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사회… 단순히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생물의 본능적 행위’라고 하기에는, 이미 갑질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만연하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본인의 혹은 본인이 부양해야 하는 가족의 삶을 위해 무조건 참아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본 자는, 갑질의 폐해에 공감하고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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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가 만연한 사회, 사회적 약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출처=KTV) |
■ 일상화된 경비원에 대한 갑질, 국회에서 갑질방지법 통과
갑질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다.
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는 광주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조건과 인권 현황을 실태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응답자 중 29.7%는 입주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부당한 대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90%가 ‘참는다’고 했는데, 경비원이 부당대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환경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경비업무를 하는 감시직 노인노동자는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부가업무를 주당 평균 민원처리 4.6회, 청소 4.2회, 주차관리 3.8회, 분리수거 2.8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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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적 약자 보호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국무조정실) |
이 같은 경비원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문제되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올해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 등 경비원과 같은 공동주택 근로자에게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아파트 경비원이 자신의 업무 외에 주민들이 사사로이 시키는 ‘허드렛일’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다만 관련 처벌 조항은 도입되지 않았다.
■ 고용관계를 상하관계로 인식, 근로기준법 적용대상 미포함
경비원의 처우개선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경비원에 대한 폭행 사건들 때문이었다. 대개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입주민은 “내 관리비로 너 월급 받는다.”는 등 고용인과 피고용인을 넘어 주인과 하인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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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은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출처=KTV) |
게다가 경비원의 근로 조건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이다. 일반적인 노동에 비해 쉬운 노동으로 분류되어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대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비원은 근로시간에 대한 상한이 없으며,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도 통상적인 노동자와 다르고, 유급 주휴일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열악한 환경에도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과 방범자동화로 인해 노동수요는 줄어가는 반면에 노동공급은 여전히 과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갑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방문해 인터뷰해본 결과, 경비원들의 상황은 비슷했다. 경비원 K씨는 “택배업무는 계약서상으로 내 소관이 아님에도, ‘예전부터 그렇게 했다’는 말에 담당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부가업무가 너무 많아 힘든 상황이지만 일자리가 없어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고 밝혔다.
경비원 J씨 역시 갑질을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는 주민에게 분리수거를 부탁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경비원이 하는 것 아니냐’는 말 뿐이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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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출처=KTV) |
■ 상징성 넘어 실효성 잡아야
계약사항 외의 업무를 시킨다고 해서 정부가 단속하거나 처벌하는 조치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의미는 있었다. 인터뷰한 경비원 대부분이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국가 차원에서 경비원들을 생각해주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고마울 따름”이라며 앞으로 해당 법안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희망했다.
만약 갑질금지법을 정부가 적극 홍보하고 더 나아가 처벌조항을 만들게 된다면, 갑질을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책을 통해 민간의 협력을 정부가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궁극적인 인식마저 개선된다면, 우리나라는 사람 간의 존중이 살아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시우 miney38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