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가는 곳, 만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틀을 깰 수 있는 건 여행뿐이다. 정서적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떠나는 거다. 짐을 싸고, 정해진 길에서 살짝만 벗어나면 그만이다. 행복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은 설레임을 쫓는 일이다. 짐을 싸는 순간 마주한 세상의 중심엔 선명한 ‘봄’이 있다. 망설임 없이 떠나 가슴을 채워보자. 일탈의 짜릿함에서 얻은 추억으로 한동안 고고하게 버틸 수 있을 거다. 고민하는 사이, 기어코 봄은 사라진다. 마침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봄 여행주간이다.<편집자 주>
누구나 삶에서 과거의 좋았던 추억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과거의 좋은 기억이지만 현존하지는 않는 그런 추억. 사람이 아니라 도시의 관점에서 볼 때 원도심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내 어린 시절의 영웅, 원도심은 나이가 들면서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민관이 협력하여 옛 것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원도심 재생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2017년 봄 여행주간을 맞이하여, 최근 변화하고 있는 대전광역시의 원도심을 걸어봤다.
봄 여행주간을 맞아 멀리 산으로, 바다로 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을 한가로이 걸어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묘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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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철도시장. |
싱싱한 제철 채소, 과일의 향기로운 내음과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분식류가 본인들을 데려가라고 아우성친다. 대전 중앙철도시장은 옛 명칭인 중앙시장에서 명칭을 개선했고 그에 맞춰서 생활/잡화 같은 표지판을 생활역/잡화역으로 표기하며 재미를 주고 있다.
철도역을 연상시키는 명칭으로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공영주차장 건설을 추진, 시민들의 편의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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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천 전경. |
대전천은 원도심의 다른 장소보다도 필자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장소다. 십수 년 전 필자가 초등학생일 때 가족이 이곳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했었다. 마치 청계천이 개복되기 전 시멘트로 덮여 있었듯 대전천도 마찬가지로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멘트로 덮여 작은 공원으로 운영이 되었었다.
어렸었지만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 곳에서 어르신들이 술냄새 펄펄 풍기며 노름을 하던 모습이었다. 2010년 개복된 이후로 이곳은 이제 주말에 가족, 연인이 찾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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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여유롭게 즐기는 가족들. |
은행동 지하상가는 어린시절부터 친숙하게 다녀왔던 곳이다. 작은 상점들이 모여 구성된 지하상가는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대전 쇼핑의 메카’, ‘못 사는 것 빼고는 없는 것이 없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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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동 지하상가. |
대흥동 문화거리는 여러모로 서울의 대학로와 닮아 있다. 비록 대학로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는 않지만 그 만의 아름다움을 찾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다른 독특한 인테리어를 가진 카페, 그리고 오래된 건물을 부각시킨 인테리어로 지나가는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낭만이 가득한 카페도 있다.
무엇보다 곳곳에 감성이 넘친다는 점이다. 이색적인 카페와, 있는 듯 없는 듯 자잘한 조형물들은 다시 소년이 된듯한 감수성을 불러일으켰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곳. 대전에 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대흥동 골목골목을 걸으며 스토리를 발견하는 ‘대전 원도심 골목투어-근대공간의 상상공작소’라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봐도 좋겠다. 예약 및 문의처www.fairtravelkorea.com / 042)33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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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문화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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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문화거리 이색 카페. |
대전 최고의 랜드마크 과학기술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는 영상구조물 ‘스카이로드’는 개장 때부터 큰 이목을 끌었다. 세계 4번째 규모인 길이 214m의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영상쇼는 방문객들이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스마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와 쌍방향 콘텐츠를 통하여 다양하고 색다른 체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운영시간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동절기(18:00~21:50), 하절기(19:00~22:50) 50분씩 상영하고 10분씩 휴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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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로드. |
원도심 활성화는 흔히 도심 재생사업이라고 불린다. 낙후된 구도심을 재생, 활성화하기 위하여 중앙정부와 관련 지자체에서 수많은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정책들이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이뤄져 원도심 특유의 매력을 뿜어내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조용무 ym123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