소주방으로 향한다.

은은한 불빛을 따라 소주방으로 향하는길
은은한 불빛을 따라 소주방으로 향하는길.

궁궐의 부엌이었던 소주방에서 참가자들을 맞이하는건 임금님의 수랏상인 12첩 반상의 도슭수라상과 퓨전국악이다. 나홀로 궁궐 여행을 즐길때면 임금님이 무엇을 먹었고, 어디에서 일을 하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했을까 궁금해지곤 했었는데 별빛야행은 그 궁금증들의 직접 체험하고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궁중나인의 수발속에 즐기는 명란젓갈, 황태구이, 더덕구이, 전복초, 배추김치, 오이송송이, 생선전유화 등과 쌀밥과 탕평채로 차려진 12첩 반상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화려함보다는 정갈하면서도 담백한 편이다.

임금님의 일상식이었던 12첩 반상
임금님의 일상식이었던 12첩 반상.


임금님 수랏상을 즐기는 동안 소주방에는 퓨전국악팀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는 툇마루로 나와 전통 궁중음악부터 귀에 익은 국악가요까지, 다양한 연주와 판소리까지 함께하는 시간은 임금님이 즐겼던 풍류를 엿보는 듯, 경복궁의 멋진 야경 감상과는 또 다른 멋과 맛이었다.

12첩 반상을 즐기며 퓨전음악에 젖어드는 밤
12첩 반상을 즐기며 퓨전음악에 젖어드는 밤.


그렇게 소주방에서의 특별한 시간에 이어지는 다음 코스는 당도할때마다 탄성과 환호가 쏟아지던 경복궁 최고 경관과의 만남이었다. 

임금님의 침전이었던 강녕전과 마주하고 있던 교태전, 사극 속 궁중 암투의 주인공으로 비춰지는 모습과 달리 조선시대 가장 바쁜 여인이었다는 왕비의 마음을 달래주었을 후원 아미전은 은은한 별빛속에서 너무도 멋진 경관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미산 굴뚝은 우리 옛 궁에 스며있던 최고의 예술혼이었다.  

교태전 후원 아미산의 아름다운 풍경
교태전 후원 아미산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이어진 곳은 별빛야행 프로그램에서만 즐길 수 있는 집경당과 함화당이다.

내부 관람이 허용되던 전각은 3칸 마루로 이어지던 경복궁 내전의 침전으로 우리 한옥의 건축미가 돋보인다. 각각의 방은 봄단장을 하듯 고가구와 꽃들이 조화로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설명이 끝난 후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발길을 옮기지 못할만큼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전각이기도 했다.

별빛야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집경당과 함화당
별빛야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집경당과 함화당.


궁의 밤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숲길을 건너 당도한 정육각형 누각 향원정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는데 조만간 해체 복원 작업이 예정돼 앞으로 3~4년 동안은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볼수가 없을 것 같다한다. 아마도 이번 별빛야행 참가자들이 마지막 관람자가 될 듯싶다.

야경의 최고경치를 보여준 향원정
야경의 최고경치를 보여준 향원정.


향원정을 관람하곤 명성황후의 아픈 역사가 배어있던 건청궁을 지나 고종황제의 서재이자 외국사신을 접대하였다는 집옥재에 당도한다. 집옥재 또한 내부까지 관람할 수 있었는데, 조선왕실관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 귀중한 자료들을 둘러볼 수 있어, 왕실의 서재에 들어왔다는 특별한 감흥에 젖어들게 된다.

고종임김의 서재였던 집옥재에서 조선기록물에 빠져든다
고종의 서재였던 집옥재에서 조선기록물에 빠져든다.


7시 40분에 시작해서 12첩 반상을 즐기며 음악감상에 빠져들었던 40여 분을 제외하곤 계속 이어지는 도보여행길에 지쳐갈 즈음 마지막 여정이었던 경회루에 당도하는데, 예사롭지 않은 흥분감이 찾아온다.

집옥재에서 제법 긴 산책코스로 이어지던 경회루 서쪽 연못에 비친 소나무 반영을 시작으로 축축 늘어진 버드나무가 드리운 경회루는 보는 순간 숨이 탁 막혀왔을만큼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동안 경복궁을 찾을때마다 수없이 만나왔던 낮 풍경과는 젼혀 다른 멋이 있었으니 경복궁 야경의 결정판이지 싶다.

별빛야행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경회루의 야경
별빛야행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경회루의 야경.


역시나 신발을 벗고는 2층 누각에 올라 은은하게 흐르던 대금연주를 감상하며 둘러보는데 인왕산과 경복궁의 전각들, 현대의 도심속 풍경까지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보여지는 야경 또한 달라진다.

대장금과 함께하는 경복궁 별빛야행, 임금님이 살았던 궁궐 속에서 음식과 공연, 역사와 예술에 젖어들며 우리의 고궁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정잭기자단 이민숙 dayee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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