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대 장난감’은 없었다. 금세 싫증을 낸 아이가 팔에 매달렸다. 좌절로 보내던 어느 날, 스카치 테이프를 뜯어서 서로의 손이나 얼굴에 붙이거나 냄비에 블록을 넣고 뒤적이다 서로 먹여주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 비싼 장난감보다 함께 하는 놀이를 할 때 아이는 더 행복해 보였다.’
‘안고 있을 때는 음악이 나와도, 전화벨이 울리거나 쾅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혀도, 깨지 않는 아이가 눕기만 하면 눈을 떴다. 등의 감각은 나날이 진화했다. 눕히기만 하면 울었던 아이가 안고 걸어다니다가 서거나 의자에 앉기만 해도 난리가 났다. 아기 띠를 하고 선 채로 밥을 먹어야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하루에 6개는 나와야 한다는 기저귀가 1개 나왔다. 기저귀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건 ‘쉬’를 심하게 적게 한다는 이야기였고, 이건 젖을 몹시 적게 먹는다는 이야기였다. 부랴부랴 애를 둘러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탈진 직전의 상태였다. 글로 배운 모유수유의 부작용이었다. 어떤 책에도 ‘젖이 부족한 아기가 탈진한다’ 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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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월 1일부터 육아휴직 시 첫 3개월의 육아휴직급여를 상한액 150만 원과 하한액 70만 원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출처=고용노동부) |
육아휴직 중인 주 양육자들의 이야기다. 나만 어설픈 것이 아니었다. 대개 얼떨결에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육아는, ‘리얼 체험 삶의 현장’의 시작이다. 마치 아기가 있기 전의 삶은 삶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아이를 낳아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고민하다 비로소 어른이 돼 간다.
육아는 체력전이다. 배고파도, 졸려도, 잠이 안와도 안아 달라고 울기만 하는 아기의 먹는 것, 자는 것, 싸는 것, 입는 것까지 모든 것을 돌봐야 하니 말이다. 아울러, 아기와 나 단 둘 뿐인 공간에서 버텨야 하는, 세상과의 고립이기도 하다. 때문이다. 60%의 급여를 버리고 시간과 노동을 들이느니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도우미를 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육아의 가치는 아이와의 시간을 통해 성장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에 있다. 손익계산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이 소중한 가치를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육아휴직 결정 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다. 아이가 태어난 뒤 늘어나는 지출은 도리어 맞벌이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부모 마음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등장했다.
정부는, 9월 1일부터 육아휴직 시 첫 3개월의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상한액은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하한액은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육아휴직할 경우 첫 3개월의 육아휴직급여가 통상임금의 80%로 2배 인상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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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사용 후 업무 복귀 비율은, 남성이 58.2%로 여성의 51.5%보다 높았다. (출처=여성가족부) |
육아휴직급여는 2001년 도입됐다.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한 근로자에 대해 월 20만 원 지원을 시작으로 2011년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 원, 하한 50만 원)으로 상향된 후 현재까지 급여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개정안이 고맙고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더 심하다. 여성이 법에 따라 휴직을 하면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소리를 듣고,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면 복지 최강의 회사라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회사에 눈치가 보이거나, 승진이나 평가 등에서 불이익 받을 것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남성 직장인 78%가 육아휴직 사용계획이 없다는 말을 하는 이유다. 육아휴직 문제는 저출산 문제와 연결됐으며 이는 자연스레 고령화 사회로 이어지니, 이는 국가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빠 육아 휴직을 장려하며 육아유직을 하게끔, 그게 너무나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달 25일 세종정부청사 보건복지부를 깜짝 방문했던 문 대통령의 말이다. 드디어 대통령이 나섰다. 정부는 당근을 꺼내 들어 기업 스스로 육아휴직을 권하는 상황이 오도록 해야 한다. 육아휴직은 국가가 아닌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육아휴직 대체율을 높이고, 육아휴직급여 인상을 통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등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모쪼록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가 육아휴직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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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육아 휴직자는 2010년 819명에서 2016년 1분기 1,381명의 통계를 보이며 갈수록 늘고 있다.(출처=고용노동부) |
직장은 평생 다니는 것이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딱 그 때 뿐이다. 18개월 이전에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는 어디에서든 잘 적응하고 사람들과 친화력이 있는 아이로 자란다고 한다. 육아휴직 중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의 놀이가 무의미하거나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빠가 놀아주는 하루의 한 시간이 쌓이면 아이도 자신의 하루 속에 아빠와 함께 하는 정해진 시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이의 하루 속에 아빠와의 시간과 공간이 생기는 순간, 아빠와의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되는 거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겨운 세상이다. 이제 육아를 하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엄마·아빠다. 아이 학교의 호출을 받을 사람도, 사춘기에 붙잡아 줄 사람도 그렇다. 가능하다면, 잠시만 멈춰보자. 육아휴직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미루고, 통장 잔액이 줄어도 그보다 값진 기적을 경험하게 될 거다. 처음 서고, 처음 아빠를 부르고, 처음 걷기 시작하는 이 모든 순간을 말이다.