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인데, 오랜 친구 같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문제에 앞장서고 미국이 지지자로서 돕는다는 걸 천명한 것이 감동적이네요.”

“실무진들 표정이 좋아보여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왔군요. 문재인 대통령님 고생하셨습니다.”

“외교다운 외교다!” (출처=머니투데이, ‘[전문]문재인 대통령-트럼프 한미 공동성명’ 네이버 댓글 참조)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한미 정상간 상견례 및 만찬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청와대 누리집)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성료됐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네티즌, 그리고 국민들의 여론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기사 댓글을 폭넓게 살펴봤는데 대체적인 반응은 위의 댓글처럼 ‘긍정적’ 분위기였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에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우리로서는 결코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도 ‘뜨거운 감자’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게 불리하다고 자주 언급해 온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문제, 큰 틀에서는 비슷한 방향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상이했던 북핵해결 접근방식의 조율도 난제(難題)였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큰 짐’을 짊어지고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에 올랐다. 대통령 자신으로서도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이러한 얽히고 설킨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기내에서의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공항 환송행사 등에서 대통령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안위와 미래를 짊어진 대통령의 두 어깨가 유난히도 무거워 보였다.

문 대통령 내외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며 희생된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했다.(출처=청와대 누리집)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이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를 기리는 기념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트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악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관심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프식 악수’가 예상할 수 없기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가 문재인 대통령과는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었는데, 비교적 무난하면서도 서로의 신뢰를 느낄 수 있는 악수가 이뤄졌다.

미국 정부는 국빈 방문이 아닌 공식 실무 방문으로 방미한 문 대통령에게 국빈 방문에 준하는 각종 예우를 제공해 주었다. 그만큼 한미동맹이 혈맹으로 이뤄져 있고, 결코 깨지지 않는 굳건한 것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리고 대통령 사적 공간인 ‘트리니티 룸’을 깜짝 공개하고 만찬에서 비빔밥이 제공되는 등 곳곳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배려한 모습이 엿보였다.

국가간 협상은 우리가 원하는 100%를 모두 취할 수 없다. 그래서 외교가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양국이 50대 50으로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산술적으로 이를 산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조금 더 당위적으로 필요한 것을 얻는 대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하는 지난(至難)한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 협상, 즉 정상간의 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은 것, 우리가 대처해 나가야 할 ‘실’ 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번에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을 살펴보기로 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출처=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한미 공동성명 6개 조항> - 일부 발췌

1. 한미동맹 강화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강력한 연합방위태세와 상호 안보 증진을 통해 대한민국을 방어한다는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임무를 확인
 - 트럼프 대통령은 재래식과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

2.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공조
 - 양 정상은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해 나가기 위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
 - 양 정상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
 -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
 -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출처=청와대 페이스북)

3.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 발전
 -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 간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공약
 - 철강 등 원자재의 전 세계적인 과잉설비와 무역에 대한 비관세 장벽의 축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등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을 증진하기로 공약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출처=청와대 누리집)

4. 여타 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양자 협력 증진
5.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공조

한미 정상의 돈독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출처=청와대 누리집)

6. 동맹의 미래
 - 경제, 무역, 재생/원자력 에너지, 과학기술, 우주, 환경, 보건, 방산 기술 분야에서의 고위급 협의를 통해 양국 간 미래 지향적 협력 진전
 - 한미동맹이야말로 동맹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간 우정과 파트너십이 향후 수십 년에 걸쳐 계속 강해지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 표명

총 6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필자는 세 부분이 눈에 띄었다.

첫째, ‘한미동맹 강화’ 와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이 공동성명 전반부에 배치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 점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명시적인 지지를 천명한 점이다.
셋째, 사드 배치와 관련된 문제가 공동성명에 배제돼 있고 한미 FTA의 직접적 언급 없이 불균형 표현이 상당 부분 완화돼 도출됐다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는 한반도의 해당 국가들이 주체가 돼 풀어가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된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선제적 대화나 정책 등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미국의 지지를 기반으로 유관국(중국, 일본, 러시아)과도 보다 대등한, 주도적인 위치에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즉, 그동안 수동적 역할에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 전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조치나 발언으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았는데 그 점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여진다.

활짝 웃고 있는 양국 정상.(출처=청와대 페이스북)

이는 대단한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대북정책은 정체돼 있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북핵폐기 및 통일정책에 대해 대한민국의 발언권과 입김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치밀한 정책수립을 해나가야 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한미 FTA를 ‘끔찍하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는데 성명에는 ‘균형, 공평’ 과 같은 상당히 완화된 단어들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간 치열한 물밑협상이 전개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얼마나 손해를 최소화하는 지가 관건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 이득과 손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는 건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책무이자 몫이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출처=청와대 페이스북)

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단히 들어볼 수 있었다.

윤이송(24, 대학생) 씨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이 대북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행하기보다는 나름대로의 주체적인 입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바라봤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잘한 점은 한미관계의 ‘신뢰’를 쌓았다는 점이다. 양국 정부 모두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임기 상당 부분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 차원의 신뢰와 유대를 쌓았다는 점은 앞으로 북핵문제를 포함해 여러 사안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데 동력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한미 FTA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럽게 됐다는 점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국익을 고려해서 현명한 대응과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식(가명) 씨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굉장히 불안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미국으로 직접 가 이런 부분을 해소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하며 “외교라는 게 정말 아슬아슬한 줄타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다.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상대방도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외교의 복잡다단한 면을 짚어줬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사하고 있는 문 대통령 내외.(출처=청와대 누리집)

어느 대통령에게나 외교와 회담은 쉬운 것이 아니다.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이 ‘얼마나 국민과 국익을 위해 협상하는지’에 더욱 관심이 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북핵 및 북한문제를 우리 주도적으로, 주체적으로 풀어갈 수 있게 된 점이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한미 FTA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민감한 사안들을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이해를 얻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지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의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고 금의환향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수행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후속조치이행 협의가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전형 wjsgud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