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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한 사적인 서점이 있다고?

18일까지 코엑스서 서울국제도서전… 동네책방의 변신을 보다

2017.06.16 정책기자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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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 있는 음악서점 ‘라이너노트’에 다녀왔다. 작은 차고를 고쳐 문을 연 라이너노트는 아담하지만 세련돼 보였다. 대여섯 평 남짓해 보이는 공간에는 새까만 피아노와 오디오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낮의 햇살과 잔잔한 음악. 커피를 마시며 서점 안을 둘러보았다. 음악에 관련된 책, 음악가에 대한 평전 혹은 음악을 주제로 하는 산문과 소설, 뮤지션의 음반 등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대형서점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책들이 이곳에선 제법 인기를 끌기도 한단다.

연남동에 있는 음악서점 라이너노트.
연남동에 있는 음악서점 라이너노트.
 

거기서 전국의 인기 만점 동네책방 20곳이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4일에 시작해 오는 18일까지 계속된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책방, 미처 알지 못했던 독특한 책방, 멀리 속초나 통영, 괴산에 있어 쉽게 가보지 못하는 책방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싶었다. 올해는 도서전을 둘러보는 재미가 솔솔할 것 같은 기대가 생겼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독자에게 선사하기 위해 ‘변신’을 주제로 내세웠다. 그 중심에 동네책방이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메인 이벤트는 20개 동네책방들이 참여하는 ‘서점의 시대’다. 독특한 색깔의 동네책방들은 대형서점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주제와 진열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코엑스몰.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몰.
 

재즈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음악서점 ‘라이너노트’에서 눈에 띄는 건 책을 두르고 있는 띠지였다. 박미리새 이사는 “서점에 들어와서 뭘 사야할지 몰라 하는 손님들을 위해 추천글을 적은 띠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띠지는 주인의 취향으로 고른 책을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좋은 방법이다. 손님들은 책마다 둘러있는 띠지의 글을 열심히 들여다 보며 궁금한 점을 주인에게 물었다.

라이너노트 박미리새 이사가 손님에게 띠지를 설명하고 있다.
라이너노트 박미리새 이사가 손님에게 띠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서 쇼팽을 깊이 사랑했던 앙드레 지드가 40여년의 구상 끝에 완성한 쇼팽과 그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 보들레르, 랭보, 발레리 등 프랑스 문인들을 떠올리며 쇼팽의 음악을 읽어낸다.”

‘쇼팽노트’라는 책의 띠지에 있는 구절이다. 각양각색의 띠지를 둘러보고 ‘쇼팽노트’를 골랐다. 음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음악적 취향이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골라든 책이었다.

라이너노트에서 파는 책들에 정성스럽게 띠지를 둘러놓았다.
라이너노트에서 파는 책들에 정성스럽게 띠지를 둘러놓았다.
 

음악서점 ‘라이너노트’가 자신들의 취향으로 선별해 놓은, 음악에 관련된 책을 집중해서 권한다면, 서점주인과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한 권의 책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서점도 있다. ‘사적인 서점’은 한 사람을 위해 1시간 동안 상담을 하고 거기에 맞는 책을 골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상담하는 동안 상담자를 위해 서점은 문을 닫는다.   

‘사적인 서점’ 정지혜 대표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책방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터놓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오는 8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 사람을 위한 서점, 사적인 서점.
한 사람을 위한 서점, 사적인 서점.
 

고양이 전문책방 슈뢰딩거 앞은 젊은 여자 손님들로 북적였다. 시전문서점 위크앤시니컬 앞에선 사람들이 시집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고, 61년 된 속초의 동아서점은 책을 산처럼 쌓아놓았다. 책방 주인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관람객들은 다양한 취향의 책방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도서전에서 손님이 시집을 고르고 있다.
도서전에서 손님이 시집을 고르고 있다.
 

근처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한 여성은 “‘봄날의 책방’이라는 서점을 방문하기 위해 왔는데 보석 같은 서점들이 가득해 너무 행복하다.”며 “오늘 도서전에 나온 책방들을 다 체크해 두었다가 틈날 때 마다 직접 찾아가 책방 주인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은 변신에 대성공한 것 같다. 개성 넘치는 동네 책방들이 도서전을 축제처럼 만들었다. 서점은 점점 줄어들고 책읽는 사람도 줄어든다는데 최근 전문화된 동네책방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동네책방의 미래가 보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은주 tkghl22@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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