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설정했습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 호를 이끌어갈 조타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5년 후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 기대되는 국정과제를 통해 미래의 대한민국을 가늠해 보았습니다.<편집자 주>
저녁과 휴식이 있는 삶,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것도 일 중독자 천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지난 7월 19일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실현’이 눈에 띈다.
문득 필자의 지나간 30대, 한창 회사에서 근무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필자는 IT기업에 입사하면서 회사측이 제공한 노트북을 받은 이후로 퇴사할 때까지 매일 노트북을 들고 다녔다.
처음 회사에서 데스크톱이 아닌 노트북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직원들은 회사의 처우에 환호했다. 하지만 노트북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과 같았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이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만 하면 노트북으로 업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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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를 넘긴 시간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고층빌딩. |
IT기업의 특성상 프로젝트성 작업이 많아서 늘 납기일에 쫓기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자연스레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빈번했다. 가끔 일찍 귀가한 날에도 업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만약 노트북이 없다면 내일 사무실에 출근할 때까지 잊고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노트북이 있다. 아이를 재우고 옆에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다보면 불현듯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벌떡 일어나 노트북 전원을 켜고 일을 한다. 결국 회사가 의도한 대로 유비쿼터스적 인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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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를 넘긴 시각, 또 다른 업무 연장 회식자리. |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퇴사했다. 그리고 한동안 경력단절녀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던 배경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업무의 특성에 기인했다.
하루 생활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다보니 아이의 양육을 전적으로 부모님이 도맡아야 했다. 일하는 여성 입장에서 결혼에 이어 출산, 양육으로 이어지는 생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필자처럼 경력단절녀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아예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많아져 현재 심각해진 저출산 문제를 낳기도 한다.
필자가 퇴사한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의 근무 여건은 어떨까? 과거 필자와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보니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고용주의 강력한 의지와 피고용주인 직원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상호 조화를 이룰 때라야 실현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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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일·생활 균형 캠페인 영상 중 한 장면.(출처=고용노동부 일가양득 캠페인) |
4차 산업혁명은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전세계 사람, 사물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 그게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으로 시,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이는 하루 24시간 일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회적 구조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든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어 본인과 가족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자기계발 및 취미활동 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에만 매달리다보면 노동이 목적이 되어버린듯 어느덧 일 중독자가 되어 있다.
하루종일 노동으로 인한 체력적인 손실 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절대적인 감소를 막기 위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은 보장되어야 한다.
2016년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을 위해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마련, 발표한 것에 이어 구체적인 현장의 실천방안을 담은 ‘근무혁신 10대 제안, 실천방안’을 제작,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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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혁신 10대 제안.(출처=고용노동부) |
실제 기업에서 장시간 근로, 경직적 근로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근무혁신을 추진했고, 어떻게 효과가 있었는지 사례를 수록했다.
2017년 하반기에는 1. 오래 일하지 않기, 2. 똑똑하게 일하기, 3. 제대로 쉬기 3개 분야에 보다 초점을 맞춘 일·생활 균형 문화의 확산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래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근무혁신 10대 제안 실천방안 워크북’이다.(https://www.moel.go.kr/view.jsp?cate=7&sec=4&mode=view&bbs_cd=105&state=A&seq=1500364794110)
일·가정 양립과 업무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살펴보겠다.
먼저 우리나라 조직에 만연한 풍토라고 할 수 있는 장시간 근무관행을 바꿔 나간다. 실천방안으로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업무시간 내 업무집중도 향상 등을 들 수 있다.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거의 매일 야근을 하다보면 정작 업무시간에 일에 집중하지 않고 느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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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일·생활 균형 캠페인 영상 중 한 장면.(출처=고용노동부 일가양득 캠페인) |
그 다음으로 사무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간다. 실천방안으로 똑똑한 회의, 명확한 업무지시, 유연한 근무, 똑똑한 보고를 들 수 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거나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달려서 정작 중요한 일을 간과할 때가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고 긴급한 일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태의연하게 답습하다시피 했던 조직의 일하는 문화를 바꾼다. 실천방안으로 건전한 회식 문화, 연가사용 활성화, 관리자부터 실천하기를 들 수 있다. 근무시간을 넘긴 이후에도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제 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회식이나 고객 접대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완 무관하게 억지로 참석해야 하는 일이 잦다. 이런 풍토를 관리자부터 솔선수범해서 바꿔나가야 한다.(고용노동부 제공)
국정과제이기도 하지만 ‘일과 생활의 균형’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도 정착되어야 한다. 앞으로 모든 기업들이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더 이상 여가친화기업 인증제가 필요없는 우리 사회를 꿈꿔 본다. 저녁과 휴식이 있는 삶,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