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고, 연간 신생아 수는 올해부터 30만 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저출산 등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에는 30년 뒤 시·군 84곳이 소멸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암울한 소식도 나왔다.
저출산은 여성들의 경력단절과 맞닿아 있다. 출산이라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일이 많아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결혼 전 직장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기혼여성은 928만9,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은 696만 명(44.0%)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여성이 늘면 가계소득이 감소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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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앤비컨설팅이 저출산 극복 공로로 받은 국무총리상 상장. |
이 가운데 제이앤비컨설팅이 지난달 11일 저출산 극복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이앤비컨설팅은 종합HR서비스 기업으로 컨택센터 운영과 인재 파견, 채용대행, 교육사업 및 취업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금융과 IT 분야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대구와 부산, 광주 등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0여 명의 직원이 있는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눈길을 끄는 건 직원 중 90%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업무 자체가 섬세하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도 있지만 이수연 대표의 ‘가족친화적 경영’이 크게 작용했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제이앤비컨설팅의 저출산 극복 기행을 들어봤다.
■ ‘가족사랑의 날’ 등 지원 프로그램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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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앤비컨설팅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
스타트업과 IT기업 등이 즐비한 서울의 한 빌딩숲. 이곳에 자리한 제이앤비컨설팅은 아담한 사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10명 중 9명이 여성인 탓에 사무실 곳곳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디퓨져 향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가득했다. 조용하면서도 치열하게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한 눈에 들어왔다. 작지만 ‘강한기업’으로 성장하는 제이앤비컨설팅의 첫 인상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제이앤비컨설팅은 경력단절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연근무제를 비롯해 출산장려 지원, 정시퇴근 등이다. 평범하면서도 당연히 지켜야 할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들이다.
우선 오전과 오후 2시간 씩 진행되는 집중근무시간제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몰입도와 효율성을 높여 야근 등 시간외 근로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회의, 잡무 등이 없다. 개인 업무만을 위한 것으로 장시간 근로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산장려제도도 눈길을 끈다. 법으로 정해진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비롯해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 자녀 출산 시 축하금과 선물 제공, 교육비 지원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도 높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저출산 극복을 위해 과감히 추진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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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의 날’ 포스터와 사진 콘테스트 수상 알림판. |
매주 수요일은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해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한다. 금요일은 조기 퇴근으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직원들은 별도의 휴가를 내지 않아도 2박 3일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다. 직원가족 초청 행사를 통해 회사 구성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이와 함께 휴양시설과 문화 활동 지원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이 밖에 출산휴가 중인 직원들의 복귀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 소식을 주기적으로 알리는 메일링 서비스, 직무교육 등을 하고 있다.
■ 전 직원 ‘가족친화기업’ 문화 앞장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일·가정 양립은 물론 직원들의 애사심과 업무 능률을 크게 높였다. 박재완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집중근무시간대를 운영한 덕분에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었고, 퇴직률도 5%이상 감소했다.”며 “성과에 힘입어 모든 직원들이 가족친화기업 문화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원들이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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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소개를 하고 있는 박재완 경영지원본부 상무. |
물론 모든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레 정착된 것은 아니다. 시행 초기 직원들의 눈치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상사가 밤늦게까지 일하면 모든 직원들은 숨죽이고 있어야 했다. ‘가족사랑의 날’을 운영할 때가 그랬다.
매주 수요일은 정시퇴근 할 수 있지만 직원들은 책상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본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조기퇴근을 실천함으로써 직원들의 변화를 이끌었다.
박 상무는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든 직원들이 수요일에 정시 퇴근을 한다.”며 “밀린 업무가 있으면 다음 날 일찍 출근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이앤비컨설팅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출산과 경력단절 문제를 보다 입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내 보육시설과 유연근무제도, 남성육아휴직제도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TM아카데미 등 취업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도 도울 예정이다.
끝으로 박 상무는 대체인력 지원금 등 정부 정책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기존 직원이 산전휴가, 육아휴가를 쓰면 회사는 대체인력을 채용해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데, 지원금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는 게 박 상무의 설명이다. 대체인력 지원금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출산과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인이 직접 해결할 수도 없다.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다. 제이앤비컨설팅의 모범사례를 통해 많은 기업들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운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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