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참 숨가쁘게 지나 왔습니다. 헌정 사상 첫 보궐 선거로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다고 했습니다.
국민들 역시 새 대통령,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에서는 ‘새 정부에 바란다’ 시리즈를 통해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을 담아보겠습니다.<편집자 주>
구두를 꺼내 신었다. 중학교 입학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무려 중학생이 됐다. 작게 들뜨고 조금 긴장됐다. 느끼지 못하는 사이, 청년으로 성장할 걸 안다. 초등학교 졸업식과 다른 감정이 차올랐다.
선생님들의 설명이 시작됐다. 고등학교는 전기고와 후기고가 있었다. 나만 몰랐다. 국제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등학교를 ‘후기고’라 했다. 선생님은 특목고의 입학준비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일반고가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중학생이 됐다는 설렘은 막연한 걱정이 됐다.
자사고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자체적인 교육비와 교육과정을 책정했다. 국고를 받지 않는 대신 우수한 학생만을 선발했다. 공부를 잘 하거나 돈이 많아야 다닐 수 있었다. ‘뜨는 자사고 지는 일반고’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교육 불평등의 현장이었다.
3학년 2학기가 되자 교실이 술렁거렸다. 특목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면접 등을 이유로 수업에 빠지기 시작했다. 교실에 남겨진 학생들은 전기고의 발표가 끝난 후에 후기고에 지망을 시작했다.
집 앞 학교를 두고, 먼 곳으로 통학해야 하는 학생도 생겼다. 근처 학교가 자사고가 된 까닭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사고에 입학했지만, 일반고로 전학하는 친구도 있었다. 학교가 입시학원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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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고등학교는, 입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열리는 학부모 총회에서 대입을 위한 설명회를 진행한다. |
아들은 일반고에 진학했다. 학부모 총회에서 느꼈다. 선생님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부를 덜 열심히 했던 신입생들이다. 학생들과 어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나는 몇 번을 망설이다 말했다.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게 도와달라고, 성적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정권이 바뀌면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입학 설명회에서 빠지지 않고 들었던 말이다. 늘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다. 교사와 학생 모두 그나마 안정적인 교육을 바랐다. 대학 입시제도는 총 16번 달라졌지만, 입시 위주 교육은 변하지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공교육은 세우고, 교육비 부담은 줄이고'란 문구가 마음에 들어왔다. 구체적인 정책 또한 기대가 됐다. 다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제법 달라질 가능성이 엿보였다.
과학고와 예체능고는 유지하되, 국제고 자사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를 단계적 폐지’하겠다고 했다. 교육개선의 적극적인 의지가 드러났다. 특목고는 대입 준비기관으로 전락하는 반면, 일반고들은 교육적으로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단호한 결단이다.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가고 학과를 선택했다. 중3 학생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영어와 한국사에 적용되는 절대평가를 전 과목으로 확대한다는 얘기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데, 친구들도 최선의 최선을 다하니 문제다. 나아지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 학생들에게 상대평가란 지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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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수준별 사교육비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출처=통계청) |
‘고교 학점제’ 도입은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다. 필수과목을 최소화하고 선택과목을 확대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입식 교육의 틀을 바꾸겠다는 데서 출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강조하는 지금, 교육은 미래를 대비할 수 없으니 문제다.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려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될 듯하다.
논술전형과 특기자 전형을 없애고,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전형’으로 대입제도를 단순화 할 방침이다. 학생부교과 전형은 학교내신만으로, 학생부종합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로, 수능 전형은 수능만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점차 등급수를 줄여나가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시화 할 계획이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억제를 위한 모든 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특목고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과 학점제 전환 시 학교시설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절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질 가능성과 선발 기능이 약화되는 문제 등, 변화의 필요성이 또렷함에도 부딪치고 준비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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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부터 대입을 걱정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중학교 1학년에게 도입된 자유학기제, ‘전문 직업인과의 만남’ 수업의 모습.(출처=정책브리핑) |
고1 아들이 수학학원을 빠졌다. 며칠째다. 잘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견디는 것과 포기하는 것의 결과는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알려진, 대학민국의 학생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을 거다. 힘들어도 견디는 것을 멈추지 않는 우리 학생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교육으로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학교의 서열화 문제는 곧, 노동시장과 경제문제와 연결돼 있다. 많은 부분에 바람직한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제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가교육회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준비되고 있다.
모두가 공교육의 변화를 꿈꿔 왔다. 사교육 억제와 교육기회 균등, 학습부담 경감 등을 말이다. 이제 조금씩 변하면 되는 거다. 혼자 꿈꾸면 영원히 꿈이지만,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 아들이 어떤 청년으로 성장할지는, 최선을 다해 돌봐야 할 문제다. 그 중심에 교육이 있다.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지켜보려 한다. 모두가 행복할 확률을 말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은영 eypark19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