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퇴직금이 없다고요? 아니 일한 지 1년이 넘었잖아요?” 얼마전 필자의 지인이 퇴사를 하며 전 회사와 퇴직금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일은 1년 2개월 동안 했지만, 3개월의 인턴기간이 있어 정규직으로 일한 기간은 11개월이니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고용노동부까지 가서 퇴직금을 받아냈지만 이 황당한 경험으로 법에 대해 다시 알게 됐다는 지인의 말에 놀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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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기간 3년 미만인 일자리 비율이 전체 일자리의 절반이 넘는다.(출처=통계청) |
현행법상 1년 미만인 근로자는 퇴직급여(퇴직금, 퇴직연금)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통계청의 ‘2015년 기준 일자리 행정 통계’ 자료에 따르면 근속기간 1년 미만인 일자리가 28.1%였다. 28.1%의 근로자는 일을 하고도 퇴직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새 정부에서 퇴직급여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1일 1년 미만 근무한 근로자들도 퇴직급여 대상자에 포함되도록 관련 법을 손질하고, 또 50인 이하 영세사업장들의 퇴직연금 도입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를 추진해 2019년부터 이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26일부터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근속기간 1년 미만 또는 단시간 근로자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공무원, 군인 등도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이 가능하다.
개인형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스스로 노후소득을 적립해 연금화 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의 한 종류다. 원래 개인형퇴직연금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의 근로자만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인데 이제 소득이 있는 사람,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도록 가입 대상을 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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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체 현황표.(출처=통계청) |
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전체 근로자의 54.4% 정도가 적용받고 있지만 근속 연수 1년 미만인 자는 이 제도에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중소기업은 퇴직연금제 도입률이 대기업보다 낮은 상황이다. 30인 미만 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율이 15.4%인 반면 300인이상 기업은 89.7%이다.
그래서 정부는 근속기간 혹은 기업규모에 따라 벌어지는 노후 소득보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 IRP 가입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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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고객들이 금융상품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
필자도 전 회사에서 퇴사할 때 퇴직금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냥 통장에 두면 다 써버릴까봐 적금통장에 넣어놓은 적이 있었다. 현재는 IRP에 가입해 퇴직을 하더라도 후에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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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개인형퇴직연금에 가입했다. IRP는 일시금 혹은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다. |
IRP는 다른 연금저축상품과 함께 연 7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으며 일반 연금과 마찬가지로 5년 이상 납입하고 55세 이후 일시금 혹은 연금으로 나눠받는다.
연금으로 받을 경우 지금보다 낮은 연금소득세인 3~5% 세율이 부과되지만 만약 중도해지하게 되면 기타소득세인 16.5% 세율이 부과된다. 또한 과세대상 연금소득이 연 1,2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과 합산해서 과세를 하니 연금 수령 시 꼭 확인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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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퇴직연금 홈페이지에 가입방법과 각 은행의 수익률 등이 게시돼 있다.(출처=고용노동부 퇴직연금 홈페이지) |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도 이런 과세부분 때문에 혹여 IRP 연금 수령 시 세금이 커지는 것이 아닐 지 걱정이 든다. 허나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13년 연금소득세법이 개정돼 공적연금 즉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의 수령금액이 연금소득에서 빠졌다. 연금저축과 IRP만을 가지고 연간 1,200만원이 넘지 않게 나눠 받으면 종합과세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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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마다 수익률이 다르므로 꼼꼼히 살피고 가입해야 한다. |
자영업자들도 IRP 가입을 할 수 있으니 이미 가입한 일반 연금저축이나 노란우산공제의 가입여부 등을 알아보고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세금혜택을 꼼꼼히 따져 가입하길 바란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개인기준 최소 월 145만 원 정도 된다고 발표했다. 은퇴 후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선 이젠 연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안정된 노후 생활을 이룰 수 있도록 오늘부터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혜수 santaro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