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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도 불가마보단 시원하네

제45회 강진청자축제 현장을 찾다

2017.08.01 정책기자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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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작품을 이렇게 불을 지펴 만들다니 신기합니다. 날씨는 덥지만 되레 시원한 기분입니다.”

지난달 29일 전남 강진 청자골 제45회 강진청자축제 현장. 청자 판매장 앞 ‘화목가마 불지피기’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탄성을 지르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외국인은 “이 불은 ‘희망의 불빛’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영국 국적의 한 관광객은 “처음에는 청자가 단순한 그릇인줄만 알았는데 그 이상인 것 같다.”며 축제소감을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진청자축제에서 화목가마 불 지피기 체험을 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진청자축제에서 화목가마 불 지피기 체험을 하고 있다.


화목가마 불지피기 행사는 가마 속 자기를 굽기 위해 나무에 불을 지피는 행사로 여기서 화목(火木)은 나무를 사용해 불을 땐다는 뜻이다. 화목가마는 전기가마에 비해 작업시간이 길고 땔감나무가 비싸지만 청자가 제 색깔을 내고 고와 전통 도예가들은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 외국인들이 더 열광하는 ‘강진청자축제’

실제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고려청자박물관 화목가마터는 일 년에 두 번 불을 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축제기간을 이용해 별도로 설치한 화목가마터에 불을 지피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이고 이곳 강진사람들에게도 진귀한 기회이다.

화목가마에서 1,300도의 고온속에 구워진 비색(翡色)의 청자는 고려청자 재현작업의 백미로 불린다. 예부터 도자기 장인들은 목욕재계는 물론 때와 시를 가려 불을 붙이는 등 화목가마에 온갖 치성을 다했다.

관광객들이 화목가마 체험을 하기 위해 줄서고 있다
관광객들이 화목가마 체험을 하기 위해 줄서고 있다.


화목가마 불지피기 행사는 고려시대 도공들이 도자기를 굽던 화목가마를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개막식 첫날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가마 첫불을 지피며 청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려청자박물관 전통 화목가마에서는 축제기간에 맞춰 본벌 요출 작업을 했다. 요출은 말 그대로 청자를 꺼내는 작업을 일컫는다. 청자 밑에는 나무 목(木)을 새겨 이 청자가 전통화목가마터에서 나왔다는 것을 증명한다.

재현한 화목가마터를 체험하기 전에 관계자들이 최종점검하고 있다
재현한 화목가마터를 체험하기 전에 관계자들이 최종 점검하고 있다.


전통방식 청자가마는 작품의 성공 비율도 20% 내외로 낮아 도예가 대부분 이 방법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강진관요의 전통과 작품성을 재현하는 차원에서 고려청자박물관은 화목가마의 맥을 고수하고 있다.

전남 강진은 고려청자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 중 80%가 강진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발견된 4백여 기의 옛 가마터 중 188기가 강진군 일대에 집중된 것도 전통 고려청자의 본향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결론적으로 강진은 중국의 자기인 청자를 받아들여 우리 고유의 색깔을 지닌 비색청자를 개발했다.   

한 어린이가 청자 성형물레 체험을 하고 있다
한 어린이가 청자 성형물레 체험을 하고 있다.


강진청자축제는 올해로 45회를 맞이할 만큼 역사가 길다. 97년부터 올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국가지정 집중육성축제 5회, 대표축제 2회, 2013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문체부 최우수축제로 선정되는 등 축제 인지도 면에서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다.

강진청자축제는 ‘청자(celadon)’라는 테마를 소재로 다른 축제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축제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 인근 여름축제와 연계한 상생축제, 경영형 축제 기반 구축,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려청자의 예술성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례 체험도 제공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례 체험도 제공했다.


◇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하는 강진청자축제

올해 최우수축제 선정은 ‘세계적인 청자는 곧 강진청자다’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창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서 위상을 정립해 나가는 노력이 평가를 받은 결과이다.

강진청자축제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화목가마터 불 지피기에도 제일 먼저 체험 신청한 사람들이 프랑스 등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기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매병에 담긴 역사이야기> 특별전을 관광객이 감상하고 있다
‘매병에 담긴 역사이야기’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는 관광객.


제45회 강진청자축제의 슬로건은 ‘흙, 불 그리고 사람’이다. 흙을 가지고 놀고, 불을 체험하고, 물을 경험하면서 청자를 만드는 사람을 연상하고 표현하는 등 다양한 공간을 연출했다.

특히 축제장 체험존은 고려청자박물관안에 8개 체험시설을 조성해 관람객을 유도했다. ‘나만의 청자공방’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청자에 담긴 혼을 느껴보는 등 고려청자와 첨단과학기술과의 융합도 선보였다.

청자공모전 입상작, 고려청자 재현 사업의 일환이다
청자공모전 입상작. 고려청자 재현 사업의 일환이다.


축제를 기념한 특별기획전도 발길이 이어졌다. 고려청자박물관내 ‘매병에 담긴 역사 이야기’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 국립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진귀한 매병 유물 20여점을 모아 기획한 것이다.

매병(梅甁)은 입구가 몸체에 비해 작고, 몸체는 둥근 형태이면서 아래로 가면서 조금씩 좁아지는 모양과 형태를 지닌 그릇이다. 고려시대에 청자 뿐 아니라 백자와 도기로도 제작됐고, 조선시대 초에는 분청사기로도 만들어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 매병은 중국의 매병과는 다른 고려청자만의 특징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는 매병의 형태와 문양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 설명해준다.  

제45회 강진청자축제를 알리는 대형아치
제45회 강진청자축제를 알리는 대형아치.


강진 사람들의 강진청자축제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들은 고려 무명도공의 추모 기원제를 드릴 정도로 청자문화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고려청자는 강진에서 생산된 흙으로 빚은 것이 최고로 친다. 흙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청자 만드는 기술과 재주가 있어도 아름다운 청자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즉 흙이 기술을 압도한다는 얘기다.

강진청자전시판매장, 축제기간 할인행사로 관광객들이 붐볐다
강진청자 전시판매장. 축제기간 할인행사로 관광객들이 붐볐다.


강진청자축제는 이처럼 강진 흙에 대한 자부심과 장인의 숨결로 만들어진 강진청자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강진청자문화는 강진만의 자랑이 아리라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강진청자축제는 전남 강진군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 일원에서 8월 4일까지 열린다. 공식적인 축제일정이 종료되더라도 청자경매쇼와 버스킹 공연과 길거리 공연은 6일까지 그 열기를 이어간다. 고려청자의 살아있는 현장을 직접 보며 여름 나는 것도 ‘이열치열 추억’이 될듯싶다.

올해 강진방문의 해를 맞아 강진청자축제를 주관하는 강진원 강진군수는 “축제를 통해 도공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추억과 인연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강진청자축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혁진
정책기자단|이혁진rhjeen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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