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가 되면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청와대 앞길이 50년만에 활짝 열렸다.
경복궁 지하철역에서 효자로를 따라 효자 삼거리에 이르다보면 정복을 입은 경찰관들의 검문을 받기 일쑤였다. 그럴때면 잘못한 일이 없으면서도 괜스레 움츠러들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지난 26일 새벽 5시30분, 무려 50년만에 청와대 앞길이 열린 공간이 되어 시민의 품에 돌아온 것이다. 개방 첫 날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청와대 앞길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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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이 시작되는 경복궁. |
그동안 봐왔던 검문소와 바리케이드는 사라졌고 교통안내를 하고있던 초소만이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 주변으로는 5개의 검문소가 있어 오고가는 시민들의 행선지를 묻는 등 통제를 했었는데, 24시간 개방정책에 따라 검문도 완화되면서 26일 새벽 5시30분을 기해 모두 철거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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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와 바리케이드가 철거된 청와대 앞길. |
이번에 전면 개방하게 된 청와대 앞길은 청와대 사랑채와 분수대가 있는 효자 삼거리에서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까지 동서로 있는 약 460m 구간으로 걸어서 5~10분이 소요되는 길이었다.
이 길은 1968년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군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한 1.21 사태를 계기로 전면 통제됐다가 1993년 새벽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되며 지금에 이르던 것을 2017년 6월 26일을 기해 24시간 전면개방했다.
낮에만 다닐 수 있던 길을 밤에도 걸을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검문 절차가 없어진 열린 경호를 통해 시민들은 그동안 엄격하면서도 경직된 분위기로 움츠려 들었던 불편함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개방 첫날 청와대로 향하는 곳곳에서 만나는 검문 경찰관들은 개방구간을 묻는 등 질문을 하는 시민들에게 무척이나 친근하게 안내를 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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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을 산책하는 시민들. |
청와대 사랑채가 있는 분수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개방구간은 영빈관, 본관, 연풍문 위민관을 지나 춘추관에 이르는 길로, 맞은편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을 따라 이어지는 돌담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동안 야간 통제로 인해 끊겨졌던 경복궁 둘레길이 완성된만큼 앞으로는 한밤의 산책길로 시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을듯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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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만에 24시간 개방된 청와대 앞길 본관 풍경. |
26일 저녁 8시, 춘추관 앞에서는 청와대 앞길 첫 전면개방을 앞두고 개방행사가 진행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참가자를 접수한지 3시간만에 3,500명이 신청했다. 신청자 중 선정된 50명의 시민이 영부인 김정숙 여사등과 함께 춘추관에서 신무문까지 이어지는 한밤의 산책을 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유홍준 광화문대통령 총괄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대통령 경호실의 개방 의식과 함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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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 개방행사. |
개방행사에는 초대를 받은 50여 명 시민 외에도 뜻깊은 시작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온 약 300여 명의 시민들과도 함께 하게 됐는데, 경호실의 의식과 함께 철문이 열리는 순간 많은 인파속에서는 “새 시대가 열렸다.”라는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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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한밤의 산책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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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 8시 춘추관 앞 철문이 열리고 있는 모습. |
춘추관에서 시작한 한밤의 산책은 유홍준 광화문대통령 총괄위원장의 경복궁 역사 해설과 함께 경북궁 북문인 신무문에 도착해 짧은 음악회로 이어졌다. 대금 연주와 시 낭송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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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 개방행사 한밤 공연이 펼쳐진 경복궁 신무문. |
이어 마이크 앞에 선 김정숙 여사는 “권력이 막아섰던 국민의 길, 광장의 길을 다시 국민께 돌려드리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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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 개방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정숙 영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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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길 개방 첫날 청와대 분수대를 찾은 시민들. |
약 1시간동안 이어진 개방행사가 끝난 오후 9시, 청와대 앞길은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유의 길이 됐다. 그렇게 2017년 6월 26일은 열린 청와대 구현을 통해 경복궁 둘레길이 시민의 품에 돌아온 날로 길이길이 기억될 듯 하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민숙 dayee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