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식 경축사에서 광복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이날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외 긴급한 현안문제들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정책기조 아래 메시지를 전달했다.
.jpg) |
제72주년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필자는 문재인 정부 첫 ‘광복절’을 맞아 보훈가족으로서 처음서부터 끝까지 중계방송을 눈여겨보게 됐다. 방송을 보고난 후의 감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필자의 부친은 6.25 참전 용사로 가슴에 파편을 품은채 필자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 부친이 무공훈장을 받으셨다는 걸 알기는 했지만 어린 탓에 어디에 뒀는지 찾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다. 그 후, 지난 2011년에야 정부의 훈장 찾아주기 행사로 부친의 잊혀진 화랑무공훈장을 되찾을 수 있었다.
보훈 가족으로서 평소 느끼는 필자의 기대는 다름 아닌 국가에서 알아주는 보훈가치였다. 우리는 잊을만하면 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병역비리, 그리고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어려운 삶에 대한 뉴스를 접한다. 그럴때마다 상대적으로 애국심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바래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jpg) |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는 보훈가족 모두에게 사이다와 같은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 시작에서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이라며 의미를 두었다.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으며,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됐다.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하였다. 독립운동부터 촛불혁명에 이르는 역사를 국민주권 회복과정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jpg) |
김정숙 여사와 위안부 할머니.(사진=청와대) |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확연히 차별화된 것은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 않고,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돼야 한다.”며 실제적 보상과 보훈정책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나라다운 나라’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도드라진 대표적인 부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북 안동의 ‘임청각’과 아홉 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 가문의 예를 들었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 대신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 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하였다.
또한,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도 건립하고,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어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도 보전하겠다고 하였다.
(1).jpg) |
기념식장의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이제 고령이 된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여,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고 참전명에수당도 인상하겠다고 하였다.
유공자 어르신 마지막 한 분까지 대한민국의 품이 따뜻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느끼시게 할 것이며, 순직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에 나타난 보훈의지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7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부처로 격상했다.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국가보훈처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언급한 내용을 중심으로 4개 분야 60개 과제를 마련, 오는 28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jpg) |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
이번 광복절 경축식에는 특별한 분들도 초청되어 대통령 내외의 옆자리에 앉았다. 위안부 할머니 두 분과, 군함도 생존자 두 분이었다. 위안부 할머니가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서 경축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국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고통과도 마주해야 한다고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군함도 생존자 분들과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포옹은 그래서 더 멋져 보였다.
이번 72주년 광복절 기념식은 보훈가족으로서 한편의 감명 깊은 영화를 본 것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기태 simya1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