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이 붉은 물결로 넘실거린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가슴이 뜨거워질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니 감회가 새로웠다. 평일이었음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광화문의 응원 인파는 점차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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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거리 응원장을 찾았다. |
바로 오늘 5월 30일(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의 16강전인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의 경기가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치러졌다. 조별리그를 A조 2위로 통과한 한국과, 이란을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포르투갈이 8강으로 가는 티켓을 두고 맞붙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자아냈다. 통산전적으로는 대한민국이 밀리는 상황. 더욱 응원의 힘이 필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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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도구를 나눠주는 부스에서 꼬마 붉은악마가 도구를 가리키고 있다. |
경기 시작 전임에도 광화문 광장에는 거리 응원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모여들었다. 대형 스크린과 취재진들이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고, 응원도구를 나눠주는 부스들과 삼삼오오 모여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미처 붉은 옷을 입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붉은 악마 LED 머리띠와 태극기가 그려진 응원도구를 받으니 금방이라도 ‘대한민국’을 외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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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공연으로 큰 호응을 얻은 트랜스픽션. |
거리 응원 장소에는 게임존, 페이스 페인팅 등 다양한 부스가 운영돼 응원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응원 사전 행사로 혁오, 트랜스픽션, 노브레인 등의 가수들이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공연을 펼쳤다. 각 공연팀들은 월드컵 응원곡이나 자신들의 대표곡을 불러 경기 시작 전 붉은악마들의 피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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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거리응원에 참여했다. |
최윤경(30, 직장인) 씨는 “2002년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어 퇴근을 하고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 더운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나와서 함께 공연도 보고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니 너무 행복하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며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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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날 거리응원을 축제처럼 즐기고 있었다. |
붉은 옷과 분장을 하고 온 사람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오늘의 거리 응원을 축제로 만들었고, 퇴근 후 미처 붉은 옷을 입지 못한 직장인들 역시 붉은 옷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거리 응원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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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넘치는 보이스로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던 혁오. |
박성민(25, 대학생) 씨는 “지난 경기들도 모두 거리에서 응원하며 지켜봤다. 우리나라 축구의 미래로 꼽히는 이승우 선수의 활약을 오늘도 기대한다.”며 “이런저런 말도 많지만 그래도 역시 축구만큼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응원의 힘으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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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채웠다. |
이윽고 오후 8시가 돼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팀인 포르투갈은 U-20 월드컵에서 통산 2회 우승 (1989년, 1991년)과 1회 준우승 (2011년)을 차지한 강호답게 초반부터 강한 공격으로 한국의 골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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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거리응원에 동참했다. |
통산전적 3무 4패로 아직 포르투갈을 이겨본 적 없는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이른바 ‘바르샤 듀오’로 불리는 이승우와 백승호 선수의 공격력을 살려 포르투갈의 골문을 노렸다.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결정적인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광화문에 모인 붉은 물결이 격하게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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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해준 열정적인 붉은악마들! |
전반과 후반 모두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대한민국 선수단이었지만 결국 전통의 강호 포르투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아쉽게 전반 9분 포르투갈의 브루노 자다스 선수에게 골을 내줘 분위기를 빼앗겼고 끊임없이 많은 공격을 퍼부었지만 포르투갈의 날카로운 역습을 막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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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3대0 상황에서 터진 만회골에 기뻐하는 사람들. |
후반전 3대0의 열세였지만 끝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던 사람들은 후반전 만회골이 터지자 모두가 일어나 기뻐하며 끝까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후에도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포르투갈의 수비를 뚫지 못했고 결국 3대1로 경기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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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대한민국 거리응원단. |
고경민(27, 직장인) 씨는 “강팀인 포르투갈을 맞아 잘 싸웠다고 생각한다. 비록 경기에서 진 것은 아쉽지만 이번 경기를 발판삼아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 더 성장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 후에도 성숙한 시민 의식이 빛났다. 거리 응원에 사용된 응원도구와 쓰레기를 본인이 스스로 치우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거리응원의 주최 측 역시 전광판의 메시지를 통해 청소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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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수단 화이팅, 거리 응원단 화이팅! |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2002년의 뜨거운 감동을 다시금 체험할 수 있었던 이번 거리 응원. 앞선 인터뷰처럼 오늘의 경기를 발판 삼아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을 거듭해 머지않은 미래에 꼭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남혁진 기자 apollon_nh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