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입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입니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합시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
<문재인 대통령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중, 편집자 주>
우리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디 법뿐이랴. 성별, 종교, 문화생활 등 여러 분야에서 국민들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사업장에 매년 최저임금을 고시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보장장치를 통해 누구든 안정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 문제 역시 평등이라는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이 가운데 고용평등은 직장 내에서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혜택 등에서 직원 간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남성과 여성 간의 차별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고용평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업들의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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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장. |
고용노동부는 지난 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7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시상식을 가졌다. 이 상은 고용부가 일·가정 양립과 모성보호 등 남녀가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선 우수기업을 시상하는 제도다. 이 상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직장 내 차별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대표 김봉진)’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6명이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현재 6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해 매출액만 850억 원에 달해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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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테리어 소품이 돋보이는 회사 내부 모습. |
필자는 우아한 형제들의 실제 근무 환경을 엿보기 위해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본사를 찾았다. 밖에서 본 건물의 외형적인 모습은 여느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직원들은 사내 카페와 전망 좋은 회의실, 쉼터 등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하는지, 놀고 있는지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직된 업무 환경을 탈피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었다.
회사 곳곳에는 직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만화캐릭터와 광고 카피 등이 듬성듬성 자리해 있다. 업무 효율 역시 자연스레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박세헌 경영지원실 인사팀 수석은 “우아한 형제들의 기본 철학은 사람 중심이다.”라며 “일에 얽매여 스트레스 받지 말고 기분 좋게 지내면서 회사의 성과를 높이자는 취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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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세헌 경영지원실 인사팀 수석. |
실제로 우아한 형제들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 표현을 빌리자면 ‘고용평등을 가장 잘 실현한 기업’이다.
우선, 이 회사는 주 ‘4.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월요일 오전은 휴무, 오후에 출근하는 방식이다. 직장인들 사이에 퍼져있는 일종의 ‘월요병’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덕분에 직원들은 월요일을 부담 없이 일 할 수 있고, 주말에는 마음껏 쉴 수 있어 좋다.
또 출산을 앞둔 여성 직원은 해당 기간 2시간 단축 근무를 하게 된다.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출산에 맞춰 휴직이나 퇴직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회사는 직원들을 배려하고,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을 해결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퇴근 시 인사 안 하기’도 눈에 띄는 제도다. 많은 직장인들은 상사가 늦은 시간까지 근무할 경우 눈치 보느라 쉽게 퇴근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우아한 형제들은 퇴근만큼은 마음 편하게 하자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일을 먼저 끝낸 사람은 말 없이 집으로 가면된다. 그랬더니 직원들은 근무시간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회사에 남아서 일한다고 능률이 오르지 않다는 걸 김봉진 대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들은 직원들을 편하게 하기 위한 조치만은 아니다. 박 수석은 “우리 회사는 고용평등을 우선시 하면서도 직원과 회사 간 ‘윈-윈’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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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
우아한 형제들은 불과 6년 만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박세헌 인사팀 수석은 스타트업에 대한 뼈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창업 기업들은 실패에 두려워하고 있다.”며 “한 번 사업을 접으면 큰 부채를 떠 앉게 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들이 재도약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우아한 형제들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을 넘어 모든 직원이 소통하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1년 후 모습이 벌써 기대 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종환 jhlove24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