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지도자들의 모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폐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박 6일간의 G20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10일 오전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독일 공식방문에서 ‘대한민국 주도의 외교력 복원’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일궈냈다.
 |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출처=청와대 페이스북) |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리더십 부재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반도 문제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 공백을 문재인 대통령이 충실히 메꾼 것이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독(訪獨) 성과를 살펴봤다.
■ 우리 주도의 북한문제 해결 천명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주도의 북한문제 해결을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쾨르버 재단에서 열린 초청연설에서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 구상을 발표했다. 얼마 전,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초안이 상당 부분 수정됐다는 이 연설문은 도입부, 미사일 도발에 대한 북한정권 규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섯 가지 정책방향,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위한 네 가지 제안으로 구성돼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이른바 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출처=청와대 페이스북) |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면서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국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국적인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에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릴 것,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한다는 정부의 다섯 가지 정책방향을 밝혔다.
.jpg) |
문 대통령은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 천명했다.(출처=정책공감 누리집) |
.jpg) |
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문 대통령.(출처=청와대 누리집) |
문재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주도적인 역할과 북한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가장 경계하는 통일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리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라는 말과 함께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pg) |
문 대통령은 실현 가능한 수준의 것들을 북한에 제안했다.(출처=청와대 페이스북) |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번 추석 때 이산가족 상봉 제의, 한 걸음 더 나아가 성묘 방문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휴전협정 64주년이 되는 올해 7월 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한반도 평화비전은 주변 4강의 이해관계를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것들을 북한에 선제적으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주도성’을 확보했다는 데 적잖은 의의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연설문에 대화나 교류 비중이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결국 문 대통령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얽히고 설킨 이 실타래를 어떻게 조금씩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 G20 정상들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리더십 표출
실제로 문 대통령은 시간을 쪼개가면서 G20 정상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문 대통령은 4박 6일 간 총 14차례 정상(급)들과의 만남을 추진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에 별도 회동까지, 나노(nano)급 일정 조정으로 성사된 것이다.
이 만남 이외에도 별도의 회동 요청이 더 들어왔지만 시간을 잡을 수가 없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성숙한 민주주의 발현으로 탄생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많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jpg) |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출처=청와대 페이스북) |
.jpg) |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출처=청와대 페이스북) |
문재인 대통령의 첫 외교 데뷔무대가 한미 정상회담이었다면 첫 다자외교 데뷔무대는 G20 정상회의였다. 여기서는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85% 내외를 차지하는 G20 국가들의 수장들이 한 공간에 모여 여러 현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이어간다.
이 곳에서는 치밀한 논리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감화(感化)시킬 수 있는 감성으로 정상으로서의 존재감을 확보해야만 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첫 다자외교무대였기 때문에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도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G20 공동성명에는 북한문제가 빠졌지만 G20 회담장에서 의장국 정상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G20이 개최되기 전, 한-독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대한 언급과 관심을 부탁했고, 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화답한 것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국가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북핵위협에 대한 국제공조와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 따뜻한 외교
 |
고(故) 윤이상 선생의 묘소를 둘러보고 있는 김정숙 여사.(출처=청와대 누리집) |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해외 순방 기간때마다 미담(美談)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소외되고 관심에서 멀어진 우리 국민들을 찾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자존감을 드높여주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행보가 매우 돋보인다. 김 여사는 세계적인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북한과 관련된 족쇄를 차고 있던 고(故) 윤이상 선생(1917-1995)의 묘소를 방문했다. 특히, 김 여사는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윤이상 선생의 한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경남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묘지에 심었다.
외국에서는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던 윤이상 선생을 영부인이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준 것이다.
 |
동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는 문 대통령 내외.(출처=청와대 누리집) |
그리고 문 대통령 내외는 독일 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필자도 뉴스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보통 대통령이 해외에 방문하면 동포사회가 대통령 내외를 모시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문 대통령의 동포간담회는 대통령 내외가 동포들을 직접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그래서 간담회 문구가 보통은 ‘000 대통령님의 독일 방문을 환영합니다’ 인데, 이번에는 ‘여러분이 대한민국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함께하는 독일 재외동포 초청 오찬’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내외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고 하니 새삼 놀라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 내외는 파독 광부, 간호사들에게 진심으로 격려인사를 전했고, 참석자들은 눈물로 화답했다고 한다.
.jpg) |
자신을 기다리던 독일 교민들을 진심으로 대한 문재인 대통령.(출처=청와대 페이스북) |
한편, 얼마 전에 페이스북 등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다. 현재(7월 9일) 청와대 메인화면에 있는 영상(제목 : 대통령님, 어디로 나가세요?)이기도 하다.
이 영상은 문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울타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포들에게 직접 다가가 모두에게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는, 짤막하지만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문 대통령과 함께 동포들, 독일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배웅 나온 메르켈 총리에게 관저로 먼저 들어가시라 권했다고 한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는 흔쾌히 동행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독일에서는 이런 일이 잘 없고 독일 총리실 관계자는 “이런 장면은 처음” 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출처=대한민국 청와대 유튜브 설명 참조)
필자는 이 영상을 보면서 대통령이 매우 중요한 회의에 참석해 긴장도 되고 신경도 많이 쓰이는 상황일텐데, 그래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국민들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jpg) |
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청와대 페이스북) |
.jpg) |
G20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출처=청와대 누리집) |
문 대통령의 이번 독일 순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여진다. 대한민국의 존재감과 북한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시의적절하게 정상들에게 알리고, 정상들의 관심 표명과 이를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당면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사드 배치 및 경제보복 문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재협상과 관련된 이견이 여과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일 vs 북중러’로 구축되고 있는 ‘신 냉전체제’ 타파 및 극복도 문 대통령이 해결해 나가야 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아무쪼록 더욱 확실한 국제공조 및 명분쌓기를 통해 대한민국이 외교적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낼 수 있는 외교 발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기 바란다.
제 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전 형입니다. 외교, 통일, 그리고 제 전공인 한국어교육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유익한 정책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