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이상 ‘궁’을 그저 재미 없는 전통 문화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간 경복궁을 비롯해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등 서울 5대 궁은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에 응답하며 변화를 모색해 왔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게 바로 경복궁 야간특별관람이다.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를 해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즌이 되면 예약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인기 있다. 포털 사이트에 해당 검색어를 입력하면 ‘예매 성공하는 방법’ 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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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정전 야경.(출처=문화재청) |
이렇게 궁은 단순히 내외국인 관람객들이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춰 오롯이 나만의 방식으로 궁을 즐겨볼 수 있는 것이다.
관련해 지난 4월부터 경복궁에서는 경회루 특별관람 프로그램도 운영해오고 있다. 그간 경복궁을 방문하면 먼 발치에서 감상하거나 그 배경으로 사진만 찍어볼 수 있었던 경회루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라니, 흥미롭게 들렸다.
문화재청 경복궁 누리집에서 예약(http://www.royalpalace.go.kr:8080/content/guide/guide26.asp)을 진행한 후 경복궁으로 향했다. 경회루 특별관람은 100% 온라인 사전 예약만 받고 있으며 정기휴일인 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10시, 14시, 16시 매회 100명씩 관람할 수 있고 주말에는 10시, 11시, 14시, 16시로 관람인원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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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경회루 가는 길. |
예약한 시간에 맞춰 경회루 옆 함흥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경회루 내부로 입장할 수 있다. 문화재 보호 및 원활한 관람을 위해 문화재 해설사의 인솔 하에 관람할 수 있으며 따로 외국어 해설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드디어 경회루 안으로 발을 디뎌봤다. 국보 제 224호로 연못 안에 조성된 2층 누각. 외국 사신의 접대나 임금이 공신들을 위해 연회를 베푸는 등 국가적 행사에 사용하던 건물로 그 가치가 커 평소 접근이 제한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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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건너에서 바라 본 경회루의 전경. |
해설사를 만나 경복궁에 대한 간략한 역사적 설명을 듣고 모두 함께 2층으로 향했다.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마련된 슬리퍼를 신어야 하지만 맨발도 허용된다고 해 후자를 선택했다. 2층에 올라가 특유의 목재 재질을 느끼며 이곳저곳 거닐어 봤다. 국보를 두 발로 걷고 있다는 기분이 굉장히 특별했다.
2층에 서니 경복궁이 한 눈에 들어왔다. 북쪽으로는 북악산이 보이고 어슴푸레 청와대 지붕도 보이는데 경회루에서 보는 이 북악산 모습의 경치는 손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서쪽으로 바라보면 인왕산이 보이는데 인왕산은 정선의 유명한 인왕제색도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바라 봐도 경회루에서 보는 경치는 참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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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에서 보이는 인왕산. |
사실 경회루는 임진왜란을 거치며 완전히 소실돼 폐허가 됐으나 흥선대원군 집권 때 재건된 것이다. 하지만 일제시기에 경회루 주변 담장들이 다시 모두 헐린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회루는 현재 연못 건너편에서 그 모습과 안쪽이 보이지만 본래는 담장이 높게 둘러 있어 바깥에서는 경회루 안이 보이지 않았다. 경회루에서만 바깥 경치를 조망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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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특별관람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 준 해설사. |
해설사의 유익한 설명을 듣다보니 금방 시간이 흘렀다. 경회루 특별관람은 약 40여 분 정도 소요되는데 30분은 해설이 진행되고 남은 시간 동안에 사진을 찍어보는 등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경회루 특별관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경험이었다. 아직 야간특별관람은 가보지 못했는데 이 또한 덩달아 기대치가 높아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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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2층에 앉아 특별한 기분을 만끽해보는 시민들의 모습. |
경복궁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 외에도 유치원 대상 관람객들을 위한 ‘할머니가 들려주는 경복궁 이야기’, ‘집옥재 왕실 문화강좌’ 등도 있다.
마지막으로 궁에서는 다채로운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고궁콘서트, 궁중문화축전 등 정기적인 행사 외에도 특별한 계기에 따라 공연이 준비되기도 하는데 오는 9월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심쿵심쿵 궁궐콘서트’가 열린다고 한다.
현재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은 앞서 소개한 경회루 특별관람(10월까지)과 야간특별관람(9월까지)이니 관심 있다면 서둘러볼 것을 권한다. 뿐만 아니라 계절별 색다른 테마의 행사도 진행되니 우리 문화유산의 팔색조같은 매력을 빠짐없이 만나보길 추천한다.
대한민국 문화예술 정책 현장, 열심히 누비고 다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