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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과거길로 떠나는 시간여행!

[봄 여행주간] ‘간이역이 있는 농촌으로 떠나는 농촌 테마여행’, 죽령옛길 트레킹 참가기

2017.05.11 정책기자 전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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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 가는 곳, 만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틀을 깰 수 있는 건 여행뿐이다. 정서적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떠나는 거다. 짐을 싸고, 정해진 길에서 살짝만 벗어나면 그만이다. 행복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은 설레임을 쫓는 일이다. 짐을 싸는 순간 마주한 세상의 중심엔 선명한 ‘봄’이 있다. 망설임 없이 떠나 가슴을 채워보자. 일탈의 짜릿함에서 얻은 추억으로 한동안 고고하게 버틸 수 있을 거다. 고민하는 사이, 기어코 봄은 사라진다. 마침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봄 여행주간이다.<편집자 주>

여행주간에만 있는 다양한 여행 혜택 중 ‘만원의 행복 팔도관광열차’ 상품과 ‘간이역이 있는 농촌으로 떠나는 농촌 테마여행’이 눈에 띄었습니다. 추억의 기차를 타고 추억의 여행을 할 수 있는 ‘만원의 행복’은 부모님 다녀오시라고 선물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줄 간이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단양을 지나 소백산 ‘희방사역’에서 시작되는 죽령옛길 트레킹입니다. 희방사역은 열차정차 횟수가 하루 4회뿐인 조용한 간이역입니다. 고즈넉한 이 역이 보물 같은 죽령옛길을 품고 있답니다.

하늘 좋은 봄날, 희방사역에서 내린 관광객은 저희 포함 대여섯 명 정도. 조용한 이 역에 역장님도 나와 계시고 나름 북적이는 느낌입니다.

봄에는 사과 꽃향기로, 가을에는 새빨간 사과로 풍요로운 마을이 있는 소백산 죽령옛길.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숲길로 들어가기 전에는 자갈길이 약간의 땡볕길입니다. 야생의 거친 좁은 자갈길이며 흙길이 말 그래도 옛길입니다.

소백산자락길표시
소백산 자락길 표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정겨운 이정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정겨운 이정표.
 

그늘 없는 자갈길과 흙길
그늘 없는 자갈길과 흙길.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이름 모를 야생화와 키 큰 삼나무가 군락으로 등산객을 맞이 합니다. 빽빽한 삼나무가 들어차 원시림을 걷는 느낌으로 불어오는 산바람에 흘릴 땀이 없습니다. 하늘을 덮은 나무로 그늘 같은 숲길이 계속 계속 이어집니다.

빽빽히 숲을 이룬 삼나무 그늘
빽빽히 숲을 이룬 삼나무 그늘.

2천 년 이상을 지켜온 죽령옛길은 그 만큼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비들이 과거 보러가는 길, 상인들의 이동이 많은 죽령길에는 도적들이 들끓었다고 합니다. 그 도적들을 소탕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다자구 할머니의 설화.

무서운 도적 소굴로 들어가서 ‘돌자구야!(안자고 있다)’ ‘다자구야!(다 자고 있다)로 외쳐 도적을 잡았다는 재미있는 이야기.

퇴계 이황 선생과 형님이신 온계 이해 선생이 고향인 지금의 안동을 오갈 때 이곳 죽령에서 술과 안주를 마련하여 마중하고 배웅하시며 애틋한 형제애를 나누셨다는 이야기. 제가 지나는 이 길이 퇴계 선생님이 지나시던 길이라니 새삼 놀랍습니다.

죽령옛길에는 지금은 사라진 주막터가 있습니다. 이 길은 경상북도 북부지역과 한양을 연결하는 교통로로 많은 길손이 이용하였습니다. 과거 먼 길을 가기 위해서 주막에 하룻밤 묵어가곤 했습니다.

주막들이 있는 길거리를 주막거리라 했는데 이곳이 대표적인 주막거리였답니다. 일제강점기 국도와 중앙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죽령옛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면서 이제는 터만 남았습니다. 세월은 이렇듯 흔적을 남긴답니다.

고갯마루 가파른 길은 나무 계단이 하늘 끝까지 이어질 것 같은 오르막입니다. 조금 숨이 찰 정도의 이 길 끝에는 죽령루가 활짝 펼친 두 팔 모양으로 지친 등산객을 맞이합니다.

죽령루에 오르면 시원한 산바람이 처음 반기고, 풍기와 영주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경치와 전망이 다시 등산객을 반깁니다.

가파른 나무계단이 옛길과 등산객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음
가파른 나무계단이 옛길과 등산객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우둑하니 서있는 듯한 죽령루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우둑하니 서있는 듯한 죽령루.

죽령루 맞은 편 도로를 가로 지르면 현재의 길손들을 맞아 주는 주막이 있어, 산나물전과 인삼호박막걸리 한잔으로 피로를 싹 날릴 수 있기도 하답니다.

주린 배를 술과 밥으로 채운 시간은 아마도 옛날 과거길에 오른 선비들과 같지 않았을까요.

옛 이야기를 품은 죽령옛길은 소백산자락길 3자락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걸은 걸음이 아쉬워 3자락을 끝까지 걸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도로를 따라 걷는 길, 산신을 모신 사당이 있는 마을 길, 졸졸 옆으로 흐르는 계곡 길을 걷다보면 3자락 끝쯤에 대강리가 나옵니다. 여기 대강리에는 4대째 지키고 있는 대강양조장이 있답니다.

옛 대강양조장의 모습
옛 대강양조장의 모습.

 

대강양조장의 모습
현재 대강양조장의 모습.
 

막걸리 배달 자전거와 옛 막걸리통들
막걸리 배달 자전거와 옛 막걸리 통들.
 
오래된 항아리로 맛을 내고 있는 대강막걸리는 죽령옛길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위에서 소개한 주막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셨던 막걸리. 그와의 연결고리가 아닐까요.

대강막걸리는 서민적이지만 청와대 만찬주로 지정이 될 만큼 좋은 술 맛을 자랑합니다. 저도 그 맛이 궁금해, 지고 간 배낭의 무게가 아주 크게 느껴질 만큼 막걸리로 한 짐 지어 보았습니다.

이렇듯 '간이역이 있는 농촌으로 떠나는 농촌 테마 여행’은 오늘 제게 특별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벽지 노선의 열차 운행이 점차 줄어들어 사라지는 간이역들이 늘고 있는 지금. 팔당역, 구둔역, 경강역, 희방사역, 장항역, 득량역 등의 간이역이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으로 남아 있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전은미 vicp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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