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면 힐링이 절로 돼요.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 속에서 일주일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가는 기분이에요. 매번 참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생활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힐링이 절로 된다는 그곳! 자연과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경기생활문화센터를 찾아가봤다.
생활문화센터란 지역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으로, 문화예술활동 위한 회합, 연습, 발표 공간으로의 쓰임새 이외에도 지역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주민 커뮤니티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활문화센터는 기존 문화시설 및 유휴공간의 새 단장을 통해 조성된 공간으로 현재 전국 총 105개소가 자리하고 있다. 수원에는 현재 3개의 생활문화센터가 있는데 그 중 유휴공간을 탈바꿈시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곳이 있다. 옛 서울 농생대 건물이 재탄생한 경기생활문화센터가 오늘 소개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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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인 생활문화센터가 전국 105곳에 마련되어 있다. 경기생활문화센터 건물 전경. |
2003년 농생대 캠퍼스 이전 후 폐쇄돼 방치돼 있던 건물이 재생사업을 통해 작년 6월 생활문화예술과 청년문화가 혼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수원에 살고 있으면서 몇 번씩 옛 농생대 캠퍼스 앞을 지나갔지만 이곳에 이렇게 보석 같은 공간이 새롭게 자리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원예학과 건물을 리모델링한 경기생활문화센터 앞, 너른 잔디밭이 먼저 방문객을 맞이해준다.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기도 하는 이곳은 휴식을 하러 잠시 들르는 방문객도 많았다. 1층 입구를 들어서자 탁 트인 어린이책놀이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이곳에서는 부모들의 그림책 읽기 모임인 ‘숨비소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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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대 캠퍼스가 이전하고 남은 부지 중 일부를 경기생활문화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생활문화센터 앞 넓은 공터가 있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의 패러디 동화책들을 강사가 먼저 소개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편견 없이 원작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읽힐 수 있는지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숨비소리 일원으로 함께 하고 있는 김윤정 씨는 “혼자 읽어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을 함께 고민하며 새롭게 얻고 있다. 생활문화센터에 오면 아이도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낯선 아이들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사회성이 늘었다. 이 공간이 주는 힘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곳이 원래의 목적에 맞게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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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세미나 ‘숨비소리’. |
어린이책놀이터 옆으로는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지역주민들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날도 인근 학교의 학부모들이 친목모임을 갖고 있었다.
1층에는 이외에도 손살이 생활공방실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목공수업실, 가죽공예실, 손뜨개실 등이 있어 다양한 생활수공예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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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위치한 어린이책놀이터(위)와 지역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아래). |
나들이에 매고 갈 가방을 제작하고 있던 가죽공예 수강생 박춘옥 씨는 “경치도 좋고, 하루 종일 실컷 힐링하고 가는 기분이다. 작년 12월엔 센터에서 작품 전시회도 열었다. 문화센터나 동네 공방도 찾아보면 배울 곳이 여럿 있지만 이곳은 공간 활용이 훨씬 자유롭고 마치 아지트나 다름없어서 훨씬 정감 가고 좋다.”며 생활문화센터 이용에 만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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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 공방실의 수업 모습. 경기생활문화센터에서는 다양한 생활수공예 프로그램과 공예실이 있어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이용가능하다. |
이곳만의 자연환경을 십분 살린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꿀벌과 꿀벌을 둘러싼 환경을 체험교육을 통해 배워보는 ‘꼬마 도시양봉가’와 울창한 경기상상캠퍼스의 숲을 활용한 생태 숲 프로그램인 ‘비밀의 숲 탐험대’가 그것이다.
꿀벌을 위한 벌통과 정원을 조성하고 가꾸며 관찰하고, 꿀벌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아이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꼬마 도시양봉가는 호응도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아이들이 자연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하여 목표물을 찾아 주어진 생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는 비밀의 숲 원정대 또한 일찌감치 마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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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대 농생대 부지를 활용한 경기생활문화센터는 넓은 부지에 다채로운 생태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이곳만의 자연활용 프로그램 운용이 가능하다. 도시 양봉가 수업(위)과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생태 숲 프로그램인 ‘비밀의 숲 원정대’(아래 왼쪽), 지역청년들과 함께하는 플리마켓 ‘포레포레’(아래 오른쪽). (사진=경기생활문화센터) |
생활문화센터 총괄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임은옥 선임은 “이곳의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식물, 동물들이 자랄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 리모델링할 것을 원칙으로 생활문화센터를 조성했다. 근방에 숲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라 아이들이 자연스레 자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이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2층 역시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청소년들만의 공간에는 연습실 무아지경이 마련돼 있어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학습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아지트 공간인 ‘무궁화살롱, 딸기살롱’을 비롯해 학습 및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모두 온라인 신청으로 편리하게 이용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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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 연습실도 구비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문화활동을 돕고 있다. |
생활문화센터를 돌아보니 단연 눈에 띄는 전시물이 있다.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오래된 컴퓨터, 벽시계, 비상구등, 액자들이 줄을 지어 진열되어 있었다.
원예학과 건물이었던 이곳에서 나온 물건들을 새 단장하며 그대로 모아 전시해 두었다. 2층의 강의 공간에는 예전 이곳의 책상과 의자를 그대로 두어 재활용하였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재생이 실로 피부로 느껴지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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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이전 후 방치됐던 농원예학과 건물을 활용한 경기생활문화센터. 이곳의 남은 물품을 활용한 아카이브 전시가 눈길을 끈다. |
생활문화센터 근처, 아직 쓰임 없이 방치되어 있는 건물과 묘한 대조감을 준다. 지역의 유휴시설이 새로운 색을 입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인 가치 이상을 선사한다. 그것이 지역민들의 휴식과 정서를 담당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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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의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무궁화살롱의 전경. 온라인 신청을 통해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가능하다.(위) 학습활동 공간.(아래) |
일상에서의 문화와 소통을 고민하고, 바쁜 삶에서도 쉬어갈 방점 하나 찍어주는 공간이 우리 집 가까이에 있다는 건 참 힘나는 일이다.
반나절의 방문이었지만 마치 토끼굴에 들어선 엘리스가 된 기분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그저 무념하게 지나쳐갔던 저 문을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이곳에는 일상에서 꿈꿀 수 있는 작지만 반짝이는 그 무엇들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전국 생활문화센터 안내 (http://www.nccf.or.kr/data/data_myvillage.asp)
경기생활문화센터 http://sscamp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